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동네 도서관에 놀러갔다가 발견한 시 한 수가 긴 여운을 남긴다. 문예지도 오랜만이다. 예전엔 이것 저것 많이 접했었는데...그래서인가, 옛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시인 이원규에 대한 글이 몇 편 실려있어 살랑살랑 넘기다가 만난 시이다.
족 필(足筆) 이 원 규
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 불면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슬픈 나의 여인숙
걸어서
만 리 길을 가 본 자만이
겨우 알 수 있으리
발바닥이 곧 날개이자
한 자루 필생의 붓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