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생각하다가 2012년 알라딘 서재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뭐 배울거라고 '이런 나쁜 사례를 베끼려고 하는지'...앞이 뻔히 보인다. 

옮겨본다. 


<홍콩의 한인 민박>

https://blog.aladin.co.kr/nama/5400963


어쩌다 홍콩에 여러 번 가게 되었다. 딸아이의 말이, 부산보다 홍콩을 더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단다. 일부러 홍콩에 간 것은 단 한번. 인도 여행 끝이나 말레이시아 여행 끝에 잠깐 들르다보니 홍콩에 자주 가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홍콩은 무엇보다도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접근이 무척 단순하고 옥토퍼스라는 교통카드의 사용이 편리할 뿐더러 넓지 않은 지역에 재미있는 여행 요소가 많아서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홍콩에 가게 되면 편리함 때문에 그냥 별 생각없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을 이용하게 된다. 빌딩의 한 부분을 임대해서 여러 개의 방으로 개조하여 여행자 숙소로 만든 곳이다. 내가 그간 묵었던 곳은 세 곳이었는데 공통점은 아침밥이 제공된다는 것, 방이 비좁다는 것, 실내에서 빨래를 건조한다는 것, 외국인 여성을 가정부로 두고 있다는 것 등이다.

 

이번에 묵었던 민박은 유달리 정갈한 곳이었다. 다른 두 곳은 청소도 대충이었고 음식도 그저 그랬는데 이번 민박은 청소, 음식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이틀째 되는 날은 솔직히 청소는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다른 곳처럼 대강하거나 내버려두겠지 싶어서 입던 옷도 그냥 침대에 걸쳐놓고 양말도 침대 머리맡에 널어놓고 가방도 구겨진대로 방치해 놓고 외출했다. 그런데 돌아와보니 너무나 말끔히 정돈되어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정리해놓고 나가는 거였는데,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아침밥을 먹고나서였다. 어젯밤부터 눈물을 글썽거리던 필리핀 출신의 가정부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울먹거리는데 눈에는 눈물이 그득 고였다. 왜 우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간밤에 한국인 주인이 와서 혼을 내고 갔다고 한단다. 누군가 홈페이지에 그녀가 손님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불평을 했다고 한다. 그녀의 서러운 호소를 들어주었다.

 

그녀가 보여준 그녀의 작은 방에는 침대가 없었다. 침대 자체가 들어갈 방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공간에 단지 얇은 매트 한장 깔고 자는 방이었고, 그 방마저 누군가에게 주고나면 그녀의 잠자리는 빨래를 널어 말리는 구석진 곳 바닥이라고 한다. 천정에는 빨래 건조대가 걸려있고 바닥에는 냄새 제거를 위해 선풍기 따위가 널려 있는 아주 협소한 공간이다. '그게 네 방이다'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6년간 일한 곳에서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며 그녀는 다시 울먹거린다. 

 

잠깐만 보아도 민박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열 개 가까운 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관리하는 사람은 그 필리핀 여성 혼자였다. 아침 밥 준비부터 청소, 손님 체크인, 체크아웃 등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 운영하는 곳 치고는 정말 완벽하게 깨끗한 곳이었다. 웬만한 호텔 수준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빨아널은 양말은 건조대에 걸려 있었고 화장실 바닥은 물기가 닦여져 있었고 소지품 등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민박에서 이런 대접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고 미안했다.

 

아직 싱글인 이 필리핀 여성은, 하루 중 자기 시간이라고는 잠잘 때 뿐이라며 하루 종일 일, 일, 일, 일 뿐이며 휴일도 없다고 한다. 마치 노예의 하루 같았다. 한국인 주인이 꼬박 챙기는 것은 손님의 숙박 요금이라며 아마도 철저하게 챙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손님 대부분이 한국인인데도 한국말을 가르쳐주지는 않고 그냥 영어만 사용하란다며 그 부분에도 불만이 쌓여 있었다. 6년간의 분노와 슬픔과 피곤으로 얼굴의 표정이 몹시 상해있었고 아마도 우울증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아마 내가 그 입장이라도 그랬으리라. 더하면 더했을 터.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작은 민박이었지만 일거리는 상당했다. 살림하는 사람이라면 그 일거리의 정도가 금방 파악이 된다.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일을 하지 않으면 그렇게 깨끗하게 유지될 수가 없다. 그래서 미안하고 창피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일을 한 덕분에 누군가는 하루종일 밖에서 맛있는 것 먹고 룰루랄라 놀다 들어와서는 깨끗하고 깔끔하게 치워놓은 방을 보고 콧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을, 그걸 당연한 대우라고 여겼다는 사실을 곰곰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한 돈을 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저렇게 뒤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보고는 그게 당연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게 먹는 아침 밥과 만족스러운 방 청소 뒤에는 보이지 않는 한숨과 눈물이 숨어 있는데 그걸 몇 푼의 돈으로 맞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여행이 징그러워지기 시작했다.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고, 그 고통을 무시하며 자기 이익만을 노리는 한국인 주인과 내가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게 부끄러웠다.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하루종일 빨래를 했다. 빨래를 건조대에 널면 몇시간 동안은 세제냄새가 온집안에 가라앉아있어 냄새를 견뎌야한다. 냄새가 싫어 헹굼을 여러번해도 냄새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빨래 냄새를 맡으니 다시 그 필리핀 여성의 눈물 범벅 얼굴이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그 가녀린 몸매와 큰 눈망울이 내내 떠올랐다.



