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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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인 듯 꽃인 듯 날개인 듯 펼쳐지는 무늬를 좋아했다. 반으로 접어 가까이 하기 전까지는 어떤 무늬가 만들어질지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스릴감이 있다. 이윽고 나타난 화면은 와! 라는 감탄사를 이끌어낼 정도로 화려하다. 어릴 적 미술 시간에 좋아했던 기법이다. ‘데칼코마니가 좋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별 것 아닌 소박한 무늬가 별 것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거울처럼 빛내주는 효과 때문이다. 그림에서 배어나오던 공감과 따뜻한 분위기가 마냥 좋았던 걸까.

 

이 책은여자, 존재, 사랑, 이라는 4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책 안에 담긴 문장들에서 수많은 공감을 느낀다. 그것은 작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나의 이야기이자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였다. 담담하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그려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 데칼코마니가 되어 활짝 펼쳐졌다.

고통스러운 감정은 정확하게 묘사하는 순간 멈춘다고 했던가.’(p7) 감정과 느낌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문장은 치열한 고통에 관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쾌한 사이다가 된다. ‘내가 구상하는 좋은 세상은 고통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이다.’(p12)라는 문장은 부드러운 연고가 되어 예전에 말라붙어 흔적으로 남아있는 눈물자국을 솔솔 어루만진다.

삶은 행복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날들로 이루어지는 것’(p10)이라는 문장을 읽고는 박음질을 하듯 매순간을 살아가고 싶어진다.

 

여자라는 본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1.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살아가는 영혼의 고민과 울컥함을 이토록 세세하게 묘사한 책이 또 있을까. 이제껏 읽어본 여성의 삶에 대한 글 중 가장 속 시원하게 서술된 책이다.

스스로에게, 세상을 향해 수없이 던졌던 물음들에 저자는 모든 물음은 질문자의 입장과 욕망을 내포하는 법이다.’(p35)라며 냉철한 시선을 던진다.

결혼 후, 많은 여성들에게이 가져다주는 일상적인 스트레스는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무게감을 지닌다. ‘밥에 묶인 삶, 늘 떠남의 욕망에 시달린다.’(p56), ‘나에게 밥은 (중략) 그 밥을 대체 누가 차리느냐의 문제다’(p67) 남이 차려주는 밥이 가장 맛있어진 나는 맞아, 맞아! 하며 맞장구를 친다.

한쪽의 수고로 한쪽이 안락을 누리지 않아야 좋은 관계다.’(p44~45)는 울컥했던 문장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무심코 가해지는 폭력을 생각한다.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들은 가장 가까워야할 대상과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닌듯하여 씁쓸하다.

중간이나 끝 부분에 삽입된 시의 구절도 좋았다. 1부에서 가장 좋았던 시는 정일근의 <그 후>이다.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 잠시 흔들렸을 뿐이다 / 단지 그것뿐이다뭐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느낌으로 확 와 닿은 행이다.

 

은유라는 작가의 글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글로 만난 존재의 실체가 실재의 모습과 얼마나 근접해 있을지 모르지만, 책 한 권을 통해 개인적인 느낌으로만 감히 판단하건데, 그녀는 존재의 삶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물음을 던진 이이다. 존재라는 물음을 담고 있는 2.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정갈하게 구워진 도자기의 시간이 오롯이 느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덮쳐오는 순간들이 있었다. ‘소낙비를 맞고 나면 우산이 필요 없다.’(p123), ‘나는 삶 외부에서 초월적으로 존재하는 신이 아닌 나의 하루를 모셔야 했다.’(p126) 나의 하루를 모신다는 서술이 지금 이 순간에 서있기까지 통과해온 시간들을 생각나게 한다. 바늘 끝으로 콕콕 찌르는 듯 마음이 따끔따끔하다.

질문을 하는 자에겐 가볍고, 질문을 받는 자에겐 한 없이 무거운 질문이 있다. ‘그 때 왜 그랬니?’무심코 상대의 마음을 아프고도 답답하게 하는 말이다. 누구나 그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을 길을 가는 것이므로. 저자의 한 문장에서 위안을 얻는다. ‘아무도 모른다. 그가 그렇게 된 것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므로.’(p140)

관계에 대한 생각이 신선하다. ‘생의 시기마다 필요한 옷이 있고 어울리는 색과 취향이 있듯이 삶의 체형에 맞게 인연도 변해간다.’(p130) 스스로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멀리 하게 된 인연들이 있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간혹 마음이 묵직했는데 이 말을 곱씹어보니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 같다.

