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도 가지 않는 추석을 보내고 있다. 진심이 실리지 않는 관습을 저버렸을 때는 약간의 슬픔과 외로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꼭 결혼해서 직장 다니고, 애 낳고, 학부모가 되어 애면글면하고...이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일단 세계여행부터 떠나보는 용감한 젊은 부부가 한없이 부러워지는 건, 나는 은퇴하면 세계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에고, 벌써부터 관절 여기저기가 삐그덕거린다.

 

20대 철없는(?) 부부의 자전거여행기를 읽다보면 그들의 무모한 용기에 감탄과 부러움에 대리만족까지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 든다. 아픔을 동반한. 은퇴를 꿈꾸면서도 은퇴하지 못하는 자의 부러움이며, 일찍이 그런 삶을 꿈꾸어보지 못한 자의 한탄이며, 근본적으로는 자전거라는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문명의 이기를 한번도 제대로 이용해보지 못한 자의 비겁함이 가슴을 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배우고 있다'는 페이퍼를 쓰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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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6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6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09-1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늦게 겨우 자전거 배웠는데, 이제는 그나마 안 탄지 오래되서 아마 다시 배워야할거예요. 자동차도, 자전거도, 저는 바퀴달려 굴러가는 것들은 다 무서워요 ㅠㅠ 제 두다리가 제일 믿을만한데 체력이 계속 받춰줄지 모르겠고요.
은퇴하면 세계여행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계시군요.

nama 2016-09-16 18:29   좋아요 0 | URL
저도 굴러가는 동그란 것들을 무서워해요. 바퀴달린 자동차, 자전거는 말할 것도 없고 배구공이나 축구공 같은 공들도 무서워해요. 굴러가는 것들은 도발적으로 보여요.
은퇴하면 맨먼저 머리를 삭발해보고 싶고, 그다음 한 일 년 천천히 세상구경을 하고 싶어요. 무엇가를 원할 때 입버릇처럼 노래하다보면 성큼 그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 기회만 되면 입밖으로 뱉어내요. 꿈은 노래로, 노래는 현실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