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한국인의 자회상](4)‘보금자리’ 아닌 ‘복권’이 된 아파트
입력: 2007년 06월 19일 17:49:34
 
동창회, 술자리, 회식자리에서 이처럼 검질기게 따라 다니는 주제가 또 있을까.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가족이 복닥거리며 사는 ‘집’이 아니라 이익이 남으면 털어버리고 다른 것을 찾아야 하는 ‘자산’이 됐다. 사서 한몫 챙길 수 있는, 그러면서도 상당히 승률 높은 ‘복권’이 됐다. 왜 그럴까. 비강남지역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상렬씨 등 4명이 4월19일 경향신문사 인근의 한 식당에서 최우규 기자의 사회로 3시간30분 동안 아파트와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비강남지역과 경기지역 소형아파트에 거주하는 최상렬, 김두규, 김문식, 이상섭씨(왼쪽부터)가 지난 4월 경향신문 인근 한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김영민기자>
사회=요즘 사는 게 어때요.

이상섭=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힘들어요. 친척 부부랑 우리 부부가 결혼생활 시작할 때 종잣돈은 비슷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맞벌이라서 집을 ‘질렀고(상황을 따지지 않고 구매했고)’, 그 집 부부는 남편이 혼자 버는 처지라 못 질렀죠. 우리 집 값이 올랐고, 두 집안 순자산을 비교해보니 1억원 차이가 납니다. 이게 정상이 아닙니다.

김두규=저도 맞벌입니다. 집값이란 게 오를 때는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때는 조금 떨어질 것이라는, 누구나 그런 인식을 하는 것 아닐까요. 집사람은 ‘여기 말고 다른(더 오른) 데 샀어야 하는데’ 하는 말을 합니다.

최상렬=집 한채 가진 사람에게는 집값이 오르는 게 의미가 없어요. 당장 팔아 차익을 실현할 게 아니니까. 저는 원래부터 집에 관심이 없었어요. 뉴스를 보면 샐러리맨이 집을 마련하는 데 평균 7년 걸린다기에 ‘앞으로 4년 정도 있으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아내가 2005년 아파트를 사기로 한 거죠.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죠.

이상섭=첫째 애는 본가에서 봐줬는데 둘째 애가 태어났어요. 아내가 둘째는 직접 키우고 싶어하는 눈치였죠. 그런데 아파트 사느라고 대출받은 1억8000만원에 대한 이자가 한달 120만원 정도예요. 한 사람이 버는 돈은 통장에 하루 머물러 있다가 빠져나가는, 정거장인 셈이죠. 돈 모으려면 맞벌이를 해도, 아는 사람이 결혼도 해서는 안돼요. 축의금 나가야 하니까(웃음). 그렇게 고생해봐야 3년에 3000만~4000만원밖에 모을 수가 없죠. 그런데 애들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고 돈 쓸 데가 많아요. 지금 사는 아파트를 전세주고 줄여서 작은 집에 전세로 들어가고, 둘째는 시골에 내려보내더라도 큰애만이라도 키울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육아와 주택이 다른 문제 같지만 실제는 같은 문제죠.

김두규=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애가 영어학원도 다니고 학교에서 시험도 보고 하는데, 할머니가 봐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한번은 애가 ‘딥송(diphthong·이중모음)’이라는 걸 묻는데 저도 몰랐어요. 학원에 안 보내고 놀이터에서 놀게 할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에요. 애 봐가면서, 맞벌이하면서 집 늘리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해요.

사회=꼭 아파트여야 했나요.

이상섭=대출을 받았는데, 이자 보전 정도는 되겠지 싶었어요. 어차피 전세에 살면 전세금을 묵혀두는 데 대한 이자비용이 있지 않나요. 그것을 생각하면 비슷비슷하죠. 다른 것보다 아파트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잖아요.

김두규=전세를 살면 계약 기간이 끝나고 이사가야 하고 불안합니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살려면 집을 사야 했죠. 맞벌이 하기 때문에 애를 봐주실 부모님 댁 가까운 곳을 찾다보니 지금 아파트로 가게 됐습니다. 저는 여유가 생기고 은퇴하면 마당이 있는 곳에 사는 게 꿈이에요. 아파트가 안전이나 방범, 집값 등 좋은 요소가 있지만 마당에서 하늘보고 저녁에 삼겹살 구워먹는 게 좋아요.