결혼을 했든 안했든,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관계에 대한 갈증이 일 때가 있다. ‘역할이 아니라 영혼이 만나 마주하니 좋았다.’(p162) 그런 사람 한 사람쯤 내 곁에 두고 싶다는 욕심에 살짝 자책감이 들곤 했는데, 이 문장에서 많은 위안을 얻는다. 외적인 모든 조건을 떠난 영혼을 만나 마주하는 좋은 느낌. 언젠가 그런 영혼을 만날 수 있을까.

나를 옭아맨 테두리를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가슴 뛰는 두근거림으로 급하게 만남의 장소로 향하던 몇몇 순간이 기억난다. ‘누구를 만나고 싶은 자가 아니라 어디로 떠나고 싶은 자가 달린다.’(p163) 생각해보니 그랬다. 만날 사람을 보고 싶은 마음보다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장면이 있었다.

 

3부는 사랑이라는 의미를 다룬다. 꽤 오랜 동안 삶의 목적이 사랑이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때 했던 수많은 고민들을 회상해본다. 책에서 다룬 이야기들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아쉽게도 뭔가 채워지지 못한 느낌이 있다. 다른 3개의 주제에 비해 내 마음과 접점으로 만나 크게 울리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일이라는 가치를 말한 4부에서는 경계하고 추구해야 할 삶의 자세를 배운다. ‘돈의 쓰임이 곧 삶의 자세이다.’(p237)라는 문장을 읽고 나서 소비 생활이 조금 더 과감해진다.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선물을 할까 말까, 책을 구입할까 말까 망설였을 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지침서가 되었다.

난 그것을 늙음의 징조로 본다. 살지 않고 삶을 판단하는 것.’(p242) ‘사회적 약자는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무리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몸으로 겪었다.’(p280) 항상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문장이다. 젊거나 어리다고해서, 이만큼 살아왔다고 해서 그 어떤 삶도 쉽게 단정 짓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일이다.

4부에서는 삶의 깊이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시도 만났다. 이영광의 <헌책들>(p244~245)과 김수영의 <구름의 파수병>(p271~272)이 기억이 남는다. 그들의 시를 읽고 나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겸허해진다. 내가 걸어가야 할 삶의 방향을 곰곰이 생각한다.

작가는어떻게 할까는 누구와 할까의 문제로 풀면 낫더라는 것.’(p295)을 배웠다고 했다. ‘누구와의 범위를 좀 더 넓혀본다. 책을 통해서 얽힌 문제들을 풀어가는 것도 괜찮겠다. 이 책을 통해 평소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답을 많이 얻었으니까. 내 삶에 대한 답은 물론 내게서 나오는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답을 조금 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한 권의 책은 끊임없이 치열하게 세상과 싸우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가 보여주는 삶은 점점 투명해져서 나의 삶도 투명한 공감으로 울린다. 책 표지의 그림이 마음에 남는다. 스스로 혹은 타인의 뒷모습도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뒷모습을 보이고 앉아있는 이는 속옷만을 입고 있다. 속옷만 입고 있을 수 있는 장소는 자신의 민낯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의 민낯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투명한 풍선은 약해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시에 묘사된 연약한 속살에 단단한 씨를 숨기고 있는 앵두처럼 단단한 무언가가 담겨있을 것 같다.

세상에는 무수한 삶이 있다. 이 말은 세상에는 무수한 아픔이 있다는 뜻이다. 알고 싶은. 그러나 알 수 없는. 그래서 보고도 모르는.’(p174)

내 삶을, 내가 바라보는 주변의 삶을 투명하게 만들고 싶어진다. 물기어린 삶들이 만들어내는 흐릿한 유리창을 조용히 닦아 투명하게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을 읽고 데칼코마니를 떠올리는 누군가의 삶을 상상해본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타

p5 7번째 줄 : 부끄러운 일었다. 일이었다.

