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848503.html
영화 <남한산성>에 흐르던 음악을 작곡한 사람. 이 사실도 최근에 알았으니 이 분에 대해서 감히 알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거의 백지 상태에서 이 작곡가의 전시회를 보러갔다. 전시회? 이걸 전시회라고 해야 하나?
수조에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파동으로 미세하게 퍼져나가는 물의 흐름, 천장에 매달린 수조에서 연출되는 현란하면서도 원초적인 빛과 물의 세계, 음악이라고 할 수 없는 궁극의 사운드...이런 것들을 전시하고 있으니 전시회는 맞는데 단순하게 전시회라고 하기에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본의 가레산스이 양식의 정원이 내내 떠올랐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모래와 돌 등으로 산수의 풍경을 표현하는 정원 양식으로, 대표적인 곳으로는 교토의 용안사가 있다.
물 없이 물을 상상하는 공간이 가레산스이 양식의 특징이다. 물은 없지만 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특이한 공간이다.
어제 본 류이치 사카모토의 어떤 작품에는 오롯이 물만 있었다. 캐고 또 캐어든다면 이 예술가의 물을 향햔 천착이 이 가레산스이 양식과 닿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제약회사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피크닉'은....멋진 곳이다.
피크닉 입구
피크닉 옥상에서 바라본 하늘
피크닉 옥상에서 바라본 남산 타워.
소리의 끝, 물의 끝, 그리고 빛. 잠시 속세를 벗어나 원초적인 세계에 젖어들다 온 것 같다.
하나 더.
점심 무렵이라 끼니를 해결하고자 이 동네에 있는 허술한 밥집에 들어갔다. 대부분 5,000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의 음식이지만 깔끔하고 맛도 좋았다. 15,000원 하는 전시회 입장권이 무섭다면 밥은 이곳에서 해결해도 좋을 듯하다. 회현역 4번 출구에서 피크닉이 있는 언덕을 향해 올라가다보면 오른편에 있다. 동네분이 적극 추천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