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 가격 대비 여행 기간이 길고,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이 그 기준이다. 이번 여행은 또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남편을 배려한 여행이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우루무치, 즉 실크로드 지역이다.
물건 고르듯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고른 상품이라서 출발 얼마전까지도 모객 상황이 확실치 않았다. 어찌어찌해서 10명으로 이루어진 단촐한 여행팀이 구성되었다. 몇 개의 여행사가 동시에 진행하는 연합상품이어서 그나마 가능한 여행이었다. 흠, 우루무치가 비인기 지역인가?
7박 9일의 여행 일정은 이렇다.
인천-우루무치(1박)-유원(돈황)으로 이동(열차 1박)- 돈황(1박)-하밀(2박)-선선-투루판(2박)-우루무치-인천
우선 실크로드 관련 책.
싶크로드에 관한 책은 시중에 무척 많지만 당장 내 수중에 있는 책은 몇 권 되지 않았다.
일찍이 1980년대 중반 윤후명의 소설 <돈황의 사랑>을 통해 돈황을 알게 되었으나 돈황은 너무나 먼 곳이었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저 소설로만 접해볼 수 있는 세상이려니 했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실제로 1990년대에 돈황에 갔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돈황에 가보기 전에 소설이 먼저 나온 것이다.) 여행가 이지상의 책을 무조건 읽었던 시절에 읽은 책 중에 실크로드 여행기가 있었다. 그분쯤 되니까 갈 수 있는 곳이려니 생각했다. 그리고 잊었다.
그래도 실크로드 관련 책은 이따금 사들였다.
가보지 않은 곳을 책으로 읽는 것은 쉽지 않고 때로 효율성도 떨어진다. 특히 실크로드가 그랬다. 문명교류사의 대가 정수일이 쓴 <실크로드 문명기행>은 사놓고 읽을 엄두를 못냈다. 훌륭한 책이었으나 도저히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읽어도 읽은 게 아니어서 이내 포기하고 말았던 책이었다. 변호사 차병직의 <실크로드, 움직이는 과거> 역시 그랬다. 재밌게 읽은 것은 오로지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둔황>뿐이었다. 소설이니까.(이 소설을 쓴 작가 역시 돈황을 가보지 않고 이 책을 썼으며 나중에야 돈황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니 이런 책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 잘 읽히기 시작했다. 그것도 흥미진진하게. 드디어 저 책들을 재밌게 읽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땅을 밟아본 지역만 그렇다. 그러니 저 책을 완벽하게 읽으려면 아직도 멀었다. 가보지 못한 곳은 읽어도 읽은 게 아니니까.
실크로드에 대해서 (나는) 감히 여행기라고 이름 붙일 글은 못 쓸 것이다. 아무리 가볍게 쓰려고 해도 가슴이 답답해져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꼭지 더 올리게 될 지 모르지만 생각같아선 달랑 사진 한 장만으로 끝낼 수도 있다. 내게는 너무 벅찬 당신이다, 실크로드가.
이 책은 여행 가기 전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으로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읽을 만하다. 단, 친중성향이 매우 강해서 신장위구르인들의 독립성향을 간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