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김현의 글이 그리워 구입한 책.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해야 하나보다. 그렇게나 좋았던 것도 세월이 흐르니 퇴색하고, 돌이켜보는 짓도 허망하게 느껴진다. 사람도 글도....고전으로 남는 것의 위대함에 새삼 경의를 표하게 된다. 추억에서 부질없음을 빼도 남는 것이 자그마한 뼈다귀라면 그 뼈다귀라도 곱게 모셔놔야지 싶다. 그마저 남기지 않는다면 더 깔끔하겠지만. 아직은.

 

 

인상적인 부분. 내 말이....

 

쓰임새 있는 것만이 아파트에서는 존중을 받는다. (중략) 아파트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산다. 그러나 감출 것이 없을 때에 드러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감출 수도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사람은 자기가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숨겨야 살 수 있다. 그 숨김이 불가능해질 때에 사람은 사회가 요구하는 것만을 살 수밖에 없게 된다. 무의식은 숨김이라는 생생한 역동성을 잊고 표면과 동일시되어 메말라버린다. 표면의 인공적인 삶만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중략) 나는 아파트에 살면서 내 아이들에게 가장 부끄러움을 느낀다.    -42~43쪽

 

 

그래도 김현 선생은 지금보다는 훨씬 덜 미친 시대에 사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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