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불합리했던 학창시절, 결혼과 식구들 건사로 바빴던 시절을 뒤로 하고 이제는 느긋하게 거울 앞에 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저 책이 말해주는 듯하다. 여전히 삶은 팍팍하고 외롭고 고달프지만 저 책들이 있어 위로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책마저 없는 세상은 얼마나 쓸쓸할까. 저런 책을 나눌 수 있는 친구마저 없다면 삶에 무슨 낙이 있을까. 친구야 고맙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버텨서 앞으로도 책 많이 보내주시구려.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한 책. 일본책들은 이런 게 많다. 하향평준화된 느낌이 들지만 그만큼 책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은 고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런 책은 의미가 있다. 근거없는 자신감 좀 가지면 어때!

 

 

 

 

 

 

 

 

 

 

 

 

 

 

 

 

 

이 책을 읽다보니 나의 퉁퉁 불은 시니컬한 감정이 많이 순화되었다. 나무 같은 사람, 우종영. 나무의사가 사람의 마음도 치유해주시네요. 고맙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나, 내 취향이 아니었나. 과대포장 느낌이 살짝나는 소설. 촘촘한 문체가 다가오다가 멀어지다가. 하여튼 독특한 맛이 있다.

 

18. 엄마는 아빠와의 사랑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했다

엄마는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을 둘이 처음 만났던 여름만큼 생생하게 유지했다. 그러기 위해 인생을 외면했다. 때로 엄마는 물과 공기만으로 며칠을 버티기도 했다. 알려진 고등 생명체 중 그렇게 생존이 가능한 유일한 존재로서, 엄마의 이름을 딴 생물종이 하나 있어야 마땅하다. 언젠가 줄리언 삼촌이 해준 얘기에 따르면, 조각가이자 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머리 하나를 그리기 위해 때로는 몸 전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뭇잎을 그리기 위해서는 전체 풍경을 희생해야 한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한계를 지우는 것 같을지 몰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하늘 전체를 다루는 척할 때보다 무언가의 4분의 1인치 정도밖에 안 되는 부분을 다룰 때, 우주에 대한 어떤 느낌을 붙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

엄마는 나뭇잎이나 머리를 택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를 택했고, 어떤 느낌을 붙잡기 위해 세상을 희생했다.     -72쪽

 

 

 

 

 

 

 

 

 

 

 

 

 

 

 

 

 

 내 주변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것도 모자라 요즈음엔 다른 나라들 때문에 심란하고 마음이 시끄럽다. 미얀마, 인도, 홍콩. 미얀마의 신앙심 깊은 사람들의 저항, 인도의 '무능이 무죄한'(황지우) 사람들의 어이없는 죽음들, 야만스러운 중국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홍콩 사람들. 아픈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이 책. 그래도 이런 책은 읽어야 한다. 자칭 단골로서 침사추이의 태국 식당 주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해야 한다.

 

 

 

 

 

 

 

 

 

 

 

 

 

 

 

 

 

저자의 의욕이 과도해서 차분하게 읽히지 않는 책. 아니면 내 속이 복잡하거나... 

 

 

 

이렇게 2021년의 5월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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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1-05-30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nama님, 오랜만이어요.
어제 원주 <뮤지엄 산> 다녀오며 nama님 생각했어요.

nama 2021-05-30 15:13   좋아요 1 | URL
멋진 곳에 다녀오셨네요. 가끔 생각나는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