최상렬=결혼하면서 처음 아파트라는 곳에 들어갔습니다. 살아보니 편하더라고요. 집사람은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 살아와서 편하게 생각합니다. 관리비만 내면 알아서 다 해주니까. 전세 4년 살다가 집을 사게 된 계기는 애가 둘이 돼서죠. 애들을 처가가 봐주기로 해서 따라간 거죠. 경기 광주 아파트 전세를 알아봤는데 값이 싸기에 대출받아서 샀어요.

김문식=1998년 결혼해 서울의 서강대 근처 다세대 13평짜리 방을 얻었는데 도둑을 맞았어요. 아내가 얼마나 놀랐던지. 아파트가 일단은 안전문제가 해결이 되죠. 지금 사는 빌라에서도 도둑이 들 뻔했어요. 현관 벨이 울려 아내가 잠결에 ‘당신이야’라고 물으니까, ‘어’라고 대답하더래요. 문을 열어 보니 아무도 없고. 도둑이 사람이 있나 확인해보고 그냥 내뺀 거예요. 환금성도 다른 무엇보다 강합니다. 바로 팔아 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사회=직장생활하면서 아파트 마련하기가 쉽지 않죠.

최상렬=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6000만원을 얻었어요. 20년 상환으로 1년 거치이고, 올해부터 원금을 갚게 됩니다. 그거 때문에 맞벌이가 길어지고 있죠. 아파트는 2배쯤 오르더군요.

김두규=3억원을 주고 샀는데, 1억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이자가 100만원쯤 됐는데, 회사를 옮기면서 이전 직장 퇴직금을 받아 갚았습니다. 둘이 맞벌이하면서 9년 만에 빚없는 내집을 갖게 된 셈이죠.

김문식=2000년 아파트 조합 설립 때 참가해 대출 3000만원 포함, 1억3500만원을 주고 샀어요. 집사람 직장이 신촌이고, 그래서 아파트로 안가고 계속 그 근처에서 살고 있어요. 지금 사는 빌라에는 2004년 1월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 15만원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상섭=지난해 5월 재개발 아파트에 분양권을 사고 입주했어요. 2001년 결혼하던 해 전셋값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그래서 경기 평촌 15평짜리 아파트를 대출 끼고 8300만원에 샀죠. 집사람 직장이 사당동이어서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 뒤 우리 부부는 우스갯소리로 ‘직장이 강남에 있었으면, 가까운 분당에 집을 얻었고 그럼 가격이 더 올랐을 텐데’라는 말을 하곤 해요.

김문식=예전에 전세가 8000만원이라면 매매가가 1억1000만원 하던 때 자기 예산 안에서 안전하게 그냥 전세 산 사람이 있어요. 반면 빌려서라도 ‘에이, 사자’고 한 사람은 돈을 벌었고요.

김두규=운인 것 같아요. 저는 아파트 갈아탈 때마다 재미를 못봤어요. 결혼하기 전에 대출받고,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샀어요. 돈이 안될 거 같아 팔았는데 나중에 올랐습니다. 배가 아프더군요(웃음). 2004년에 31평형 아파트를 샀는데 애가 초등학교까지 들어갈 참이어서 팔아서 본가 아파트 근처로 갔어요. 그랬더니 판 집이 오르더라고요.

이상섭=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상가 임대료는 강남 수준입니다. 그런데 상가 사람들 ‘집집마다 최소 1억원씩 대출한 상태라서 일반 주택가보다도 구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해요. 집에 몽땅 털어 부었기 때문에 통닭도 한마리도 못시켜 먹는 거죠.

최상렬=지금 살던 아파트를 팔고 서울에 가면 강남으로는 도저히 못가고, 다른 데도 전세밖에 안돼요. 결혼할 무렵 집 장만하기 좋은 때를 놓친 게 아쉬워요. 부동산을 몰랐어요. 1억원짜리 30평대 연립주택인데 수중에 2000만원이 전부였어요. 지금 같으면 무리해서라도 대출받아 샀을 텐데…. 2년 정도 있다 그 연립주택은 재개발로 수용됐고, 죽전 쪽에 조합원 가격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주더군요. 그때 연립주택을 샀으면 지금쯤 재산이 6억~7억원은 됐을 거예요.