p83 밑에서 7번째 줄, p161 마지막 줄 : 베시시 배시시

p105 마지막 줄 : 젊은들이 젊은이들이 또는 젊음들이

p213 밑에서 2번째 줄 : D, E. F EF 사이에 쉼표가 와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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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0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무수한 아픔 전부를 아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을 것이고, 절대로 나타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있는 어두운 면을 보면서 살아가는 일은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니까요. 그래서 ‘보고도 모르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냥 ‘알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살아가는 자세가 좋은 것 같아요. ^^

나비종 2017-01-08 18:2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알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고통받는 마음들에게는 많은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caesar 2017-01-1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 오타를 바로잡아주셨으니 제가 발견한 오타도 한 줄 추가하고 싶어요.
121페이지 7 번째 줄 : 누렇게 곰팡이 쓴 말들과 → 누렇게 곰팡이 슨 말들과

나비종 2017-01-15 14:23   좋아요 1 | URL
헉! 나름 오타에 대해서는 매의 눈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정한 고수가 계셨군요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aesar 2017-01-15 14:27   좋아요 0 | URL
고수라는 말씀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저도 오타에 민감한 터라, 먼저 발견해 주신 것이 감사해서 저도 숟가락을 얹어봤습니다.ㅎㅎ

나비종 2017-01-15 14:36   좋아요 1 | URL
어릴 적부터 숨은그림찾기를 즐겨하며 내공을 키워왔고, 아 다르고 어 다름을 깨우친 후로는 오타의 빈도 수가 남친의 고유 덕목 중 하나로 자리잡아왔습니다만ㅋㅋ
오타에 민감한 분을 글로 만나니 너무 반갑습니다.^^
 
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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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웠다. 바싹 말라버린 낙엽처럼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자니 으스스 한기가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는 무서웠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감성이 소설 밖으로 튀어나와 우리 사회의 바탕으로 채색될 것만 같아서.

 

무채색을 연상케 하는 소설에서 나는 무성 영화 한 편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그냥 웃겼던,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뒤뚱거리며 눈에 띄는 무엇이든 두 손으로 조이는 모습에 가벼운 코미디 영화려니 여겼던 영화 <모던 타임즈>. 영화가 전하려 한 메시지를 깨닫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을 지나서였다. 제대로 된 해석과 함께 듣게 된 의미는 전혀 다른 영화를 접한 듯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공장 노동자로 나사 조이는 일을 하며 거대한 기계의 한 부품으로 전락해버린 주인공 채플린은 자본주의의 체제 안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제작된 시기는 1936년이다. 그로부터 80여년이 지났건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인공 지능을 가진 새로운 로봇이 등장한다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인간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져간다는 조바심을 지울 수가 없다. 과학과 체제의 발달 속에 인간의 존재는 하나의 부속품으로 함몰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소설이 주는 느낌 역시 영화와 비슷한 패턴을 그린다. 처음에는 술술 읽히고 주인공의 엉뚱한 생각에 피식 웃음이 담겼던 책장이 후반부로 갈수록 느리고 무겁게 넘어간다.

편의점 알바로 살아가는 서른여섯의 주인공 후루쿠라. 그녀의 신체 리듬부터 모든 생활 패턴은 편의점의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버린다. 편의점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 그녀에게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감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식사를 먹이라고 표현하는 모습이 날카롭게 아프다.

 

틈만 나면 우리 시대가 조몬 시대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시라하 씨와 함께 그녀는 소위 비주류에 속하는 인물이다.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p98) 섬뜩한 문장이다. 주류는 옳고, 비주류는 그렇지 않은 것인가. 바람직한 삶이란, 보통의 삶이란 무엇인가. 나와는 다른 삶이라고 타인의 삶을 배재하고 비난하고 간섭할 권리가 있는가. 나는 주류일까, 비주류일까. 안정적이라고 믿어왔던 삶에 대한 기준이 살짝 흔들린다.

