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하는 경험, 그런 건 일깃감이 된다. 단풍 든 깻잎 반찬은 밥도둑이라기에 따라 나섰다. 깻잎을 한장한장 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금방 진력이 난다. 아침부터 단단한 늙은 호박을 자르느라 머리가 다 어지러울 지경이었던 참이었다. 몸으로 하는 일은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평생 누군가의 노동에 얹혀 살아왔다는 자각. 내 딴엔 엄청 많이 땄노라고 설렁설렁 콧노래를 부르는데 왕언니께서 내 작태를 금방 알아보셨다. 수확량이 적다고 함께 간 영희 씨의 깻잎을 내 바구니에 보태게 하신다. 엉, 이러면 내 일거리가 많아지는데...고마움보다 내 수고로움이 앞선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누렇게 단풍 든 깻잎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놀랍고, 내 평생 이렇게나 많은 깻잎을 손질하는 것도 놀랍다. 시작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일에는 결국 끝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꼬다리를 너무 바투 잘랐다고 한소리 들었다. 먹을 때를 생각해야 했다.
끓인 물을 부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끓일 만큼 큰 솥이 없어서 전기포트와 작은 냄비에 끓이다보니 약간의 실수와 착각이 있었다. 시행착오 끝에 큰 돌멩이로 누르는 것까지 완성. 하룻밤 재운다.
이틑날 아침, 영희 씨가 굵은 소금과 김치통을 들고 와서 도와준다. 사실은 도맡아 한다. 물과 소금의 비율이 1:3 으로 짜게 절궈서 실온에서 숙성시킨 후 2주 후에 먹는다고 한다. 겨우내 두고 먹을 수 있단다. 먹는 방법은, 적당량을 끓인 물에 데치거나 물에 담가서 짠맛을 우린 다음, 양념을 해서 중탕으로 쪄 먹는다고 한다. 지금은 양이 많아 보이지만 먹다보면 금방 바닥이 난다고 한다. 아주 맛있단다. 기대된다.
산골은 일년 중 지금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쾌청하고, 모기도 없고, 볕도 좋아 빨래와 붉은 고추가 바짝 마른다. 밤을 주울 때 한차례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후두둑 밤 떨어지는 소리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밤은 내가 주울테니, 먹는 건 그대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