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둥지 튼 (아마도)박새 가족을 들여다보는 기쁨과 그 기쁨 못지않은 걱정의 나날이었다. 과연 어린 새끼들은 먹이를 잘 얻어먹는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어미새는 어디에서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는지...별의별 걱정이 들곤 했다. 그래도 어미새는 사람을 피해서, 우리가 보지 않는 사이에 부지런히 제 둥지를 오고갔는지 드디어 새들이 둥지를 떠났다.



텅 빈 둥지를 살피다가 창고 구석의 바닥에 놓여있는 싱크대 설거지통에서 한 마리를 발견했다. 탁구공 만할까. 눈망울은 초롱초롱. 쪼르르 달아나는데 다른 두 마리도 기어나와 쏜살같이 숨어버린다. 두 마리가 더 있는데 어디에 있나? 전부 5마리.


괜한 걱정이지 싶다. 새들이 어련히 알아서 살아갈까.



딸 친구가 만들어준 말풍선. 인간의 자식들도 어련히 알아서 성장하니 부모의 걱정일랑 지나치지 않는 게 좋다. 새삼 깨닫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언어로 지구 정복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신견식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국어를 잘하려면 ‘누구라도 좋으니 원어민에게 배우기‘를 모토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세계를 누비는 베테랑 작가의 언어 학습기 혹은 세계 탐험기. 특히 아시아 변방 취재기와 언어마다의 말맛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임. 생생한 현장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고 한켠을 차지한 책장에 둥지 튼 박새 가족. 창고 앞면에는 손가락 한마디만큼의 빈 틈도 없다. 뒷면에는 아래에선 보이지 않지만 지붕 밑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어미새가 길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엔 겨우내 쌓인 솔잎 뭉치인줄 알았다. 작은 깃털이 바람에 떨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순간. 하마터면 휙 걷어치울 뻔했다. 걱정이 생겼다. 혹여 어미새가 못 오면 어쩌나. 지붕너머로 잽싸게 오가는 어미새를 보면 식구처럼 반갑다. 


밀란 쿤데라의 <존재의 아름다움>이 너희들보다 아름다울까.




 **덧붙임 2025.07.21.

위 글에서 '창고 앞면에는 손가락 한마디만큼의 빈 틈도 없다.'고 자신있게 썼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창고 앞면에 내 주먹보다 큰 개구멍? 아니 새구멍이 있었다. 어쩐지 새 똥이 창고 안에 길을 만들었다 했더니 관찰이 부족했다. 뭐 그렇다구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페넬로페 2025-07-1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에 둥지를 튼 박새 가족.
책으로 더 포근하고 다양한 세상을 만날듯요.

nama 2025-07-14 10:21   좋아요 1 | URL
소나무에 매단 빨강 지붕의 새집 대신 책장을 선택한 걸 보면 새의 안목을 인정해줘야 할듯요.

hnine 2025-07-1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한 사진이네요.
동고비라는 새가 집을 짓고 새끼를 낳아 키우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우연이나 즉흥적으로 하는 과정 하나도 없이 정성과 노력으로 하는 일이더라고요.
어미새가 찾아 올 수 있기를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nama 2025-07-14 10:24   좋아요 0 | URL
동고비 책 쓰신 분이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도 쓰신 분이더라구요. 사놓긴 했으나 언젠가는 읽겠지요.
오늘은 비가 와서 어미새가 함께 둥지에 있다고 하네요. 방해가 될까 싶어서 궁금하지만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어요.

잉크냄새 2025-07-1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새가 둥지를 트는 안목이 있네요.
가운데 책 제목에 ‘벌레‘ 가 있어서 먹이 공급처에 가장 가깝게 지었네요.

nama 2025-07-14 20:42   좋아요 0 | URL
박새가 안목도 있지만 머잖아 음악성까지 겸비할 것 같아요.
 

친구에게 오이지를 담가달라고 해서 몇 개 얻어 먹고 있다. 늘 부글거리는 속도 편해진 듯 싶다. 내년부터는 좀 정신차리고 오이지를 담가 먹어야겠다고 다짐은 해본다. 마음이 늘 바깥에 있으니 집안 살림은 마지막 차례가 된다. 식구들에게 밥을 해먹이는 일이 평생 과제 중의 과제이다.


도쿄에 다녀온 지 닷새가 되었다. 8박 9일 동안 아사쿠사의 좁아터진 호텔을 베이스캠프 삼아 도쿄 시내를 우왕좌왕하다가 왔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아니 아무도 내가 어디를 가는지 관심도 없는데 참으로 열심히 다녔다. 집안 살림은 어설퍼도 여행만큼은 야무지게라고나 할까. 다만 야무지지 못한 위장 때문에 내내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여행의 신도 내 꼴을 봐주지 않으려나 보다.


여행 전에 읽은 책 중 단연 압권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책.















2007년에 나온 책을 그때 구입하고 앞부분만 조금 읽고 밀쳐놨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너무나 재밌다. 맛집이나 핫플레이스와는 관계가 멀지만 일본을 제대로 봐야겠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다녀오고나서 눈에 들어온 책은
















궁금해서 일단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첫장부터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새로 책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반쯤 읽고 여행 중에 읽으려고 했으나 단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온 책으로는
















p.124

'후수로 일린다'는 무도 용어인데, 시간적인 지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난제에 재빠르게 대응한다 해도 '선수를 잡았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릴 때 그에 대해 어떤 답을 가지고 대응하는 행위는 모두 '후수로 밀린다'가 된다.

