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 전문가 46인이 뽑은 이 시대의 숨은 명저들 아까운 책 시리즈 1
강수돌.강신익.강신주 등저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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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책을 읽는 기분은, 학창시절 나 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의 책꽂이를 훔쳐보는 기분이다. 궁금하긴 하지만 애써 피하고 싶은 한편으로 자꾸 그쪽으로 향하는 눈길을 어쩌지 못하는 심정이랄까.

 

책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읽어야 할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숙제가 쌓인다. 아무도 검토하지 않는 과제를 한 권 한 권 해치우면서(?) 혼자 뿌듯해하는 마음도 잠시, 이제는 쌓이는 책이 거추장스러워진다. 

 

그래서 책에 관한 책은 될수록 멀리하고 싶은데 하필 이 책 제호가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될 아까운 책>이다. 혹시나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펼쳤는데...역시 내가 놓치지 않은 책은 고작 몇 권에 불과했다.

 

이따금 이런 책을 읽음으로써 평소의 편식성 독서를 조금씩 바로 잡아야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해보지만...

 

94쪽...만들어진 책의 절반만 팔리고, 팔린 책의 절반만 읽히며, 그 책의 절반만 이해되고 나머지 절반만이 실제 활용된다고 하니 책은 언제나 그 나름의 운명을 가지는 것 같다.

 

일단 이 책에 소개된 책은 놓치기 아까운 책임에는 틀림없으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읽도록 노력해야할 터.

 

자, 당신은 이 중에서 몇 권이나 읽었는지요.

 

1. <작가>박상우

2.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전시륜,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에릭 호퍼

3. <데르수 우잘라>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

4.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5. <문장강화>이태준, <모던수필>방민호

6. <진술>하일지

7. <칠레의 밤>로베르토 볼라뇨

8. <염철론>환관

9. <역사적 예수>존 도미닉 크로산

10. <몸으로 하는 공부>강유원

11. <이중텐 교수의 중국 남녀 엿보기>이중텐

12. <서양문명의 기반>강유원

13. <신화와 인생>조지프 캠벨

14. <남희근 선생의 알기 쉬운 논어강의>남희근

15. <사르트르 평전>베르나르 앙리 레비

16. <개성의 탄생>주디스 리치 해리스

17. <노동을 거부하라>크리시스

18. <일상생활의 혁명>라울 바네겜

19.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

20. <아날로그맨1>김수박

21. <기억으로 다시 쓰는 역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증언팀 엮음

22. <엠마 골드만>켄데이스 포크

23. <페인과 동인녀의 정신 분석>사이토 다마키

24. <해바라기>시몬 비젠탈

25. <스코트 니어링 평전>존 살트마쉬

26. <큰손과 좀도둑의 정치경제학>최윤재

27. <꿀벌의 우화>버나드 맨더빌

28.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찰스 핸디

29. <스마트 월드>리처드 오글

30. <경제학 3.0>김광수

31. <엘랑 비탈>윤철호

32. <빅 스위치>니콜라스 카

33. <단절의 시대>피터 드러커

34.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앤 해링턴

35. <삼엽충>리처드 포티

36. <꽃의 제국>강혜순

37. <원더풀 사이언스>나탈리 앤지어

38. <수술, 마지막 선택>강구정

39. <인체 시장>로리 앤드루스, 도로시

40. <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션 B.캐럴

41.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붕가붕가레코드

42. <이미지와 환상>다니엘 부어스틴

43. <현대미술의 이해>팸 미첨, 줄리 셸던

44. <한국의 전통문양>임영주

45. <침묵의 언어>에드워드 홀

46.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김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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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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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위화. 소설 이상의 재미는 잠시 세상사를 잊게 해줌. 그렇다고 두 번 읽기는 그렇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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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 운명조차 빼앗아가지 못한 '영혼의 기록'
위지안 지음, 이현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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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생. 30세에 드디어 대학교수가 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사람. 2011년 운명.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얼마나 억울했을까.

