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런던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하마터면 빠뜨릴 뻔 했다.
인도를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2003년) 뉴질랜드에 갔다가 돌아올 때 공항에서 빠져나오니 우리나라 대기가 마치 인도의 대기처럼 뿌옇고 탁하고 답답하게 느껴졌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뉴질랜드는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만큼 물과 공기가 맑고 깨끗한 곳이다. 뉴질랜드에 사는 한인들이 '물과 공기만 좋은 심심한 천국'이라며 그곳 생활의 단순함과 무료함을 자조적으로 표현했던 게 기억난다.
다시 인도를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면 인도에서 돌아올 때는 어떤가. 만물이 뒤섞여 혼잡하고 탁하고 뿌연 인도에서 돌아올 때, 우리나라 공항을 나서는 순간, 대기는 뉴질랜드 만큼이나 상큼하고 맑고 쾌청하게 느껴진다. 안도감이라는 귀국 환영인사를 받는 듯하다.
1993년 여름에 런던에 갔을 때 내 몸이 처음으로 반응했던 무의식적인 동작은 코를 막는 행위였다. 하이드 파크 주변의 주택가를 거닐 때 코를 움켜쥐며 호흡을 조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매우 달랐다. 연일 미세먼지로 답답하고 우울했던 한국에서 런던에 도착한 순간 예전의 런던이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눈이 시원하고 코가 뻥 뚫렸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도 맑고 깨끗했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변덕스러운 날엔 대기는 더 맑고 더 투명했다. 이런 투명한 공기의 질은 예상 밖이었으며 몹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이 분명 선진국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나 할까.
런던에서 돌아오며 인천공항을 나설 때 나는 다시 인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저 공항을 나서면 길거리에서 배회하는 소들과 온갖 종류의 탈 것과 인파로 혼잡한 거리에 들어설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