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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우리는 동물이 되는가? - 동물 행동학으로 풀어 보는 사랑의 실체 ㅣ 민음 바칼로레아 45
미셸 세르 지음, 이수지 옮김, 박시룡 감수 / 민음인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시리즈물로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색다른 주제라 뽑아 읽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지구과학, 생명과학, 환경 과학, 화학 등의 분야에 대해 간단 명료하게 쓴 책들로, 프랑스 대입 논술 시험인 바칼로레아 대비자료로 출판된 것을 우리나라 민음사에서 번역한 것이라 한다.
책은 30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얇고 내용도 상당히 축약적이다. 그러나 어렵고 복잡한 내용의 두꺼운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많이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짧은 책이라고 기억할 내용이 부실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짧은 시간에 책 한 권을 읽었다는 기쁨과 함께 이 책은 일목 요연하게 주제에 부합한 지적 침전물을 나의 뇌리에 각인시켜 주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랑할 때 우리는 동물(사람 이외의 모든 동물)과 같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침팬지 중 보노보라는 종을 제외하고는 모든 동물들은 성교를 할 때 뒤로 한다. 당연히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고 한다. 오직 인간만이 상대방을 마주 보는 체위로 성교를 한다.
둘째, 다른 동물들은 성교의 동기가 어떤 정해진 기제에 따른 반응에 의한 것이다. 가령, 초식동물들은 풀이 나는 봄에 출산할 수 있도록 배란이 된다. 동물들은 배란의 특징이 현저해 상대를 유혹하게끔 되어 있다. 짝짓긱가 끝나면 생을 마감한다든가 어떤 특정시기에만 성교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성폭행 같은 것은 열외의 문제이고) 성교의 상대방을 정하고 배란시기에 관계없이 유혹하고 관계를 갖는다.
셋째, 인간은 성폭행이나 강간 등이 있지만 동물들은 그런 것이 없다.
넷째, 인간은 성교를 할 때 단순히 성행위에만 전념하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정신적 사랑이 포함된다. 동물들은 짝짓기가 끝난 후 슬픔을 느끼지만 오직 인간만이 성관계가 끝난 뒤 웃음을 짓는다.
등이 그 이유이다.
내용은 짧아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단시간에 이 주제에 대해 이만큼 생각 정리에 도움이 되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조금 더 깊이를 얻기 위하는 이들을 위해 책 뒷부분에 더 읽어봄직한 관련도서 목록이 제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