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구 천만 명이 사는 대도시. 호텔 주변에선 홈리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커다란 쓰레기통을 뒤지는 젊은 사람들도 있다. 주말이라 거리는 한가한 편.

반면에 유명 관광지엔 사람들로 복작복작하다. 오페라 극장을 서점으로 바꾼 <엘 아테네오>는 책을 구입하는 사람보다 사진을 찍는사람들로 넘쳐난다. 얼마간의 입장료라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구경꾼들의 소란으로 한가롭게 책을 살펴보는 일이 쉽지 않다. 여긴 서점이라기보다 그냥 관광지 같은 분위기이다. 나도 일조한 셈.

레골레토 묘지는 예상 밖이어서 로마 유적지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땅콩집 같은 작은 집들로 이루어진 동네라고 불러도 무방할 터. 이곳에는 에비타의 에바 페론이 묻혀 있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듵고도 잊었던지라 1952~1982의 생몰에 새삼 짠한 마음이 들었다.

땅콩집의 커다란 묘는 대부분이 가족묘로 후손이 없어 묘를 돌볼 사람이 없는 경우, 그대로 둔다고 한다. 언젠가는 무덤마저 소멸하겠지만 대리석으로 만든 무덤들은 몇세대쯤 거뜬히 살아남으리라. 작은 집 안에 안치된 1~2구의 관과 바닥에 깔린 사각형의 채반 모양의 구멍 뚫린 철판은 그게 환기를 위한 것인지 배수구 역할을 하는지 묘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여긴 무덤이니까.

또 한가지 묘한 것은 묘지 주변 동네. 번듯한 아파트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저 옆동네에 소인국 마을이 있군,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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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전투식량과 와인으로 끼니를 때우고 배 두드리며 쓴다.

유명한 곳은 치명적인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은 명성에 맞게 가볼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단점은 온갖 매체로 이미 간접 체험을 거쳐서 실물을 만나도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이 그랬다, 모레노 빙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만나는 순간 어디선가 많이 본 익숙함을 느낀다. 선행학습을 거친 학생이 이럴 것이다. 미리 아는 건 인생을 미리 사는 게 아니다. 미숙아로 오래 살 게 할 뿐이다.

10분 후에 밖으로 나가야 하니 딱 한마디만 쓴다.

빙하가 흐르는 강이나 호수의 물은 회색빛을 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빙산이 움직이면서 그 밑에 있는 돌, 자갈 등이 함께 움직이는데 그 자갈이나 돌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부서지며 모래가 생기는데 그 모래들이 물을 회색빛으로 만든다고 한다. 유구한 세월이 흐르면서 형성된 것이라 한다. 뭔가 생각이 맴도는데.. 나중으로 미룬다. 여행 중에 글을 쓰는 건... 음..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를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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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11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하라니 이건 대체 어느나라 일까? 아르헨티나에도 설마 빙하가? ‘하고 검색해보니, 허걱! 있네요, 페리토 모레노 빙하.
아마 아래 지도에 표시하신 그 어디쯤인가 보죠?

nama 2025-01-11 07:26   좋아요 0 | URL
아차, 아르헨티나입니다. 네, 아래쪽에 있는 파타고니아 지역이예요.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어요.
 

동네 이름이 낯설어서 적었다. 두번 다시 못오겠지 아마, 하는 생각에 괜히 비장해진다. 매일매일이 다시 오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

이젠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잘 사지 않는다. 언젠가는 쓰레기가 되는데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남는다.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이도 한 몫 했고.

사람보다 소가 많은 나라에 왔으니, 돼지고기보다 소고기가 싼 나라에 왔으니 고기 한번 먹어봤다. 그간 여행은 자주 다녀도 먹는 것에 별 관심이 없어 식탐한 적이 거의 없다. 아니 여행을 자주 다니기 위해서 식비를 아꼈다고 해야겠다.
이젠 그런 생각도 접으니 고기가 입으로 들어온다.

소식해야 한다며 스테이크 1인분 시켜서 둘이 나눠 먹으며 흐뭇했다. 포도주까지 곁들이니 부러울 게 없다. 참고로 여기 1인분은 보통 600g 이라고 한다. 예전엔 1kg이었다나. 맛있게 먹고 와서 한숨 자고 났는데 다시 배고파서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내 인생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행위는 일종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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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가능한 찰나의 시간에 올리는 오늘의 사진
그레이 호수의 유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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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0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잉크냄새 2025-01-0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말을 잃다....라는 표현외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