 

이 책은 그러니까 끝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죽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한 생을 살았던 사람의 마지막을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보며 한 구절 한 구절 온 힘을 바쳐서 기록한 글이라서 페이지마다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울컹 눈물을 자아낸다.

 

이런 부분이 나온다.

 

161쪽...내가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병에 걸리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생사의 고비를 몇 차례 넘기고,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한 시기를 가까스로 넘긴 뒤 돌연 삶이 가벼워졌다.

 

이렇게 푸른사람이었는데 생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웠을까. 삶이 가벼워졌다고, 삶이 가벼워졌다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으니

 

234쪽...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내 삶을 선택하는 최후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그래서 죽은 뒤에도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로 남고 싶다. 앞으로 어떤 고통이 몰려와도, 설령 죽음보다 큰 고통이 나의 목을 조를지라도 결코 스스로 내 삶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후의 순간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그는 분명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일 터이다. 세상을 먼저 떠나면서 이런 글을 남겨 세상을 위로하고 있으니 말이다. 짧은 생이었지만 결코 헛되지 않은 삶을 살았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책이지만 밝은 내용도 있고 재밌는 부분도 많다. 이를테면 병원 생활 속에서도 서른다섯 명가량의 환자를 만나 '도대체 어떤 사람이 암에 걸리는가?'하는 조사를 해서 통계 작업을 했는데 과연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59쪽...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씩 만나면서 샘플을 분류하고 표본을 만들어 살펴본 결과, 유방암 환자의 성격에 대한 나만의 이론을 얼추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유방암 환자 중에는 우울증을 겪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적어도 유방암 환자 중에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반면 명예욕과 승부욕이 강하고, 매사에 통제력을 발휘할 정도로 권력욕이 있으며 성격이 급하고 외향적인 사람이 많았다. 내가 만난 환자들은...안정적인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며,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여왕처럼 떠받들어져 군림하듯 살아왔다는 공통점을 알게 되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건 바로 나였다.

 

그래서 이런 글을 남기고 있다.

 

153쪽...인생이란 늘 이를 악물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보다는 좀 늦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걷는 사람에게 지름길을 열어주는 지도 모른다는 것을

 

 

추석 전 날,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이 책을 읽는 맛이 각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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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예쁜 자식인데 영어가 시원찮다. 영어가 오죽이나 어렵나. 다른 건 몰라도 영어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해놓아야 사람 노릇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초등학교 입학 전인 7살 때부터 영어 학원에 다니게 했는데도 이렇게 되었다.

 

다른 사교육은, 7살 때 피아노 학원을 2개월 정도 다닌 게 사교육의 전부다. 외손잡이인 딸아이는 주로 오른손을 사용하는 피아노의 건반 연습이 힘겨웠던지 어느 날 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툭 던졌다." 나 피아노 계속 하면 병원에 다녀야 할 것 같애." 이 말을 듣고 나는 단박에 결론을 내렸다."그래? 그래! 그러고보니 우리집안에 음대 나온 사람이 하나도 없네. 피아노 그만 해."

 

초등학교 때는 그 흔하디 흔한 학습지 한번 시키지 않았다. 소신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일상이 바쁘다보니 학습지를 어떻게 시켜야하는지 방법부터 몰랐고 굳이 애써서 알아보지도 않았다. 단, 독서에는 좀 신경을 썼다. 주로 단행본 위주로 책을 고르고 필요한 책은 거의 구입해서 읽혔다. 전집류라고는 헌책방에서 구입한 위인전(효과는 전무)과 대만 작가인 채지충이 그린 중국고전만화(효과 만점)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을 오로지 영어 하나만을 시켰으니 영어 만큼은 잘 해주리라 믿고 있었다. 물론 딸아이는 영어 학원 하나 다니는 것 조차도 다니기 싫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투정 부리며 나를 들들 볶아댔다. 그런 불만을 귓등으로 들으며 영어학원을 중학교 1학년 봄까지 다니게 했으나, 끝내 딸아이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 영어학원을 다녔으니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영어를 곧잘 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 영어학원마저 끊었으니 사교육으로부터는 완전 해방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학습지 한번 시키지 않았다. 그러다가 2학년때 부터 수학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의 영어학원에 질렸는지 딸아이는 학원이라면 질색을 하며 머리를 흔들었으나 저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수학공부방에는 다니겠단다. 그래서 친구가 다니는 공부방에 잠시 몇 개월 다녀서 수학 성적은 처음에는 올랐으나 이내 약발이 떨어졌는지 제자리 걸음을 치면서 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나마 공부방도 끊어버렸다.