 

인간의 ()’이란, 서로 기댈 수 있는 존재여야 하고, ‘()’이란, 그 사이에 흐르는 따스한 감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삶은 인간다움으로부터 얼마나 가까이 근접하여 나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자신 있고 경쾌하게 답변하지 못하겠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다른 사람들의 삶 역시 소중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의미 있는 무거움을 준다. 인간은 무거운 존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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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2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세운 기준의 세상인지 , 또 뭐가 옳은 삶인지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 제대로 리뷰 해봐야지 ㅡ 하면서 , 미루고 있어요 . 일단 농담처럼 써놓은걸 괜히 성급하게 정리했다고 ..후회했네요 . 오래 오래 생각하게하는 책였어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12월 남은 날들도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굿굿하게!^^

나비종 2016-12-26 21:54   좋아요 1 | URL
독서모임에서도 꽤나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어요. 급하게 감상문을 쓰느라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절반 정도만 파악한 듯한 찜찜함이 있지만, 모임 속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예요.
시스템과 관계요. 제 감상문에서는 주로 시스템을 말했지만, 편의점 밖에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들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라구요. 과연 보통의 삶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제 삶을 비추어보았을 때, 어떤 면에서는 비주류인 부분도 있는데, 다른 이들은 어떤 걸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님도 행복하고 편안한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장소] 2016-12-27 08:26   좋아요 0 | URL
그쵸~ 다시 한번 읽어볼까봐요 . 워낙 순식간에 읽히고 그러니..찜찜한 게 뭔지 다시 한번 짚어가며 읽어봐야겠어요. 시스템 ㅡ관계 .
음 ㅡ 그럴듯 해요 . 저도 거기서 많이 벗어나진 못한 생각였던거 같고요 .ㅎㅎㅎ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 독서 모임에서 그 얘기들 들어보면 참 좋을것 같아요. 다양흔 생각들이 ..나올텐데~^^

나비종 2016-12-27 19:30   좋아요 1 | URL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통된, 혹은 다른 생각들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언제 생각해도 가슴 뛰는 일입니다.^^

[그장소] 2016-12-27 20:09   좋아요 1 | URL
아..각별한 소통이 될거같아요 . 이 북플위 순기능이 워낙은 그런 시스템 였을텐데 ..싶기도 하고요!^^ 좋은말씀 감사해요!^^

cyrus 2016-12-27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비종님이 우직하게 글을 쓰신 회원들 중 한 분으로 생각합니다. 나비종님이 올해 서재의 달인, 북플 마니아에 선정되지 못한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너무 조용한 서재는 서재의 달인 선정에 불리하다고 생각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나비종 2016-12-27 19:37   좋아요 2 | URL
서재의 달인에 선정된 것 이상으로 기분 좋아졌는 걸요ㅎㅎ
후반부에 일도 바쁘고, 12월에는 3주 이상 감기로 개고생을 하는 바람에 글쓰기와 책읽기를 다소 게을리했더니ㅋㅋ 올해는 cyrus 마니아로 만족하려고 합니다.선정해주실거죠? ㅎㅎ (이런! 어디서 되도 않는 애교질을^^;)

cyrus 2016-12-27 19:49   좋아요 1 | URL
저는 나비종님의 서재에 댓글을 많이 남긴 나비종 마니아입니다. ^^

나비종 2016-12-27 20:01   좋아요 1 | URL
가.장. 이요~^^ 제 모든 독서 통계의 맨 앞에 계시는 분입니다. 가뭄에 난 콩나물 대가리같으신. .ㅋㅋ=33
 
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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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한 편의 영화에서였다. 시에 관심이 가던 시기였고 시인의 삶이 궁금했다. 배우 강하늘이 나온다는 것만 알고 별 기대없이 혼자서 조조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고, 주인공의 마지막 한 마디 !’는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뭉클한 느낌으로 한참을 맴돌았다. 그와 함께 알게 된 배우 박정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더불어송몽규라는 인물도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윤동주 못지않은 비중으로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그가 안고 있던 세계는 박정민에 의해서 구석구석 세밀하게 표현되었다. 주인공이 두 명인 영화 동주는 이렇게 한 명의 배우를 새롭게 각인시켜 주었다.

 

책을 선택하기 전에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다. 혹시 자기 자랑만을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협소한 글은 아닐까. 내 시간과 돈을 들여서 굳이 다른 사람의 삶을 구경하는 관람객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산문집을 그리 선호하지 않게 된 요즘이었다. 영화가 주었던 여운이 마음속에 잔잔하게 남아있었기에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저런 연기를 하는 사람은 어떤 글을 쓸까.

