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소송]을 읽고 있다.
기막힌 소설이다.
카프카 연보에는 1914년에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나오는데 처음엔 주인공 K가 고용주의 금고에서 돈을 훔치는 것으로 '죄'를 설정했다고 한다.(카프카 :변신의 고통,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아마도 그런 설정을 계속 이어갔다면 이 소설이 이렇게까지 걸작이 되지는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주인공 K는 어쨌든 혐의도 모른 채 어느날 들이닥친 감시원들에게 체포되고 이어서 소송이라는 조그만한 원을 돌고돌게 될 운명에 처한다.
아주 ㅈ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얼마나 ㅈ같은지 읽다보면 깊이 공감하게 된다.
빌헬름 엠리히가 말하듯 그것이 결국 '법정으로서의 삶' 때문이든, 그 직업, 일에 종속된 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끊임없이 무죄를 주장하려는 자의 인식의 한계 때문이든 어쨌든 읽다보면 공감하게 된다.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세계를 카프카는 그리고 있다.
그 세계가 아주 특별하고 유니크하다.
읽어나가는 구비구비마다 상상을 벗어나는 상황, 인물, 행동에 맞닥뜨린다.
거기에 어디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공간을 도저히 구획해서 정리할 수 없는 카프카다운 공간들.
문, 창문은 어디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화가 티토렐리의 아틀리에에서 맞닥뜨리는 장면들은 정말 대단하다.
침대위를 밟고 지나 가야 하는 밖으로 향하는 문, 그 문을 들여다보다가 K는 반전을 만난다.
어렸을 때 카프카의 세계는 난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면, 이제야 비로소 카프카를 온전히 좋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카프카의 세계를 알지 못한 채 만나왔던 것인지, 새삼 고전의 위대함을 생각한다.
카프카는 꼭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