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김현의 글이 그리워 구입한 책.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해야 하나보다. 그렇게나 좋았던 것도 세월이 흐르니 퇴색하고, 돌이켜보는 짓도 허망하게 느껴진다. 사람도 글도....고전으로 남는 것의 위대함에 새삼 경의를 표하게 된다. 추억에서 부질없음을 빼도 남는 것이 자그마한 뼈다귀라면 그 뼈다귀라도 곱게 모셔놔야지 싶다. 그마저 남기지 않는다면 더 깔끔하겠지만. 아직은.

 

 

인상적인 부분. 내 말이....

 

쓰임새 있는 것만이 아파트에서는 존중을 받는다. (중략) 아파트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산다. 그러나 감출 것이 없을 때에 드러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감출 수도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사람은 자기가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숨겨야 살 수 있다. 그 숨김이 불가능해질 때에 사람은 사회가 요구하는 것만을 살 수밖에 없게 된다. 무의식은 숨김이라는 생생한 역동성을 잊고 표면과 동일시되어 메말라버린다. 표면의 인공적인 삶만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중략) 나는 아파트에 살면서 내 아이들에게 가장 부끄러움을 느낀다.    -42~43쪽

 

 

그래도 김현 선생은 지금보다는 훨씬 덜 미친 시대에 사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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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씩 읽어나가는 클래식 클라우드. 읽어야 내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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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
박상진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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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건조함을 견디며 읽다보니 읽을 만함.
쇼팽- 폴란드에서 온 건반 위의 시인
김주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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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곡을 모른다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글. 음악의 문외한이 읽기에는 참으로 재미없는 책.
뭉크- 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유성혜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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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라는 그림이 마음에 남는다.
루터- 근대의 문을 연 최후의 중세인
이길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2월
18,800원 → 16,920원(10%할인) / 마일리지 94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1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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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가 아니어서인지 몰입되지 않음. 내용이 새롭게 다가오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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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이야기를 주제로 엮은 책. 이러다가 책방 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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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마르크 로제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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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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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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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노명우 지음 / 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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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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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장마, 시름과 무기력, 걱정과 불안...이 모두를 멎게 하는 최고의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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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재밌게 읽고 있다. 레이먼드 카버, 페소아, 페르메이르, 아리스토텔레스, 카뮈,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을 완독했거나 읽고 있는 중이다.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이 되거나 딱히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을 때 제격인 시리즈이다. 한 인물에 빠진 저자를 따라 책에 몰입하다보면 이 유명하신 분들의 인생에 좀 더 밀착된 느낌이랄까. 진한 국물맛 같은 거.

 

 

 

 

 

 

 

 

 

 

 

 

 

 

 

 

 

여름이면 떠오르는 <설국>. 이 소설을 쓴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 책을 읽고서야 내가 <설국>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다시 읽어보고 싶지만 내 마음 나도 모를 일.

 

 

 

 

 

 

 

 

 

 

 

 

 

 

 

 

 

<설국> 대신 읽은 <이즈의 무희>. 위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쓰인 줄거리를 옮겨보면,

 

  스무 살의 주인공 '나'는 이즈반도로 여행을 떠난다. 고아 기질 때문에 뒤틀린 성격을 고치고, 태생적인 우울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떠난 여행이었다. 이 여행에서 '나'는 우연히 유랑 극단 일행을 만나 동행하게 된다.

  가족 중심으로 구성된 유랑 극단에는 열네 살 무희 가오루가 있었다. '나'는 가오루를 지켜보면서 자신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이 소녀가 몸을 파는 여자가 아닌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소녀의 티 없이 맑은 성정을 느끼면서 '나'의 의심과 우울감도 사라진다.

   순간순간 가오루가 보여주는 '나'에 대한 작은 관심은 '나'의 일그러진 성격을 밝게 만들어주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다. 가오루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네"라고 '나'를 평하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둘 사이의 애틋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나'가 도쿄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일행이 시모다 항구에 도착한 날 '나'는 도쿄행 배에 오른다.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이면서 서 있고 '나'는 선실에 누워 눈물을 흘린다.                         -168~169쪽

 

이런 줄거리 때문에 '일본판 소나기'로 부르기도 한단다.  다른 점이 있다면 <소나기>에서는 주인공들이 죽어서 이별을 하고, <이즈의 무희>에서는 살아서 이별을 한다는 것.

 

누구나 일생에서 한번쯤 이 <소나기> 같은 시절이 있지 않을까. 내 눈 빛과 내 마음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어 분노와 우울로 버무려진 절박했던 시절의 강물을 가까스로 건널 수 있었던 경험 같은 거 말이다. 이 단편을 읽고나면 한동안 잠자고 있던 옛 일이 떠올라 며칠 밤 잠을 뒤척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다. 내 얘기도 소설감인데....엉뚱한 상상에 빠져서... 한달 넘게 이어지는 장맛비도 일조를 하고 있다.

 

그래도 소설이니 어떤 맛인지 맛은 봐야겠지요?

 

 잠시 동안 낮은 목소리가 계속되고 나서 무희의 말소리가 들렸다.

"좋은 사람이야."

"그래 맞아. 좋은 사람 같아."

"정말로 좋은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라서 좋겠어."

이 말투는 단순하고도 솔직한 울림을 지니고 있었다. 감정의 치우침을 휙 하고 순진하게 담아 던진 목소리였다. 나 스스로도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순순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상쾌하게 눈을 들어 밝은 산들을 바라보았다. 눈꺼풀 속이 희미하게 아팠다. 스무 살의 나는 자신의 성질이 고아 근성으로 비뚤어져 있다고 심한 반성을 거듭한 끝에, 그 숨 막히는 우울을 견디지 못하고 이즈로 여행을 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세상의 보편적인 의미로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것이었다.                  -37~38쪽

 

'눈꺼풀 속이 희미하게 아팠다.' 내 심장이 희미하게 아파오는 문장이었다. 원문으로 읽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번역문으로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섬세한 글맛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인상 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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