 

20136월부터 20168월까지 4년간 topclass라는 잡지사에 연재한 칼럼들이다. 한 달에 한 편꼴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주변에 이르기까지 삶의 소소한 풍경들이 담겨 있다. 치열하면서도 경쾌했다. 톡톡 튀는 문장에 미소가 지어지다가 썰렁한 농담에 큭큭 대기도 했는데, 매번 칼럼의 마지막에는 왠지 모를 여운이 뭉클하게 남았다. 영화 동주가 주던 느낌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글을 읽으면서 자꾸 뭔가를 하고 싶었다. 영화 동주의 제작 과정에 관한 글 <>을 읽을 때에는 나도 여러 사람들과 뭔가를 같이 하며 끈끈한 동지애를 느끼고 싶었다. <상실의 시대>에 얽힌 일화는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강박>에 대한 글은 내게도 있는 정리 벽을 생각하며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 사무실의 내 책상에 키 순서대로 정렬된 종이와 책들, 욕실에 키 순서대로 상표가 앞에 가게 놓여있는 샴푸, 린스, 바디 클린저 통을 생각했다. 배우라는 그의 직업상 영화와 연기에 대한 글이 많이 등장하는데, 생소한 분야의 이야기가 왜 그리 공감이 되던지. 그가 있는 삶의 자리에서 묘사한 이야기들은 나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될 만큼 일반적이었고 설득력이 있었다. 담백한 에너지바를 먹고 마음을 충전한 듯한 기분이 들어 개운하게 마지막 장을 덮었다.

 

글을 말로 옮기는 일을 하다가 말을 글로 옮기고 싶어졌다.’(p11) 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교과서에 나와 있는 글을 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을 글로 옮기고 싶어졌다는 말에 공감했다. 가끔 나와 주변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그런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평소 내가 말로 옮기는 글은 다른 사람의 생각인 셈이니.

 

솔직한 심리 묘사와 간결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계속 도전하며 열심히 살아가려는 모습이 좋았다. 자기 자랑이 없으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갖는 자신감이 좋았고, 뭔가를 하고 싶어지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표현 방식은 웃기지만 결코 우습지 않았다. 모든 칼럼의 마지막 부분에 담겨있는 삶에 대한 긍정은 많은 위안을 주었다. 다 잘될 거라는 내용으로 결말을 맺는 문장은 따끈한 호빵을 먹은 듯이 든든하고 훈훈한 마음을 안겨주었다.

 

글은 곧 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믿는다.’(p186)라 말하는 그의 글에는 박정민이라는 사람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그가 궁금해졌다. 이런 책을 쓸 만한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쓸 만한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 그가 조금 더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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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책 읽기 - 여자들의 책 읽기 책 속의 여자 읽기
안미선 지음 / 이매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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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엄마, 모자 샀어? 이쁘다!”지난 토요일,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커플티를 사드리려고 부모님을 만났다. 멋진 자주색 모자를 조금은 어색한 듯 쓰고 나오신 어머니. “머리가 자꾸 빠져서 샀어. 괜찮니?”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인가. “너무 멋져! 하나 더 사 줄까?”5만원도 넘는다고 비싸다며 손 사레를 치신다. 딸의 반응에 기분이 좋으신 지 배시시 웃음이 맑다.

 

<여자들의 책 읽기, 책 속의 여자 읽기>란 부제가 달린 모퉁이 책읽기에는 여자들의 삶이 등장한다. ‘모퉁이에게 날갯짓하다, 경계의 문턱 너머, 모퉁이 길을 품다, 모퉁이에서 만난 세상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안에는 공통적으로 여자가 있다. 다양한 책들을 소개한 리뷰이면서 저자 주변과 세상의 풍경을 묘사한 수필의 냄새가 강하다.

책을 읽으면서 답답했고, 화가 났고, 외로우면서도 따뜻했다. 모퉁이에 있는 책 속의 여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자기 소리를 낼 수 없거나 소리를 내는 방법조차 모르는 존재이다. 굳어져가는 어깨처럼 화석화된 구조 속에서는 가운데로 나아가 자신의 말을 외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퉁이를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담겨있다.

 

<엄마의 세월, 여성의 시간>은 제목만으로도 울컥하다. 기억 저편에 계신 젊은 시절의 어머니로부터 며칠 전에 뵈었던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펼쳐지며 겹쳐진다. 더듬어보면 뭔가를 하고 싶다거나 갖고 싶다거나 어머니의 욕구를 단 한 번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늘 가족을 위하던 어머니의 삶 속에서 모퉁이로 내몰려졌을 여자로서의 삶을 생각한다.