이상섭=은행에서 집단 대출이라는 걸 해주는데 아파트 거래 가격의 60%까지 돼요. 아직 투기지역이 아니고, 등기가 안돼서 그렇다더군요. 은행에서 하는 말이 ‘등기되면 40%로 떨어지니까 지금 받을 수 있을 때 왕창 받으라’고 하더군요. 제가 창업을 하면서 온갖 서류를 다해갔어도 달랑 500만원 받았는데, 아파트 담보만 하면 그냥 3억원씩 해주는 거예요. 빌라나 단독주택은 그렇게 안돼요. 돈이 없는 사람일수록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빌라같은 게 아니라 돈을 잘 받을 수 있는 아파트로 갈 수밖에 없죠.

최상렬=소득에 비해 집값이 너무 올랐어요. 지금 집을 팔면 바로 다음날도 그 돈 갖고 못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조카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 본가에 올 때마다 ‘삼촌집은 몇평이야. 우리집은 현대아파트인데 얼마전에 현대아이파크가 됐다. 우리 동네에는 푸르지오가 제일 좋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얘가 뭘 알겠어요. 어른들이 그런 얘기를 하니까 자기들도 그러는 거지.

이상섭=우리 아파트 인근에 경전철이 놓인다고 사람들이 좋아했어요. 그런데 얼마전에 경전철이 기차처럼 요금 먼저 내고 타는 식이 아니라 먼저 타고 요금을 계산하는 버스처럼 다니는 것으로 바뀐다고 사람들이 데모를 했어요. 요금을 먼저 내는 방식이 편하다는 거예요. 그래야 집값도 더 오르고. ‘어떻게 행복하게 살까’가 아니라 ‘어떻게 집값을 올릴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거 같아요.

김문식=이제 ‘아파트는 돈’이라는 공식이 진리가 됐어요. 농경시대에는 땅 많은 사람이 최고였는데…. 지금은 아파트 몇채를 어디에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죠. 직장이 좋아도 불안하고.

최상렬=아파트는 능력보다 큰 것을 사고, 차는 능력보다 작은 거를 타라, 그게 부자되는 길이라고 하더라고요.

김문식=우리 부부는 일산 아파트를 팔아 지금 사는 곳에서 눌러 살기로 했어요. 성산동에 공동육아제가 있는데요, ‘도토리 방과후’라고 공동육아협동조합입니다. 부모가 출자해서 교사를 불러 학교 숙제도 점검해주고 간식도 주고, 부모 퇴근때까지 프로그램 진행도 합니다. 애들에게는 언니, 오빠가 있어 좋습니다. 아파트를 처분하고 지금 전세 보증금을 받으면, 지금 사는 근처에 아파트를 하나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민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파트를 장만하기란 쉽지 않고 어렵사리 장만한 아파트도 비강남권의 경우 강남지역보다 집값이 잘 오르지 않는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단지.
(공동육아제를 체험한 이를 처음 보는 듯 다른 참석자들은 김문식씨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맞벌이 부부들이 특히 더욱 관심을 갖는 게 자녀 교육이다. ‘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데 힘들지 않느냐’는 등 질문이 쏟아졌고, 자신들의 경험담도 이어졌다.)

최상렬=시골에서 중1 때 서울로 전학 왔습니다. 지금 중학교 동창 중에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애들을 생각한다면 정착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중간에 친구와 떨어뜨리는 거는 안좋은 거 같아요.

이상섭=재테크를 할 여건이 되는 사람은 따로 있어요. 평범한 샐러리맨도 ‘집을 사고난 뒤 나중에 재건축되면 뜬다’고 알지만 돈이 있나요. 2년전쯤 아파트 입구에 ‘하교부터 귀가까지 자녀를 책임진다’는 내용의 학원광고가 붙더군요. 한마디로 집을 마련하기 위해 나머지는 다 ‘아웃소싱’하는 거예요. 부부는 맞벌이 하고, 얘들은 학원으로 내몰고.

최상렬=직장이 서울 강남에 있는데 다닌 지 10년 됩니다. 그런데 우리 사무실에 강남에 집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어요. 종부세가 엄청난데 대출받으면 이자비용에다 종부세까지 부담할 수 있나요.

김문식=유럽에서는 교육문제를 사회적으로 책임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안되죠. 그러니 아파트를 갖고 있다가 팔아서 그런 거 해결하는 거죠. 단독주택이면 시세도 보고, 환경도 봐야하고 복잡하지만 아파트는 인터넷으로도 시장 가격이 바로 나오잖아요. 잘 팔리고.