 

그렇다고 딸아이의 전체 성적이 바닥을 친 건 아니었다. 중1때는 과학이 어렵다고 훌쩍거리기도 했으나 2학년에 올라가서는 스스로 이치를 깨달았는지 학년말에는 전체 1등을 하기도 했다. 하여튼 딸아이 말마따나 '저비용 고효율'운운하며 사교육 없이 그럭저럭 버티긴 버텼다.

 

그런데 문제는 고등학교 올라와서 시작되었다. 수학은 다행히(?) 생각을 바꿔 학원을 다니겠다고하여 역시 친구가 다니는 학원에 등록을 시켜주었고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학원 선택도 딸아이에게 맡겼다. 나는 정보에 둔하다는 걸 자랑으로 여긴다고나 할까. 게으른 엄마다.) 중학교때에 비하면 말이다. 하지만 영어가 문제였다. 여전히 학원을 거부하며 은근히 개인과외를 받고 싶어했다.

 

어디서 영어 개인교사를 구한단말인가. 내 주변에 영어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도움 받을 만한 곳은 없었다. 역시 이번에도 딸아이가 해결책을 구해왔는데 다름아닌 길거리 광고였다. 달랑 전화번호 하나였다. 그래 해보자.

 

개인교사는 30대 초반의 법학과를 졸업한 총각으로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단 하나, 흡연 습관으로 몸에 배인 냄새를 없애기위해 향수를 즐겨 사용하는 덕에 늘 진한 향수 냄새를 뿌리고 간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일주일에 이틀, 세 시간 배움에 25만 원을 주기로 했다. 주로 영어공부를 봐주는 식으로 수업은 진행되었다. 따로 문법책이 있었으나 진도는 더디게 나갔고 모의고사 문제나 시험 대비 수업을 했다. 그러나 수업에 활기가 부족했다. 딸아이의 표현에 따르면, "선생님이 나를 이끌고 가야하는데 그게 부족한 것 같아."

 

2개월이 흘러갔으나 영어공부를 하는 딸아이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따로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이틀 공부하는 것이 영어공부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 게으름의 원인을 은근히 개인교사의 무기력 탓으로 돌리는 듯한 낌새를 보였다. 사실 무기력이라기 보다는 수업을 강력하게 이끌지 못하는 나약함 같은 거였다.

 

결단을 내리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개월을 끝으로 개인과외를 끝냈다. 마지막 날,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 나가려고 신발을 신는데 이 총각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이 결정은 누구의 생각이신가요? 어머님이신가요, 따님이신가요? 제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요."

 

평소에 남의 감정을 헤아리는데 무척이나 서툰 나는 곧이곧대로 사실을 말하고 말았다. "딸아이의 생각입니다." 라고. 나는 이야기를 돌려서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말한다. 내가 생각해도 좀 무례하고 재미없는 성격이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 참 어쩔 수 없는 성격이다.