 

주변에 순응하며 살아왔던, 주로 구석을 찾아다니던 내 모습도 떠오른다. 목소리가 없고 바보스럽기까지 했던 나는, 저자의 말에 작은 위안을 얻는다. ‘모퉁이의 함정은 고립이고, 모퉁이가 줄 수 있는 축복은 연결이다.’(p8)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고, 이런 글을 읽고 공감하는 여자들이 조금씩 자기 소리를 내다보면 또 다른 연결 고리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책에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혼자라고 느낄 때 내 앞에서 유일하게 마주보는 친구가 책이었다.’(p7) 마주보는 친구라니! 책이란 대상을 마주보는 친구라고 여겨본 적은 없었는데. 책을 마주하고 그 안에 담긴 글을 읽어가는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볼 수 있으니 어쩌면 거울과도 같이 나를 비추고 위로를 주는 존재일 수 있겠다.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저자와 나 적어도 두 명은 같은 마음이라는 말이니까.

 

힘들었고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싶은 생각이 온통 머릿속에 가득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을 넘어왔기에 내 몸에 켜켜이 쌓인 경험들이 굳은살이 되어 그만큼 나를 강하게 했으리라 믿는다. ‘결국 우리가 살아낸 시간이 우리의 책이 된다고 믿는다.’(p9) 이제 조금씩 나의 목소리를 내야할 때가 다가오는가 보다. 이런 글을 읽고, 여러 문장에 공감하고,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다시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면.

혼자서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이번 겨울에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려 한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적고 하나하나 실천해보려 한다. 그 과정에서 다가온 느낌과 생각을 나의 목소리로 조금씩 말하고 싶다. ‘우리의 느낌과 생각을 우리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p110)고 말한 저자처럼.

 

어머니는 식사하시는 내내, 옷을 입어보러 탈의실로 들어가시는 순간에도 모자를 벗지 않으셨다. “엄마! 다 갈아입었어?”얼핏 탈의실을 들여다본 순간,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 윗머리가 생각보다 더 많이 훵하다. 마음이 짠하다.

매장에서 나오니 첫 눈이다. 아이처럼 마냥 좋아하시는 어머니.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머니의 모자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이뻤는데, 너무 이뻤는데, 이뻤던 만큼 마음이 아팠다. 소녀처럼 예쁜 털모자를 사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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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2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

나비종 2016-11-28 21: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말씀 전해드릴께요ㅋㅋ 11월 27일, 어제이셨거든요^^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죽음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흰 색이 적절할까, 검은 색이 적절할까?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옷을 입은 직장 동료를 마주한다. 아버지를 잃은 눈이 슬픔을 넘어 처연하다. 젖어있는 흰 자위에 검은 눈동자가 탁한 듯 맑아 보인다. 오래 전 우리의 선조들은 죽음의 자리에서 흰 소복을 입었다. 그렇다면 죽음은 흰 색과 가까울까, 검은 색과 가까울까?

 

한강의 소설 <>은 죽음을 흰 색으로 묘사한다. 제목만 보고 흰 색 표지만 보고 깨끗하고 맑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하며 책장을 넘겼다가, 먹먹한 마음을 안고 마지막 장을 덮게 되는 책이다.

전체적으로 주인공 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스물세 살의 엄마가 낳았다 두 시간 만에 죽어버린 언니의 죽음이다. 하얀 배내옷이 수의가 되어버린 아기의 죽음을 전해들은 는 배내옷과 수의 사이에 펼쳐질 수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펼친다.

1에서는 내 시각에서 바라보는 흰 것들에 대한 사유가, 2그녀에서는 그 때 태어났으면 내가 존재하지 않았을 언니의 시각을 상상하며 이끌어간 흰 것들이 있다. 3모든 흰에서는 그녀로 일컬어지던 주인공의 언니가 당신으로 지칭되며 그녀와 나의 이야기가 마무리하듯 서술된다. 소설인 듯 수필인 듯, 산문인 듯 시인 듯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서술 방식은 소설에 흐르고 있는 흰 것의 상징과 어쩐지 닮아있다.