이상섭=정부가 여러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놨는데 지난 2월에 나온 것이 가장 강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조치를 왜 지금에서야 내놓았는지. 예전에 총선 직후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때 그런 정책을 내놓았으면 지금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아요.

사회=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어떤거죠. 어떤게 행복인지요.

김문식=애가 초등학교 들어가니까 돈이 제일 문제예요. 학원비다, 뭐다 들어갈 데는 많고. 이제 앞으로 돈 벌 시간이 10년 정도밖에 안남은 거 같고. 그래서 걱정입니다. 행복이라…. 저는 ‘만족’이라고 봐요. 남이랑 비교해보면 끝이 없고, 그저 어느 정도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고. 행복이라는 것도 스스로 배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싶군요.

김두규=나이 40이 되고,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되고, 회사에서 부장이 되니까 ‘아,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부쩍 듭니다. 삶의 무게라고 할까. 가족이랑 오순도순 살고 있으니 그마나 괜찮네요.

사회=정치에 대한 견해는.

김문식=저는 정치인 수준은 그 유권자 수준이라고 봅니다. 정치인 욕해봤자 스스로에게 욕하는 거죠. 참여는 하지 않고, 정치인에 대한 기대 수준은 높고, 뽑아놓고 소홀히 여기고. 그런 모순적인 상황인 듯해요.

김두규=감정적으로는 정치 혐오감, 그런 게 있어요. 당리당략, 싸움, 그런 거죠. 하지만 내 목소리를 내서 고쳐보자거나, 시민운동을 해볼까 하면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요.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사회=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정치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시죠.

김문식=토지공개념이 위헌이 아니라니까 좀 더 밀어붙였으면 해요. 집으로 재산을 불릴 생각을 하지 말도록요. 그리고 뉴타운이니 뭐니 하는 각종 개발은 3~5년에 걸쳐 할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예측이 되고 주민도 선택권을 갖고, 투기도 줄어들 거 같아요. 저는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지지하는 정당은 없습니다. 대선 후보 중 아직 확실히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문국현씨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최상렬=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사는 이상 소득에 따라 누리고 사는 게 필요합니다. 문제는 모두가 부동산으로 몰리니 불로소득 개념이 생긴다는 것이죠.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을 수 있다면 엄청날 것 같아요. 그런 인식전환의 기반은 마련해줘야 합니다. 요즘 후보 중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나은 거 같아요.

이상섭=1가구 1주택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할 후보가 있으면 지지하고 싶어요. 주택은 공공재 성격이 있다고 봐요. 이를테면 아빠와 아들은 타워팰리스 한채에 살고, 엄마와 딸은 아이파크 한채에 살고 이러지는 않죠. 대부분 한 집에 살죠. 또 무주택자들에게도 돈이 없어도 형편에 맞춰 집을 살 수 있게 공영 아파트를 싸게 공급해줬으면 합니다. 고급자재를 쓰지 않더라도요. 민주노동당을 죽 지지해왔고, 심상정 의원을 지지합니다.

김두규=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어요.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고. 사람들이 부동산값과 관련해 공급이니 수요니 하면서 얘기하는데 정답을 누가 알겠어요. 정책에 일관성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모든 국민을 투기 전문가로 내몰지 않지요.

〈최우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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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국인의 자화상] “0.7평에 갇힌 희망…탁상에서 어찌 알아”
입력: 2007년 06월 04일 18:15:29
 
“여기는 바깥 세상과 달라. 한번 들어오면 못나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지.”


서울 종로 쪽방촌에 살고 있는 이택희씨가 지난달 16일 자신의 0.7평 짜리 방에서 TV를 보면서 소일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이런 곳이 있을까 싶다. 하루종일 빛을 볼 수 없는 쪽방. 얼기설기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뼈대를 엮고 비닐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비닐하우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는 한국, 한 평에 2000만원에서 3000만원 한다는 아파트가 빼곡한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 주거 극빈층이 잃어버린 꿈 사이에서 부유하듯 사는 늪 같은 곳.

비가 내리던 지난 5월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돈의동. 깔끔하게 정비된 서울 피카디리 극장 광장에 맞닿은 좁은 골목에 들어서자 갑자기 어두워진다. 골목길이 두 명이 함께 지나기에도 좁아 빛도 들어오지 않는다. 건물 사이에 난 길은 매우 복잡하다. 처음 온 사람은 길을 잃기 십상이다.