 

그러고 얼마가 지났는데 여전히 딸아이는 영어를 힘들어했다. 다시 과외이야기를 꺼냈다. 학원은 절대 다니고 싶지 않단다. 마침 같은 교무실에 정년을 앞둔 선배교사가 있는데 그분의 남편이 윤선생영어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어서 개인교사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이번에는 나이가 제법 든 아줌마 선생님이었다. 프로다운 면모를 보이는 분으로 직업정신에 철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수업료는 먼저 선생님의 두 배인 50만원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과외를 시키면서 생각지도 못한 힘든 부분이 생겼다. 늦은 밤인 오후 9시 30분에 시작하는 과외시간이 되면 우리 내외는 안방에서 숨 죽이고 있거나 집 밖으로 나가있어야 했다. 근처 대형마트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쇼핑을 하거나 안방에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해야 했다.

 

이번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운가. 에어컨은 절대 불가하다는 남편의 고집을 꺾고 드디어 딸아이방에 에어컨을 달아주었다. 모두 딸아이의 과외를 돕자는 의미에서였다. 그렇게 여러모로 노력을 기울였으나...

 

문제는 딸아이였다. 영어공부를 따로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과외로 하는 영어가 전부였다. 그리고 과외선생님의 방식 하나하나가 내 눈에 비판적으로 들어왔다. 독립심을 키워주는 학습이 아니라 과외선생을 의존하게 하는 방식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시험 때는 딸이 다니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시험범위를 묻고는 시험범위에 해당하는 단어를 모조리 뽑아왔다. 마치 '내가 다 떠먹여주마' 하는 식이었다. 따로 사용하는 교재를 살펴보니 이건 보통의 학생이 혼자서 볼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설명 없이는 보기 힘든 어려운 책이었다. 역시 학생을 선생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책이었고 영어는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을 선정한 이유도 한 번 가르친 적이 있어서였다고 하는데, 원래 개인교습이라는 게 사람에 따라 다른 건데 가르치는 사람 위주나 편의대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만화영화인 <슈렉>을 교재로 공부를 시켰는데,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 만화 한편을 마스터하면 영어가 완성된다는 거였다. 물론 무슨 얘긴지는 알고있다. 뭐가 되었든 한 권을 마스터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요령도 생긴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슈렉>은 초등생이나 중학생 정도에 어울리지 어려운 지문을 읽어내야 하는 고등학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과외선생님의 너무나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주장이 선뜻 납득되지 않았고 믿기지가 않았다. 나도 평생을 영어와 씨름하고 살고 있는데 어떻게 저런 자신감이 나올 수 있는건가. 내가 소심한 건 아닐까 돌이켜보았지만, 끝내 신뢰감이 생기지 않았다.

 

잠정적으로 과외를 그만두겠다고 마음먹고 딸아이에게 또다른 과외공부를 시키기로 했다. 이번에는 내가 나서기로 했다. 아이에게 'The Giver'라는 청소년 영어소설을 여름방학 내내 읽혔다. 지난 겨울 내가 먼저 읽은 책이었다. 더불어 영어문법책인 <맨투맨>도 꾸준히 읽게했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눈을 부릅뜨고 시간을 체크했고 나 역시 더위와 싸워가며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드디어 두 번째 과외도 끊었다. 2개월만이었다. 중단시킨 이유가 또 있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따지면 따질수록 영어과외비는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달 내내 아이들과 싸워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영어과외로 지불되는 액수는 훨씬 높았다. 노력 대비 대가가 너무 높다는 사실이 내 별 볼일 없는 자존심을 건드렸다고나 할까.

 

9월 초에 딸아이의 모의고사가 있었다. 드디어 결과가 나타날 때였기에 속으로는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결과는, 영어는 영어듣기에서만 한 문제를 틀렸다고 한다. 남편과 딸아이에게 은근히 나의 공이 크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싶었는데 딸아이가 한마디 한다. "그래도 과외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애.  'The Giver'도 짱이었어."

 

딸에게 물었다.

"영어과외 또 할래?"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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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아 - 카투니스트 동범의 네팔 스케치 포엠
김동범 지음 / 예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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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이 예쁘다, 예쁘다, 그저 예쁘다. 둘 다 뛰어나긴 쉽지 않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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