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양양, 때로는 인천과 양양과 서울을 오가며 지내왔다. 두 집 살림 때로는 세 집 살림을 했다는 얘기인데, 살림에는 재주가 없으니 그냥 세 장소를 드나들며 지냈다는 게 맞겠다. 퍽이나 정신 없을 것 같은데 난 이런 생활이 몸에 맞는다. 장소를 바꿀 때마다 여행하는 기분도 들고 기분전환도 되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책 읽기도 중구난방이다. 이것저것 집어드는데 완독하는 책은 드물다. 정신 사나울 때 읽어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은 도중하차해도 내 삶에 지장을 주지 않으니 도대체 책을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는 생각마저든다.


새로운 책보다 새로운 식물을 만나는 기쁨이 더 컸다. 십 년 넘게 드나든 오두막 주변에는 여전히 생소한 꽃들이 눈에 띄는데, 매번 새로운 꽃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모두 제각각 이름을 갖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누군가 꼼꼼하게 세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어떤 위안을 준다고나 할까. 처음으로 이름을 붙이는 재미는 얼마나 멋질까. 세상은 부지런한 사람의 몫일까. 




노루오줌




물레나물




기린초

  



초롱꽃




영아자




파리풀



머위꽃



벌깨덩굴




쐐기풀




사슴 벌레가 겁도 없이 집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예전에 이미 올린 야생화도 여럿 있으니 오두막 근처의 작은 땅에 '생물의 다양성'이 보존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도 옛날에는 이런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었으리라. 눈만 크게 뜨면 어느덧 다가오는 새로운 발견 앞에 작은 탄성을 지르며 도시에서의 삭막한 풍경을 떠올린다.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남편과 함께 모종을 심고 잡초를 뽑아가면서 기른 작물이다. 물론 남편의 수고가 훨씬 컸다. 사과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살구나무, 블루베리 등도 조금씩 심었으니 수년후에는 수확이 있으리라. 직접 재배한 살구로 살구잼 만들 날을 고대하고 있다.



책 얘기도 해야겠다.
















 















'기-승-전-인도'를 사시는 분들의 글이라서 다채롭고 웅숭깊다. <인도수업>의 티벳 불교 설명은 좀 깊이 들어갔는데 아직은 내가 읽을 때가 아닌 듯 싶기도....

















장소가 주는 묘한 힘이 있다. 장소가 바뀌어야 생각이 바뀐다. 그 일면을 볼 수 있는 책. 틈틈이 잡초를 뽑 듯 틈틈이 읽게 된다. 시골에서 읽으면 더 잘 읽히는 책.


















20대에 겁없이 읽던 칼릴 지브란이 이제야 읽힌다. 친구가 여러 권을 사서 한 권씩 선물한 책인데 채 두 쪽이나 읽었을까. 오랜만에 만난 옛동료를 만나며 이 책을 선물했다. 함께 늙어가는 처지에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은 터라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주고 보니 이 책을 준 친구가 서운해 할 것 같아서 내 것으로 한 권을 구입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역시 옛동료. 그녀의 마음고생이 떠올라 그녀에게 보내는 주문을 넣었다. 오늘쯤 손에 쥐겠지.

















친구들과의 수다는 구수한 맛, 정희진의 글은 짜릿한 맛. 정신을 번쩍 차리고 싶을 땐 짜릿함이 좋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복사했더니 영 사진이 볼품 없습니다. 그냥 대충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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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8-0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잘 지내셨나요.
이웃서재 새 글 구경하다 반가운 이름 있어서 짧은 안부인사 드립니다.
직접 기른 작물이라 그런지 반짝반짝 참 예뻐요. 더운 날 이만큼 될 때까지 힘드셨겠어요.
요즘 날씨가 많이 더워요.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nama 2022-08-07 10:00   좋아요 1 | URL
반가워요.
몇 포기 심은 채소들이 한여름을 풍요롭게 하네요.
한결같은 서니데이님의 글도 가끔씩 접하면서 묵묵하게 기원하고 있어요. 늘 안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