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글쓰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쓸 때 별 주저없이 그리고 막힘없이 술술 써내려갔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선 읽기가 시원하다. 이 책의 핵심인 치유로서의 글쓰기를 잘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여러 가지 글쓰기의 방법도 제시하고 있어 실용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간간이 소개하고 있는 여러 가지들, 예를 들면 융의 '동시성의 원리'-외부 사건과 인간의 내면이 우연히 일치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으로 이를테면 오래 만나지 않던 친구가 생각났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 같은 것-부분을 읽고는 이 책의 전체 흐름과는 별도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또 하나.독수리를 길들여 늑대나 여우등의 맹수를 사냥하는  카자흐족의 베르쿠치 이야기-이 베르쿠치가 한 마리의 독수리를 길들이고 훈련시키는 기간은 6개월이며 10여 년을 그 독수리와 살아가다가 시간이 흐르면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높은 산에 올라가 자기 손 위에 앉은 독수리에게 몇 번씩 반복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그동안 너로 인해 잘 살아왔으며 이제 우리가 헤어질 때가 왔다" 그러면서 눈물을 닦으며 오랜 친구인 독수리를 떠나보낸다는 내용-부분을 읽다가는 사념이 일어나 잠시 삼천포로 빠지기도 했지만 이 책은 여러모로 읽을 만하다.

   허나 이 책을 읽기는 쉬워도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게 쉽지 않다. 우선 글쓰기에 대한 고정관념 내지는 통념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글쓰기라. 오정희의 소설이나 윤후명의 소설을 교재 삼아 보내던 한 시절 이후로, 글 따로 삶 따로인 일상을 빠듯하게 보내면서 글과는 소원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기껏 여행기나 끄적거리거나 아이들 성적통지표에 마지못해 몇 자 끄적이는 가정통신문 정도라니. 아이들과도 따뜻한 편지 한 통 나누지 못하는 사무적인 관계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그래서 이 책의 페이지마다 예시되어 있는 글을 읽다보면 어느 새 나도 그들처럼 내 속에 응어리지고 막혀있는 여러 무의식이나 원망 등의 숨어있는 것들이 꿈틀대고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극적이고 나를 돌아보라고 끈질기게 채근한다. 그리고는 그 속을 드러내고 풀어버리고 용서하여 '온전하게 자기 자신이 되는 기분'으로 살라고 하는 것이다.  

   p.215  ...자신의 가치란, 바로 지금부터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어야하며, 그 가치를 향한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자기 자신이 되었다는 안도감과 편안함, 그리고 삶의 의욕을 느껴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방법인 이 치유의 글쓰기는 내게는 따뜻한 글쓰기이며 해방의 글쓰기와 다름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자신의 억압된 세계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이 책에 부록으로 실려있는 <치유하는 글쓰기에 도움 되는 책들> 이 모두 한핏줄 도서가 되겠는데 직접 읽어보는 게 좋겠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특별한 대상이 필요할까. 누구나 속으로 쌓인 게 있을텐데.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발설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부모님이다.성장한 자식이 부모에게 자신이 겪은 과거의 경험에 대해 원망하는 말을 할 때는 부모가 너무 아파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부모의 원죄의식은 너무 깊기 때문에 방어의 기세도 드세다. 그래,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구나,라고 인정하는 부모를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부모였다면 자식이 원망하기 전에 이미 사과하고 반성했을 것이다. 울면서 동정심을 유발하려 하거나 '그게 아니라...'로 시작하는 변명을 하려고 한다면 그나마 괜찮은 부모님이다. 대부분은 "기껏 힘들게 키웠더니 이제 와서 자식이 나를 괴롭히려 한다"고 소리 지르며 화를 낸다. 결국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야'식의 좌절감을 겪는 선에서 상황은 종결된다. 부모도 미숙한 상태이고, 자식 역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p.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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