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SF.

동양권 최초 휴고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는데,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고 소세키 작품들을 먼저 읽는 통에 계속 미뤄졌다.

겨우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3페이지만에 아, 지금 당장 읽을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응용과학자로 나노소재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주인공 왕먀오에게 군인 두명과 경찰 두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중 스창이라는 경찰은 날카롭지만 무례한, 어찌보면 전형적인, 까칠하지만 자기 일에서만큼은 철두철미한 전문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에 대해 두명의 군인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 왕먀오를 앞에 두고.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모양이야."

이렇게 한 사람이 묻자,

"악명 높잖아, 몇 년 전 인질 사건 때도...." 주절주절...

정보를 흘리는 대화를 떡하니 나누는 것이다.

스킬이 뛰어나진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선입견이 생기고 만다.

그렇지만 읽어볼만한 이야기가 담긴 것 같긴 하다. 주나라 시대와 인물을 사이버게임으로 불러오며 시작하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지만...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관계로 나중에 읽을 거리로 돌려놨다.

한때 미스테리소설, 특히 범죄스릴러 장르와 탐정물을 꽤나 좋아하고 많이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새 요사이는 장르소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클래식으로 상찬되는 소설들도 많이 읽지 못했고 읽은 작품들 중에는 어린 시절에 읽었던 것들이 많아서 읽어본 적 없다는 듯이 완전 새 책 읽듯이 읽어야 하는 건데, 책은 길들여지는대로 읽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SF가 잘 들어오지 않는 건 어떤 일종의 타고난 SF적 감수성이나 감각이 없는 바에야, 길들여지지 않을만큼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소설을 아직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은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번역출판된지(2012년) 3년이 지나고 있건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일까. 도서관에 여러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빌려보기 어려울 정도로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책이다. 이쯤되면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구입해서 볼까..한때 게이고의 팬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끊어졌다. 참 알 수 없는 사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소세키 소설들이다.

예전에 소세키를 읽을 때는 일본작가답게 소소하고 일상적인 사건들을 담담하게 전개하면서도 심리묘사들은 본질을 건드리는 것 같고 참으로 현실적이어서 인상적이다고만 생각했었다.

예전에 분명 읽었던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리는 책을 다시 읽거나([마음]), 미처 읽지 못했던 작품들을 챙겨서 읽어나가고 있다.

소세키를 좋아하는 사람들, 하루키가 있었고, 강상중 교수가 있다. 또 누군가가 있겠지만 아직 다 살펴보지 못했다.

하루키는 20대에 읽었던 [문]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적이 있고, 강상중 교수는 아예 [마음]의 뒷부분을 창작하는 팬심의 일단을 실천하기도 했다. 집필 순서대로가 아니라 닥치는대로 읽고 있지만 소세키는 정말이지 꼭 읽어야 할 작가라고 생각한다.

소세키는 고작 1905년부터 1916년 사망시까지 약 10여년 활동한 작가다. 문학론과 에세이들, 그리고 십수편(장편 14작품)의 소설을 집필했다. 장편 14작품 정도는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조선의 패망을 관통하는 시대동안 소세키에게 문명과 국가와 개인의 문제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도 관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게 그럴 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강상중은 소세키의 주인공 인물들의 특징을 '과잉된 자아'를 안고 사는 인물로 정의한다.

과연 그렇다. 과잉된 자아로 자신만의 성을 쌓아가며 사는 당대 지식인의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다.

[도련님]은 초기작인데, 여기에는 예민함에 베일 것 같은 젊은 인물 '나'가 등장한다.

이런 '나'들의 변화 또는 변하지 않는 것 같은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가 될 것이다.

시바타 쇼지의 [다시읽기]는 읽을만했고 다시 생각해볼만하다.

쇼지는 소세키와 하루키의 공통점을, 첫째, 외국생활을 통해 일본을 타자화한 점, 둘째, 작품에 드리우는 폐쇄감, 셋째 문단과 무관한 작가, 넷째, 시대를 뛰어넘은 문장가로서의 면모를 들고 있다.

또한 국가와 개인, 모던이라는 주제를 놓고 두 작가를 비교하는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좀더 흥미를 끈건, 소세키에게 텅빔, 쓸쓸함이 하루키에게서도 공통된다는 점를 해석해나가는 대목이다.

하루키의 초기 3부작(흔히 쥐3부작)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태엽감는 새],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와 [1Q84]를 보다 집중해서 분석한다. 다시 읽어보고 싶다.

두 작가의 작품을 따라가다 읽어보면 돈이나 사회적 폭력 속에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고민해봄직하다는 건 쇼지 보다는 강상중교수가 더 강조한 것이다.

 

생각이 뿔뿔이 흩어지는 일이 잦아져 책을 집중해서 읽기가 상당히 어렵다. 초조한 마음.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는 동제목의 글만 읽고 뒀다.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더듬어 사물과 일의 본말을 다잡아 표현해 내는 능력은, 쓰바, 여전하지만,, 왠지 ... 그냥 둬도 좋을 것들을 억지로 풀어헤쳐 보이려는 미련?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연, 스스로 그러함... 자연스러움은 스스로 그러해서 아름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다 읽었냐고?

마지막 권 4권을 남겨두고 딴 책들 보고 있다. 재미없어서냐고? 반대다. 진짜 재밌다. 부코스키가 자기는 톨스토이가 별로라고 했다지만, 드라마의 황제가 톨스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새 번역책이 나올지 모른다. 그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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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7-0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라면을 끓이며 동제목 글 그거 바로 다음 글까지 읽고 내려놓았어요. 저도 요즘 현암사 소세키 전집에 푹 빠져 있습니다.

포스트잇 2016-07-02 12:00   좋아요 1 | URL
현암사 소세키 전집은 이번에 `명암`, `마음`, `한눈팔기` 세권이 나왔더군요.
현암사 전집으로 또 새로 구입해야 하나... 고민이 쫌 되네요.
.......... 그러고보면 제가 소세키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닌가 봉가.... 싶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