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갔다 오면서 홍천에 들렀다. 홍총떡을 먹기 위해서다.
유명 맛집 찾아다니는 행태를 평소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데 이 홍총떡만큼은 예외다. 홍총떡이 무엇이냐면...메밀로 얇게 전을 부치고 그 위에 무장아찌 비슷한 것을 맵게 양념에서 둘둘 말아놓은 것으로 몇 년전까지도 이렇다 할 이름이 없었는데 '홍총떡'이라는 공동 브랜드를 붙여서 홍천재래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밀전병이다.(맞나?)
홍천재래시장의 어느 골목에는 이집 저집 온통 홍총떡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 맛이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맛이 표준화 되었다고나 할까.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바로는 그렇다.
한번은 추석명절을 앞두고 홍천시장에 갔었다. 대부분의 홍총떡 가게들이 산더미 같이 홍총떡을 만들어 쌓아놓고도 또 열심히 만들고 있었는데 도대체 우리 같은 뜨내기 손님들에게는 팔려고 하기는 커녕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많은 메밀전병들이 예약되어 있다고 했다. 에? 그래도 우리는 손님인데...겨우 작은 팩 하나를 사서는 어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처량하게 먹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이 기가 막혔다. 무엇보다도 약간 매콤한 게 입맛을 적당히 자극하면서 식욕을 돋구게 하는 맛이 일품이다.
오늘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일부러 홍천시장에 갔다. 오늘은 좀 한가한 편으로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았다. 홍총떡이 한 채반 가득 담겨 있는 가게를 겨우 하나 발견했는데, 기웃거리는 우리를 문전박대하신다. 그러면서 턱으로 앞 집 가게를 가리키며 거기서 사먹으라고 한다. 내 참...그래서 우리가 먹게 된, 눈물겨운 홍총떡을 겨우 먹을 수 있었던 곳이 바로 희망부침이라는 부침가게였다. 우리에게 맛 좋은 홍총떡을 먹게 해주신 주인 아주머니, 그 보답으로 사진 한 장 올린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여쭈었더니 흔쾌히 허락하신다. 살짝 좋아하신다. 매콤한 홍총떡으로 기쁨을 주셨으니 나도 이 주인아주머니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다. 장사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희망도 주고받으면 진짜 희망이 이루어질 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