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 카미노 여인 김효선의 느리게 걷기 in 스페인
김효선 지음 / 바람구두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구입해 놓고 한동안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가 이제야 읽었다.  

산티아고에 대한 정보야 이제 새로울 것도 없으니 그 부분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쓴 저자가 적잖이 마음을 많이 다쳐본 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방인 친구들을 사귀는 과정들에서 채워지지 않은 혹은 비워있는 듯한 한 부분이 보인다고나할까.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른 사람들. 한비야, 김남희. 그리고 공지영. 이 분들이 소위 말하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가고 있다면 과연 그들이 성취하고자 하는 일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누가 뭐래도 아직은 구시대의 보수성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 현재의 전통적인 우리사회에서 하나를 성취하기 위해선 나머지 하나를 버려야만 가능해 보인다.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솟구치는 것이다. 그리고 괜히 화가 나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얘기 하나만 인용해놓자. 나도 늙으면 요렇게 해야지. 

146. 할머니들은 아주 긴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여러 나라를 일정 없이 돌아다니는 중인 것이다. 할머니 한 분은 지팡이에 의지해 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인지 물었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 되었고 여행하다 죽을 것이니 죽은 뒤에 가지 않겠냐고 하신다. 집에서 책이나 보며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멋진 선택이 아니냐며 담배를 피우셨다. 담배 연기처럼 고독한 듯 풍성한 미소로 나를 응시하던 그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클로즈업되면서 내 모든 감각을 순간적으로 완전히 장악했다. 50대의 나와 60대의 헤니는 이제 아예 비법을 전수받는 문하생들처럼 할머니 사부님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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