이 글에 달린 누군가의 댓글도 옮긴다.



참 공감가는글이네요.

그 아줌마는 대단하네요.

저도 얼마전에 셩완에 민박을 오픈+테스트운영 중인데, 루이아줌마는 위에서 소개하신 분 정반대로 보시면 됩니다.
민박을 새로시작한건 아니구요, 그동안 임대하는 집여러 곳중 일부를 한인관광객들에게 오픈했는데, 다녀가신 분들의 입소문으로 일이 많아지면서 아줌마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울 아줌마는 인도 사람인데요, 마음씨착하고, 정직한편이고, 일은 못하나 음식은 잘하는편. 허나 민박한다는이유로 월급을 두달치요구를 해서 지금은 다른 아줌마를 물색해서 데려오는 중예요.
방청소를 해도 제가 다시해야하고, 제가 검사 안하면, 보이는데만 잘해놓고,그렇다고 저희 집이 더럽거나그롷진 않아요
인태리어가 무지 밝게 되어서 조그만 머리카락도 다보이는 그런 집이예요.
울 아줌마는 혼자서는 방 6개짜리 집을 혼자 청소 못해요. 우리는 조식포함이 아니라서
일도 적어요, 우리식구 밥도 저녁한끼만 채려주면되는데,하루 종일 꿈지락, 그리고 전화 통화..또 통화..또 통화...그러고도 월급 두배.아줌마침대는 손님들침대와 동격인 질좋고 깨끗한 침대.
방이 모자라면, 아둠마는 방의 침대에서, 나는 바닥잠....우린 이래요.

다 위에 소개한 아줌마 같지 않아요. 홍콩엔 노동법이란게 있구요, 그아줌마도 특별 페이를받으면서 불평을 할것이예요. 물론 힘든일이죠. 그 아줌마도 월급 많이 더 받을껍니다.보통월급에 그렇게 많은 일해야한다면, 벌써 노동청에 일러서 다른집에 갔을껄요..
물론 돈만 더준다고 고용인들이 행복해하고 고마워 하진 않습니다.
인격대접을 원하는데, 어떤 가정부들은 인격대우해주면, 주인을 괴롭힙니다.

모든게 양면이 있지만, 그 아줌마는 특히 맘이좋고,일도 열심히 하고, 참을성도 많고 그런 사람 같네요.

그민박집도 딱하네요. 빨래건조기하나면,일이 훨 수월할텐데...
그래서 우리집에 오시는 분들이 그러셨군요.

홍콩원룸텔 잠자리가 뽀솔뽀송하다구요,
이상입니다.다음엔 홍콩섬쪽 민박도 체험해보세요.



위 글은 고용주의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이다. 과연 홍콩의 노동법이 제대로 구실을 할까 의문스럽다. 다음은 오늘 한겨레 신문에서 읽은 글이다.


홍콩의 아시아 가사노동자 노조연맹은 이주 가사노동자의 35.8%가 여권, 근로계약서를 고용주에게 빼앗긴 채로 일하고, 상한 음식이나 고용주 가족이 먹다 버린 음식을 제공받은 경우가 46.3%에 달한다고 2018년 1월 국제노동기구회의에서 밝혔다. 언어, 신체, 정신적 학대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55.2%였다. 지친 몸을 누일 취침 공간에서는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은 거실이나 부엌, 발코니, 계단 아래 공간, 화장실 같은 곳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한겨레 신문 '홍명교의 이상동몽 -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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