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술을 부르는 옛 시가 유독 눈에 띈다.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가 늘 내 몸 속에 흐르고 있었다, 는 과장이고 늘 궁금했었다.  제대로 된 책에 대한 열망이 있었는데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새 책을 읽기 전에 기존에 번역된 책을 보면, 피츠제럴드의 영역본을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그럭저럭 갈증을 달랠 수 있었다. 몇 편 읽어보면,

 

 

 

 

 

 

 

 

 

 

 

 

 

 

 

 

30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가나?

부질없는 것일랑 묻지 말게나

한 잔, 또 한 잔, 금단의 술

덧없는 인생을 잊게 해주리

 

54

이런 노력, 저런 논쟁, 시간을 낭비 말라

부질없는 추구야 허망하기 짝이 없다

쓴맛 나는 열매 먹고 슬픔 참느니

잘 익은 포도주로 즐거워하라

 

59

포도주의 절대 논리 ----- 그 앞에서

그 많은 세상 교파 무안당하네

포도주는 최고의 연금술사, 잠깐 사이

납덩이 인생을 황금으로 바꾸누나 

 

 

우선'로버이(루바이)'의 뜻. 4행시라고 불리는 로버이는 페르시아 고전문학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시형으로 1행, 2행, 4행은 각운이 같고, 3행의 각운은 비교적 자유로운 시 형식으로 로버이여트는 로버이의 복수형이라고 한다.

 

 

다음은 새로 나온 책.

 

 

 

 

 

 

 

 

 

 

 

 

 

 

 

 

 

오마르 카이얌 → 오마르 하이염

루바이야트 → 로버이여트

 

명칭이 이렇게 바뀐 건 페르시아 원전을 번역하면서 원음에 가깝게 쓴 것이라고 하는데, 입에 붙으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 워낙 '오마르 카이얌, 루바이야트'가 입에 배었다.

 

 

42

내게 말들 하지, 술 취한 자는 지옥 간다고

허나 그릇된 말이니 마음 둘 필요 없지

사랑하는 자, 술 마시는 자가 지옥 간다면

내일은 빈 손바닥 같은 천국 보게 될 것이리라

 

64

우리가 없더라도 세상은 존재할 것이며

우리는 이름도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네

이전에 우리 없었어도 아무 이상 없었듯

이후에 우리 없더라도 그러할 것이니라

 

93

나 마음에서 학문을 멀리한 적 결코 없었네

명명백백 밝혀지지 않은 비밀 많지 않았네

나 일흔두 해 동안 밤낮으로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았음이 명확해졌네

 

116

하이염이여, 술에 취했다면 즐기거라

달처럼 고운 이와 함께 있다면 즐기거라

세상사 그 끝은 무無인 것이니라

너 지금 존재하지만 없는 것과 같으니, 즐기거라

 

 

대강 페이지를 넘기며 몇 편 읽어보는데도 가슴이 설레인다. 허무주의 같기도 하고, 권주가 같기도 한 시들이 눈에 쏙쏙 박힌다. 세상 다 산 것 같은 노인의 주사 같은 시에서는 시큼한 술 냄새도 나는 듯하다. 그러나 알고보면 이 시를 쓴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1048년 생.20대 중반에 이스파한에서 천문학과 수학을 연구. 이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달력의 모체가 되는 잘릴리력을 완성하고 유클리드 기하학 연구와 2차 방정식의 기하학적, 대수학적 해법, 3차 방정식의 기하학적 해법 등을 발표하여 당대 최고의 학자로서 명성을 쌓음....1131년에 사망.

 

이런 양반이 권주가를 즐겨 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술 얘기가 나왔으니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도 한번 읽고가야겠다. 

 

 

 

 

한 잔 먹새 그려 또 한 잔 먹새 그려. 꽃을 꺾어 술잔 수를 세면서 한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에는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 묶여 (무덤으로) 실려 가거나, 곱게 꾸민 상여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가거나,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에 한 번 가기만 하면 누런 해와 흰 달이 뜨고, 가랑비와 함박눈이 내리며, 솔 솔 바람이 불 때 그 누가 한 잔 먹자고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가 놀러 와 휘파람을 불 때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번역 출처:http://blog.daum.net/hogeol44/5045 )

 

 

대학 때 부전공으로 들었던 국문과의 <가사문학> 시간에 배웠는데 다른 건 다 잊고 유독 이 시만 머리에 남았다. 나도 한때는 술에 쩔기도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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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1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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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07: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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