굽이굽이 길을 꺾고, 두 손을 잡고 기듯 올라가야 하는 가파른 간이 계단을 밟고 3층에 있는 이택희 할아버지(68) ‘집’에 닿았다.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의 복도 양쪽으로 문이 3개씩 나 있다. 방문을 열고 0.7평짜리 방에 앉는 이 할아버지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기 몇 번 당했죠. 있는 돈 다 털어먹고 (서울) 을지로 지하철 입구에서 6개월 노숙하다 2000년 12월 여기로 옮겼어요. 친구에게 100만원 빌려 보증금 내고 한 달에 20만원 내면서 살고 있어요.”

젊었을 때 그는 중공업 단지에서 기계 조립하는 일을 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술 한잔 먹고 도장 찍으라기에 찍었는데 그게 노조 가입서였다. 영문도 모르고 회사에서 쫓겨났고, ‘노조 가입자’라는 낙인은 이후 평생을 쫓아다녔다. 취직은 못하고 닥치는 대로 일해 돈을 벌었는데 돈 몇 번 떼이고 나서 종로 쪽방 촌으로 흘러 들어왔다.

여기는 바깥 세상과 달라요. 젊은 놈이나 늙은 놈이나 힘센 놈이 최고지. 위·아래도 없고. 복지관에서 쌀을 독에 넣어놓고 갖다 쓰라고 하는데, 그걸 퍼다가 술 사먹는 놈들도 있고.”

장기 체류하는 이들은 나름대로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뜨내기는 다르다. 이따금 노숙자들이 하루 7000~8000원을 내고 들어와 밤새 술을 마시며 떠들기도 한다. 싸움도 곧잘 일어난다. 벽이 원체 얇아 그 소리가 다 들린다. 화장실은 공동으로 이용하고, 세수는 1층 수도쪽지에서 대충 한다. 그런데도 이 할아버지는 “여기 사는게 중독성이 있는 거 같다”고 한다.

“한번 들어오면 못 나가요. 돈도 없고, 나가 봤자 여기보다 나은 데 찾기도 어렵죠. 양로원 같은데 갔다가도 다시 돌아옵디다. 기도해라, 몇 시에 일어나고 자라, 담배와 술은 안된다 이러니 답답하고. 그러니 다시 오는 거 같아요.”

부인과는 이미 7, 8년 전부터 연락이 안된다. 빚쟁이들이 쫓아다니니까 남들 모르는 곳으로 가버렸단다. 자식과도 연락이 안된다. 그나마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등록돼 한 달에 37만원을 받는다. 거기서 월세 20만원 떼고, 당뇨 약값 내고, 담배 사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정부’ ‘정치인’ 단어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선거철만 되면 누군지 몰라도 비디오 찍어가고 뭐든지 해결해주겠다고 하지만, 말짱 헛것”이란다. 그는 “이제 이 동네 사람들은 그런 말 안 믿는다. 하도 속으니까 비디오나 사진 찍자고 해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쪽방촌에 살고 있는 이택희씨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달 16일 좁고 어두운 쪽방촌 입구를 들어서 자기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정근 기자
박창석씨(69) 방도 다르지 않다. 1평이 안되는 쪽방에는 TV, 전기밥솥, 그릇 3개 겨우 놓을 밥상, 간이 책장이 세간의 전부다. 신의주 출신인 그는 1·4 후퇴 때 내려왔다. 선친은 주택 건축 일을 했고, 자신은 명문 사립대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유통업을 하면서 전국에 지점 15곳을 거느린 적도 있단다. 무슨 사연으로 이곳에 왔는지 묻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대신 그는 “의정부 집을 전세로 돌렸다가, 여관으로 갔다가 하숙집, 여인숙을 거쳐 이리로 왔다. 처음에는 며칠만 있으려다 주저앉아 5년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주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밥을 지어 전기 밥솥에 보관하면서 1주일 저녁 식사를 해결한다.

박씨는 수 일 전에 찾아왔던 공무원들을 떠올리며 “꼭 왜놈 순사들 같두만”이라고 못마땅해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사람이라는 게 어조를 통해 느낄 수 있어. 한 서른살이나 됐을까 하는 공무원이 ‘왜 그 학력을 갖고 여기 사느냐, 임대아파트에도 능력이 없어 못 들어가겠네, 양로원에 들어가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하고’ 이따위로 말을 하드만. 상대에 대한 배려는 없고 다 자기 본위야. 꼭 논문 쓰는데 서론, 본론 없이 지 맘대로 결론을 지어놓고 온 거 같았어.”

