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얘기하는 이 책은 책 자체가 잡초 같다. 잡초처럼 뽑아내 읽어도 또 읽을 게 남아있는, 뽑아도 뽑아도 되살아나는 잡초 같다. 그러니 한번 읽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책장의 책을 다 뽑아내도 아마 이 책은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다.

상큼하게 먹겠다고 심은 상추 모종은 배고픈 고라니에게 다 뜯겨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텃밭. 한여름 잡초가 제왕처럼 차지하고 있다. 그 팔팔하고 대찬 기세가 장대하다 못해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족히 지름이 50 cm 가 넘는 이 풀 이름은, 땅빈대. 뭔가 퍼펙트한 만다라 같은 자태, 감히 잡초라고 부르기가 미안하다.

(p. 94) 위로 자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세상의 일반적인 가치나 상식에 사로잡혀 살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자기만의 삶을 살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낮게 기며 사는 땅빈대의 이러한 삶의 방식은 상층부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대개의 잡초 가운데서 이채롭다. 땅빈대는 홀로 새로운 세계를 열고 그 길을 가는 이색적인 풀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