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 인형옷 만들기나 뜨개질을 곧잘 하는 나를 보고 어른들은 그랬다. '너는 커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양장점에 취직해라.'
문제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학업을 끝내기에는 내가 공부를 잘했다는 것이다. 대학진학을 위해 부모의 전략적인 뒷바라지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다만 '대학에 붙으면 보내주마.'라는 막연한 약속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고 딱 거기까지였다.
이따금 생각한다. 내가 만약 머리와 입이 아닌 손으로 하는 생업을 꾸려나갔다면 어떠했을까, 하고. 손으로 하는 일, 즉 요리라거나 옷을 만드는 일 같은 것.
한복저고리 만들기 무료 연수가 있었다. 일 주일에 한 번, 세 시간씩 총 8주에 걸쳐서 한복저고리 한 벌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해서 9시 30분에 끝나는 야간과정이다.
밤 9시 30분이면 내가 잠자리에 들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무언가에 열중하는 일은 매우 힘들고 고달프다. 평소의 잠자는 시간을 넘기면 쉽게 잠도 오지 않아 결국은 소주병을 입에대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잠을 몇 시간 자고 난 다음날은 평소의 리듬이 깨져 몸이 몹시 무겁다. 주말이 되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 된다.
그렇게 8주 동안 만든 한복저고리. 한번 구경하시라.

생애 처음 만든 저고리이다. 나는 안다. 내 자식의 단점을 알고 있듯 어디가 매끄럽지 못한 지를.
저고리를 만들면서 나는 계속 생각했다. 내가 만약 손으로 하는 일로 먹고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어땠을까? 매일 은퇴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텼을까? 바느질로 입에 풀칠이나 했었을까?
가지 않은 길로 잠시 가봤다는 거. 그것이면 족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