정부에 충고를 한다. 그는 “돈과 인원이 부족하다는데 그 것은 문제가 아니지. 높은 관리들, 책상 앞에 앉아 있지 말고 운동화 신고, 볼펜이랑 수첩 들고 ‘발품’을 팔아봐라. 그럼 왜 안되겠느냐”고 했다.

인영애씨(58·여)도 사업에 실패하고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재산 다 날리고 가방 하나 짊어지고 2004년 이곳으로 왔다. 어려서 침을 잘못 맞아 발 한 쪽이 돌아간 장애인이다. 1층 반지하 방에 살고 있지만 수도꼭지가 바로 문 앞에 있고, 집 주인의 세탁기도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남들보다 처지가 낫다.

인씨는 공공근로 등 일을 하고 싶지만 이마저 못한다.

“몸도 불편하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벌면 기초생활수급권자 자격을 잃어요. 노점상을 해도 ‘하루 1만원 이상 벌 수 있을 것’이라며 수급권을 박탈하고. 그래서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못합니다. 정부 보조도 받으면서도 일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이곳 사람들은 ‘사람의 체온’이 그립기만 하다. 인씨 벽 한 쪽에는 누렇게 바랜 자국이 있다. 한 대기업 직원이 부인, 애 둘과 봉사활동을 와서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놓은 자리였다. 그 뒤로는 오지 않고 사진 볼 때마다 애들이 보고 싶어서 아예 뗐다고 한다. 출가한 딸이 하나 있지만 이따금 찾아가볼 뿐, 자기를 부양할 처지는 아니란다.

“꿈이 있다면, 조금 있으면 환갑인데 그 전에 임대주택이라도 하나 얻어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 여기 월세금 20만원인데 그 정도는 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보증금 문제가 있어서….”

이 동네 사람들을 돌보는 ‘종로 쪽방 상담소(02-747-9074~5)’에는 조재휘 소장과 김종한 실장 등 사회복지사 4명이 있다. 김실장은 “이 인근 1000평 정도에 건물은 100여개 조금 안 된다. 건평이 12~13평 정도다. 방은 1.5평에서 0.7평 정도다. 500여명이 장기투숙하는데 30대부터 70대까지 있다”고 전했다.

쪽방 상담소는 사회복지시설로 인정을 못 받아 이곳 소속 복지사의 처우도 열악하다. 소장 월급이 160만원, 다른 이는 150만원 정도다. 김실장은 “사회복지사들이 결혼 할 때쯤 되면 나가서 택시를 하거나 분식집을 차린다. 복지사를 하면 돈도 못 벌고, 호봉도 인정 못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65세 이상 노인이나 거동이 어려운 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문화행사를 진행해준다. 매일 쪽방촌 노인들 방을 돌아보며 불편한 게 없는지 묻는 것도 이들 몫이다. 조소장은 “정치 1번지, 서울의 한 복판이라는 종로에서 한 골목 뒤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에 다들 놀란다”고 말했다. 그게 쪽방촌이다.

〈글 최우규·김동은|사진 김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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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국인의 자화상] “상식 무너진 집값…돈모아 사려다 이 모양”
입력: 2007년 06월 12일 18:03:20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에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사람이 있다. 세입자들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도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집기가 부서졌다는 집주인의 타박, 한 번에 수천만원 올려달라는 요구를 들으면 내 집을 가져야겠다는 욕망이 더 불타오르지만, 그럴수록 현실은 절망적이다. 지난 5월2일 경향신문사에서 세입자 임상복·문종도·김성준씨에게 설움과 꿈, 좌절을 들어봤다.

김성문, 임상복, 문종도씨(왼쪽부터)가 5월 2일 경향신문에서 전세 살이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남호진 기자>

사회(최우규기자)=세 사는 이들은 한결같이 ‘서럽다’고들 하죠.

김성준=제 경우 처음 세를 삽니다. 빌라형 주택 3층인데, 학교 근처라서 얻었죠. 이사올 때에는 집이 깨끗했지만 살면서 창문에 이슬이 맺히고, 벽지가 일어나더군요. 그래서 집주인에게 고쳐달라고 했는데, ‘싫으면 나가라’고 했어요. 형편에 맞춰 들어왔는데, 서럽더군요. 힘들어도 참고 살 수밖에요. 결국 고칠 일이 있으면 내가 부담해서 고쳐요. 변기가 고장나면 내 돈 몇 만원을 들여 고치고 그랬죠.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서 학교 근처에 있는 집이라 참고 살고 있어요. 집사람은 곰팡이 생기고 불편하니까 아파트로 이사가자고 하는데 전셋값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내죠.

