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이 깨졌다.
그러니까..... 이게 다 cyrus님 때문이다.
셜록 홈즈 페이퍼를 본 순간 나도 홈즈가 다시 보고 싶었다.
나는 황금가지 초반 전집판 하나를 가지고 있을 뿐인데, 그렇게나 여러 번역판이 있는줄 미처 몰랐다.
셜록 홈즈는 대개가 그렇듯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사람 중 하나인데 덕질까지는 이르지 못한터라 뭐 전집 하나 가지고 있음 되는거지 이랬을 뿐이다.
견물생심... 견페이퍼생심이라고, 주석달린 셜록홈즈판을 사고 말았다.
게다가 지젝의 [헤겔 레스토랑] 서문에서 나온 '짖지 않은 개' 가 도대체 어떤 단편에 출현하는지 궁금해하다가 찾지 못했는데 이번에야 알게 됐다.
펭귄클래식의 [주홍색 연구]에 붙은 이언 싱클레어의 해석에 이 얘기가 언급된다.
더불어 주석에 '부정추리'라는 개념과 함께 소개되었다.
지젝의 [헤겔 레스토랑]도 꺼내놨는데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것도 들여다봐야 하는데 ....
여튼, 문제의 '짖지 않는 개'는 [셜록 홈즈의 회고록](주석달린 셜록홈즈 1)에 수록된 [경주마 은점박이](황금가지판은 [실버 블레이즈](셜록홈즈의 회상) 에 나온다.
우승확률 0순위 은점박이가 실종되고 말을 돌보던 감독은 사체로 발견된다.
사건이 일어난밤, 개는 짖지 않았다. 홈즈는 "그게 바로 이상한 일이다 That was the curious incident"고 지적한다.
이게 뭐? 어쩌다 지젝에게까지 걸려서...
셜록 홈즈를 보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원점회귀]로 뜬금없이 옮겨가 읽고 있다.
쉬어가고 싶다.
토마스 만에 짓눌려 심신이 피곤해져버렸다 ㅋㅋㅋㅋ
주석달린 셜록 홈즈의 Vol.3은 북폴리오에서는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영문판 세권을 가지고 있으면 그럴듯하겠는데,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서 포기했다.
그래도 눈에 아른거린다. ......
존 르 카레의 추천사는 담백하면서도 팬의 마음이 배어 있다. 홈즈와 왓슨의 버디가 없었다면 조지 스마일리와 피터길럼도 없었을 거라는 말은 이 주석달린 홈즈를 읽지 못했다면 미처 몰랐을 얘기다.
조지 스마일리와 피터길럼의 카밀라 3부작 중 아직도 [오너러블 스쿨보이]는 번역되지 못했다.
끝내 나오지 않으려냐....
카레의 '매니아'로서 안타깝다.
굵직굵직한 저작들이 여전히 많이 나오고 있고 읽고 싶은 책들도 많아서 주체할 수 없는데, 읽어야겠다고 도서관에서도 빌려다놓고 구입도 해놓은 채, 막상 손에 드는 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다. 셜록 홈즈, 레이먼드 챈들러의 책, 그리고 존 르 카레의 책들...
머리를 쉬어가며 마음을 추스르고 싶을 때 종종 하는 짓이다.
유발 하라리의 새 책 [호모데우스] 전에 아직 [사피엔스]도 읽지 못했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도 아직 접해보지 못했는데, 로쟈님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출간된 자신의 저서들 중 마지막에 읽어달라던 [세컨드 핸드 타임]을 먼저 읽으려 중고 구입해놨다.
샤르트르 저작을 정작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국내 학자들의 연구총서로 나온 [사르트르의 미학]은 갖고 싶다.
학자들의 연구서인데 표지가 만만해(?) 보이지 않는가. 이런 연구 글들이 굉장히 재밌는데 왠지 믿고 싶다.
토마스만 연구서 [전설의 스토리텔러, 토마스만] 역시 국내 토마스만 연구자들의 글들 모음집인데 굉장히 재밌다.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입문서처럼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이 기세를 몰아 국내 독일문학연구자들의 [한국 교양인을 위한 새 독일문학사]도 읽어야 할 목록에 넣어뒀다.
읽어야 할 것 천지인데 자꾸만 읽고 싶은 책들이 나오면 어쩌자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