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왼쪽은 비행기에서 나눠준 간식 봉지, 오른쪽은 눈알만한 청포도 사탕. 

라닥 지방의 수도 레(해발 3,505m)에서 찍었다. 그곳 사람들의 말대로 15%의 산소가 부족한 곳이어서인지 과자 봉지도 이렇게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렇다면 사람은? 

산전수전 다 겪은 50대 이후인 사람들은 오히려 고산증에 덜 걸린다는 게 맞는 말인지, 약간의 두통 외에는 이렇다할 증세를 못느끼는 우리 내외와는 달리 중2짜리 딸아이가 시름시름 앓다가 급기야 자리에 눕고 말았다.(물론 나 역시 과자봉지처럼 얼굴이 퉁퉁 부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영 낯설기만 했다.)

구토, 설사, 온몸 저림 등등 나중에는 열 기운까지 합해져 일정에 들어있는 판공호수를 포기하고야 말았다. 차로 넘을 수 있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길인 창라(5320m)를 넘어 가는 일정이었다. 

 

 

 

 

 

 

 

 

 

 

 

 

다른 일행들이 판공호수에 발을 담글 무렵 우리 가족은 이틀에 걸쳐 레에 있는 정부 운영 종합병원을 드나들었다. 첫날, 2루피(1루피=약26원)를 내고 진찰을 받은 후 처방전을 갖고 약국에 가서 10루피어치 약을 사서 딸아이에게 먹였다. 열은 가라앉는 듯했는데 밤새 몇차례 설사를 했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고 구토증세가 가라앉지 않아서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진찰비를 다시 낼 필요가 없단다. 어제 받은 처방전을 그냥 들고가서 진료를 받으란다. 인도의 사회주의에 대한 확실한 예를 딸아이에게 설명해 줄 좋은 기회였다. 터무니없는 진료비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아파도 병원에 못가는 미국의 의료제도와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이 무료에 가까운 진료는 오바마도 따라오기 힘들지 않을까.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라닥인들 사이에서 딸아이의 순서를 기다리자니 몇 명의 여자들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다가 이내 참지 못하고 말을 걸어온다. 딸을 가리키며 나이를 묻는다. 갓난아이를 데리고 온 어떤 젊은 엄마는 고작해야 20살을 넘겼을까말까. 그 틈새에 처녀같은 소녀가 앉아있으니 헷갈릴 수밖에. 외국에 나오면 만 나이를 써야할 것 같아서 어제 진료권을 끊으며 13살이라고 했더니 다름아닌 소아과로 우리를 보냈던 것이다.

딸아이는 이렇게 고생한 덕분인지 보름새에 몸무게가 3kg이나 빠졌다. 비싼 돈들여가며 뺀 살이니까 이후부터는 관리를 잘하려무나, 딸내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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