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오후부터 눈이 펑펑내렸다.
아주 오래전부터 별다른 길이 없을거라는 생각으로 결정한 일이지만 막상 닥치고보니, 아니 다른 길도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건 마음이란 그런건가보다 싶을지경이다. 최선을 선택한건지 알 수 없다.
어젯밤 짐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피곤에 절은 몸을 뉘우면서..내가 무슨짓을 한것인가 놀라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책들은..전적으로 짐이었다.
이제사 책상자들 목록이며 카메라로 찍어둔 것들을 보며 어디에 뭐가 있는지 리스트를 만들 생각을 했지만, 당분간 책을 보기는 힘들것같다. 책만 아니었다면 아주 수월한 이사가 됐을 것이다.
책짐 싸느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다.
읽은책과 읽지못한책, 읽다 중단한책으로 크게 분류한뒤 다시 세부로 분류해서 상자에 넣을걸 그랬다.
괜히 나름 분류한답시고 했더니 나중에 지쳐버렸고 결과적으로 이도저도 아닌 짐이됐다.
여기엔 책장을 놓을수도 없다.
책을 정리해 꽂아둘 공간하나 없는 이곳에서 과연 나는 얼마나 잘 적응하며 정신 망가지지않고 살아갈 것인가.
아,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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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2015-12-17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저두 그랬답니다.

포스트잇 2015-12-17 05:56   좋아요 0 | URL
앗, 같은 경험을..;; 책짐의 경험이신지..,일종의 아득함을 느끼신 경험일지 모르겠지만 동지적 느낌같은 느낌이랄까요ㅎㅎㅎ
온갖 짐들로 어질러지고 꽉차있는 공간에서, 문득 하루키의 세상의끝..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문짝도 떨어지고 착실히도 망가진 집에서 투르게네프의 [루진]을 읽던 주인공이 떠올랐답니다..아마 혼자였다면 저도 루진을 읽었을 겁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