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음력 생일에 익숙하다. 음력 날짜를 따지는 일이 전혀 낯설지 않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새 세대인 딸아이의 생일은 양력으로 쇤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내가 태어난 정확한 양력 날짜가 궁금했다. 해마다 음력으로 따져서 알아내는 양력 날짜가 아니라 바로 내가 태어난, 정확한 서기0000년 00월 00일 하는 날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사용하는 2g폰을 이용해서 날짜 검색에 들어갔다.
오른쪽 하단에 표기된 오늘의 음력일은 7월 29일이다. 손가락 하나로 빨간 사각형을 움직이면 과거를 나타내는 위와, 미래를 가리키는 아래로 무한정 날짜와 달과 연도가 바뀐다. 그래서 끝까지 가보았다. 음력 날짜가 표기되는 과거의 시작일과 음력 날짜가 끝나는 미래의 마지막 날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음력 날짜 표기 시작 일: 1900년 1월1일
*음력 날짜 표기 마지막 날: 2040년 12월 31일
이 휴대폰에는 무려 140년 간의 음력 날짜가 입력되어 있었다. 덧붙이자면 1900년 1월 1일 이전이나 2040년 12월 31일 이후에는 그냥 양력 날짜만 나오지 음력 날짜는 더 이상 표기되지 않는다. 그런데 음력 날짜 표기가 끝나는 날을 2040년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즘 되면 더 이상 음력 날짜를 따지는 따위의 일을 하지 않게 될까? 아니다. 더 이상 이런 고물 같은 휴대폰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손가락 한 마디로 140여 년을 넘나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여 분 남짓. 해보시라. 해보면 알겠지만 멀미가 난다. 과거의 온갖 역사적인 사건과 관련된 숫자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듯하지만 제각각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멀미 기운이 느껴진다. 이상 야릇한 경험이다. 2g폰으로 이런 경험이 가능하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그래서 난 아직도 2g폰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