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For _________선생님 

With Love, 

장영희

 

위의 빈 칸에 내 이름이 떡하니 들어간, 저자의 친필 사인이 적혀있는 이 책을 작년에 한 교과서 출판업체로부터 받았다. 교과서 선정을 앞두고 소위 로비라고 건네준 책이다. 이 책을 받고는 책상 위에 그냥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며칠간 야릇한 행복감에 젖었었다. 친필 사인의 책이라서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생각도 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 얼굴도 모르는 교사들에게 자신이 지은 교과서 홍보를 위해 기계적으로 사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20여 종이 넘는 교교서와 경쟁하다보니 어떤 외압(?)같은 것이 있었으리라는 짐작과 함께 사인의 고단함이 느껴졌다고나할까. 

솔직히 이 책을 끝까지 읽지는 않았다. 이 분의 글에서는 뭐랄까.....지적이긴한데 뭔가 절실한 생활이 부재한다고할까. 생활에서 오는 어떤 깊은 울림 같은 게 전해지지 않았다. 범생이에게서 엿보이는 단정함은 무미건조함의 다른 이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싶다.   

이 분이 집필한 교과서로 수업을 한 지도 벌써 4년째. 알게 모르게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이름이 입에 붙어버린 장영희. 

돌아가신 이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음에,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분이건만, 서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를 대신할 수 있는 말을 찾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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