글을 쓸 때에는 반복을 경계한다. 같은 의미라도 그것을 표현할 다른 낱말을 찾아 대체하려 한다. 어떤 단어나 문장을 반복한다는 것은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죽지마라 제발’(p21 배내옷, p36 빛이 있는 쪽, p38 그녀, p128 작별)이다. 언니가 죽지 않았기를, 자신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존재가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탕화면처럼 주인공의 마음에 깔려있다.

찬란한 컬러 사진이 등장했을 때 한동안 흑백 사진이 볼품없어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사진이 고급스럽고 우아해 보인다. 흑과 백을 사이에 두고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채도로도 무언가를 표현해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흑백 사진에는 그 미묘한 색감의 차이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소설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있는 차미혜 미술가의 흑백 사진이 글과 잘 어우러진다. 눈인지 별인지 얼핏 보면 구별이 되지 않는(p102~103)사진이 가장 좋다. 한낮에 펑펑 내리는 눈도 벅차지만, 한밤중에 펑펑 내리는 눈은 별이 쏟아지는 것 같아서 더욱 포근하다. 별의 본질은 스스로 타는 천체이니 뜨거운 별이 쏟아지는 느낌이라서 일까.

 

한글 문서를 작성하며 글자색을 바꾸려 할 때 간혹 묘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하양을 클릭하면 ‘RGB 255, 255, 255’, 검정은 ‘RGB 0, 0, 0’으로 뜬다. 흔히 흰 색은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데, RGB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숫자라니.

초등학교 때 물감을 사용하며 여러 색이 겹쳐질수록 어두워지는 장면만 보다가, 빛의 3원색을 배우고 나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겹쳐질수록 점점 환해지다 모든 빛이 합쳐지면 흰 빛이 된다는 사실이 모순처럼 느껴지면서도 놀라웠다.

흰 색의 물체는 부딪히는 모든 종류의 빛을 반사한다. 그 빛들이 합쳐져서 우리 눈에는 흰 색으로 보인다. 어떤 종류의 빛도 허용하지 않으니 흰 색은 그런 면에서 차갑다. 반면, 검은 색은 모든 빛을 흡수하여 우리 눈에 도달하는 빛이 없어 검게 보인다. 그런 면에서 검은 색은 따뜻하다. 그런데, 어쩐지 검은 색은 차갑게 느껴진다. ‘차가운 어둠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빛이 있는 낮이 따뜻해서 그런 걸까, 늘 빛과 공존하는 색이라서 일까. 흰 색은 차가우면서 따뜻하다고 표현하는 게 적당해 보인다.

 

작가의 말을 연상케 하는 서두에서 강보, 배내옷, 소금, , 얼음, , ,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p9~10)라는 단어들을 나열한 작가는 독백처럼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단어들을 들여다보는 일엔?’(p10)이라 내뱉는다. 잠시 작가의 마음이 되어본다. 그녀는 흰 색 죽음을 통한 깊은 사유의 치열함 끝에 삶을 매달고 싶던 것은 아니었을까.

빛의 본질에 대해 알게 된 후로 흰 종이에 검은 펜으로 글씨를 쓸 때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 펜으로 쓰는 글이 모든 것을 반사하는 흰 종이 위에 따뜻함을 꾹꾹 불어넣고 있는 장면을. 검은 펜으로 쓰는 글은 어쩐지 따뜻한 마음의 숨결을 담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끄러미 표지를 바라본다. 헝겊처럼 보였던 표지의 배경이 배내옷이며 수의였음을 깨닫는다. 검은 글씨로 쓰인 이란 제목을 바라본다. 삶과 죽음이 동시에 담긴 소설의 내용을 생각한다. 작가와 나 사이에 경계처럼 놓인 책을 바라본다. 갑자기 흘러나오는 찡함이 내게서 온 건지 책에서 온 건지. 모든 경계에는 찡함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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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13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나미 검정색 펜을 흰 종이에 쓰면 똥이 생겨서 오래전부터 잘 안 쓰게 됐어요. ^^;;

나비종 2016-11-13 21:01   좋아요 0 | URL
한동안 나의 친구(mon-ami)였는데 말이죠ㅎㅎ
필기감은 ㅈㅌㅅㅌㄹ이 정말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