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살구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시큼하고 텁텁하면서 도대체 과일즙다운 촉촉함은 어디에 숨었는지. 그러니 내 돈 주고 사먹기 보다는 대부분 그냥 어디선가 얻어먹은 기억뿐이다. 어쩌다 사먹어도 끝까지 알뜰하게 먹지도 않았다. 살구는 내게 제일 맛없는 과일일 뿐이다.

 

농산물도매시장에 갔더니 살구 한 바구니를 2,000원에 팔고 있었다. 아무리 맛없는 과일이지만 너무나도 저렴한 가격이라 일단 구매의욕이 당겼다.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살구는 집에 도착하니 이놈저놈이 물러터져서 비닐봉지 안에 진물같은 즙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쩌나.

 

잠시 고민 끝에 잼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대강 세척 후 씨를 발라냈다. 씨는 깔끔하게 떨어졌다. 살구에게도 예쁜 구석이 있었다. 씨를 발라낸 과육을 과도로 대충 자른 후 냄비에 넣고 설탕을 퍼부었다. 비율? 마음 내키는대로.

 

한참을 저었더니 되직해졌다. 잠시 식힌 후, 미리 열탕 처리로 살균한 빈 유리병에 담아냈다. 끝.

 

그렇다면 맛은? 감히 말하건대 모든 과일잼 중에서 살구잼이 으뜸이다. 새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구어준다. 살구잼 발라서 토스트 먹을 생각을 하면 아침 식사가 기다려진다. 상큼한 살구잼 덕분에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다. 과일잼에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리.

 

 

위의 사진은 세 번째 만든 살구잼이다. 요즘은 살구가 끝물이라서 눈에 띄기만 하면 일단 사고본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 살구라도 줍고 싶은 심정이다.

 

 

국내산 살구는 맛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외국산은? 외국산이라야 내가 먹어본 것은 북인도의 히말라야 일대에서 먹어본 게 유일한데 그곳의 살구는 확실히 맛이 좋았다. 살구가 맛있는 과일이라는 것을 그곳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살구가 유명한 동네여서 살구로 만든 화장품, 살구잼 등도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히말라야산 살구잼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기억이 없다. 날로 먹는 살구보다 맛이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살구잼이라면 단연 맛이 없는 국내산으로 만든 살구잼이 최고다. 그렇다면 과일잼은 맛이 없는 과일로 만들어야 더 맛있는 건가? 모를 일이다. 히말라야에 가게 된다면 살구잼을 만들어서 비교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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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6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8-07-1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두나 천도복숭아는 좋아하는데, 살구는 맛있게 먹은 기억이 저도 없어요. 하지만 가끔 살구쨈을 먹으면 제가 먹던 과일이 맛을까?하는 생각을 하곤했는데 이렇게 nama님이 직접 만드신 살구쨈을 보니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nama 2018-07-17 07:09   좋아요 0 | URL
그냥 살구와 살구잼은 확실히 달라요. 제가 한번 빠지면 그것만 하게 되는데 올해는 살구잼에 젖어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직접 만든 게 훨씬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