  이 사실을 자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후수로 밀리는' 훈련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고, 거기에 어떤 대답을 해서 정답을 맞히면 칭찬받고 틀리면 벌을 받는다는 학교 교육의 형식이 애당초 '후수로 밀리는' 연습이다. 취직을 해도 '후수로 밀리는' 훈련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주어진 과제를 적절히 해낸다'와 같은 식이다. 과제가 우선적으로 주어지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하는 틀에 익숙한 사람은 모두 '후수로 밀리는' 사람이다.

  왜 우리는 '후수로 밀리는 ' 훈련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강요당하는 것일까. 별로 어려운 얘기는 아니다. 질문을 하거나 과제를 내는 쪽은 '보스'이고 대답하거나 평가받는 쪽은 '부하'이기 때문이다. '무비판적으로 상급자를 따르는 마인드'를 형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후수로 밀리는' 기술만을 선택적으로 체득한다. 

                                         '선수를 잡거나 후수로 밀리거나' 중에서


무엇이 '선수'이고 무엇이 '후수'인가. 누가 '선수'이고 누가 '후수'인가. 나는 '선수'인가 '후수'인가. 이어지는 이런 물음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하다.


p.145

<사기> 등에 나오는 공자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허구다. 공자는 아마도 이름 없는 무당의 아들로서 일찍 고아가 되어 미천하게 성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을 처음으로 깊이 응시한 이 위대한 철인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사상은 부귀한 신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여기까지 읽은 부분으로 나머지도 빨리 읽고 싶다.)



이제 본론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이다. 구글 지도로 못가는 데가 어디 있나, 싶었는데 이 곳이 그러했다. 지나가는 행인,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 등 8명에게 물어 겨우겨우 찾아갔다. 길 찾기에 일가견이 있는 남편도 힘들어 한 곳이다. 


고인이 된 분의 서재를 찾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저 까만 빌딩에 손을 댄 순간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수만 권의 책을 읽고, 수백 권의 책을 써도 결국은 누구나 죽는구나,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 주인을 잃은 저 검은 빌딩은 고인의 무덤이자 비석 같은 것. 그는 '선수'일까 '후수'일까. 뭐 그런 생각도 무심히 하게 되는 곳.



현관문 앞에서 하릴없이 서성이다가 돌아왔다.
















이 책을 쓴 사람, 다치바나 다카시. 참 행복하고 뿌듯하게 읽었던 책이다. 
















몇년 전 친구가 읽고나서 나에게 넘긴 책. 이제는 눈에 들어올 것 같다.





이어서 찾아간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와세다대학교에 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시작으로 참 꾸준히도 책을 쓰고 있다. 사진 속의 칸칸이 모두 그가 써내려간 책이다. 읽는 속도가 쓰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하는 작가. 쓰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못 읽겠다고 징징대는 이 누구.



이제 결론이다.


츠바야 서점에도 갔었다. 



엄청 커다란 책에 가격도 엄청 나다. 




감히 만져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한바탕의 꿈 같은 여행이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도, 무라카미 하루키도, 데이비드 베일리는 더더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다. 취임식을 끝까지 본 건 난생 처음이다. 지난 세월 지겹기만 했던 국민의례에 심장이 뻐근해지는 것도 오랜만이다. 혼자 티비를 보며 혼자 신나게 박수 치는 것도 오랜만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며 사는 건 참으로 고역이다. 그 부정적인 기운을 모처럼 떨쳐내는 기분이 좋았다. 


심심풀이 삼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있는데, 내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목적은 주로 앨범 용도, 때때로 기억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내가 다녀온 여행지를 까먹으면 아까워서. 하나 더 있다면 사촌 동생들과 유대를 위해서. 살갑지는 않지만 서로를 잇는 끈이 되어준다. 그런데 어느 눈 밝은 사람이 있어 어쩌다가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있다. 썩 반갑지는 않지만 영어로 하는 채팅이 재밌다.



protect the stomach 는 도대체 무슨 뜻인지... 한 번 더 (감히)문의한다는 뜻인 것도 같고. 몰라.

청산도 사진이 예쁘게 나오긴 했지만 원래 사진빨에 속곤 하지. 슬슬 귀찮아진다. 



This time I went ~ 이렇게 시제를 헷갈리면 되나. 이번에 우리 나라에 오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얘긴데. 이쯤 내 성격 나온다. 최대한 무뚝뚝하게 대응.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만 누구를 도와주는 친절한 인간은 못된다. 나에게는 나도 힘겹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독하게 한마디. 스스로 해결해라.



appreciate 에 살짝 마음이 흔들려서 이 사람의 계정을 자세히 살펴보니 홍콩 사람인 것으로 보였다. 흠...홍콩은 더 자세히 알고 싶지 않은데요..저런.


이런 채팅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대단한 나라에 살고 있구나. 외국인에게 흠모의 대상이 되어서 도움을 요청 받는 위치에 서게 되었구나. 이런 대단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에 심각한 손상을 주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오늘부터는 마음 편히 발 뻗고 자고 싶어요.~




오전 6시 45분에 방영되는 경제 방송은 나의 루틴 중 하나. 김대호 박사의 해설을 듣고 있으면 내가 모르는 세계에 급관심이 생긴다. 공부에 끝이 없구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25-06-04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0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