임상복=애들이 대학생이라 등록금도 많이 들고 집사람은 당뇨병을 앓고 있어요. 그러니 집값 올려달라고 하면 참 힘들대요. 전세 사는 서러움은 서민만이 알아요. 집을 크게 옮기고 싶어도 돈을 빌리려면 ‘보증을 내세우라’는데 그것도 쉽지 않고. 예전에 수도나 전기 계량기가 가구마다 달려 있는 게 아니라 하나로 된 집에서 산적이 있었죠. 그러면 쓴 만큼 내게 해야 하는데 집주인은 조금만 내고 세 사는 사람에게 더 물려요. 자기들은 식구도 많고 더 쓰면서. 공평하게 내자고 했더니, ‘나가면 될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별 사람이 다 있어요.

문종도=저는 결혼한 지 5년쯤 됐고 두 번 이사했는데, 다 집주인 잘 만나서 별 고생은 안했어요. 그래도 한번은 전세비를 2000만원 올려달라고 하더군요. 서민에게 작은 돈입니까. 돈을 구하지 못해 작은 집으로 이사가면서 ‘집을 사자’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사회= 모두 ‘나도 집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가요.

임상복=지금 애들 뒷바라지가 급선무예요. 졸업해 사회에 나가야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졸업시키는 게 우선이죠. 사실 집값 뛰는 거는 지금으로서는 차후 생각입니다. 먼저 학교 마치고, 아들 대학 2, 3학년인데 한 명은 휴학하고, 등록금 벌어서 다녀요. 한 명은 학교 그만두고 ‘군 장교로 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배울 때 시기 놓치면 평생 가도 못한다’고 말렸어요. 부모로서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집 사는 거는 뒷전입니다.

김성문=저는 산술적으로 집 사는 게 불가능해요. 서울에서 30평 되는 아파트가 2억원쯤이라면 해볼까 생각도 하지만, 현재 평당 3000만원, 4000만원이면 지금 전셋값 갖고 2평 정도 겨우 살 수 있습니다. 집을 사고자 하는, 돈을 벌어서 발전해보려고 하는 동기부여가 안되는 거죠. 젊으니까 그냥 전세 살고, 나중에 지방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고향이 지방이라, 직장을 지방으로 옮길 수 있다면 가려고 해요. 그래도 지방에서 집 사는 거 아직은 가능할 거 같으니까요. 집사람이 대학 동기인데 학원 강사로 돈벌어 살고 있습니다. 집 문제는 집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어요. 집사람이나 저나 아이를 갖고 싶은데 그런 게 걸려서 못 갖고 있습니다.

문종도=박사학위 따려면 얼마나 남았어요.

김성문=수업은 마쳤고, 논문만 남았어요. 통상 2년 정도 걸려요. 애를 낳으면 누군가 양육해줘야 하는데 친가는 경남, 처가는 전남에 있습니다. 집사람이 천상 돈을 벌어야 하고. 1년 뒤 계약을 새로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그러니 애를 갖는 게 엄두가 안 나요. 내 여동생은 벌써 애를 낳았는데.

문종도=저는 결혼한 지는 5년 정도 됐고, 졸업해 사회생활한 지는 7년 됐어요. 올해나 내년에 대출 1억원 정도 받아서 아파트 분양 받으려고 했는데, 그 계획이 틀어졌어요. 지인들에게 돈 빌려줬다가 그게 묶여 버렸죠. 또 딸, 아들 한 명씩 있는데 애들 교육하면서 집 한 채 마련하는 게 참 어려워요. 그래도 3~4년 내 아파트 분양 받으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은 집을 사기보다는 30평대로 시작하려는데 지금은 여력이 안돼요. 그 정도 분양 받으려는데 4억~5억원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집값이 계속 올라 답답해요.

임상복=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앞으로 희망도 있고. 저는 지금까지 전세 6번을 옮겼어요. 골방 같은데 4식구 살고, 햇볕도 잘 안 들고 그래요. 그런데 평당 3000만원 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줄 선다, 딱지 값이 얼마니 그런 거 들으면 정신이 핑 돌아요. 상상도 안되고, 남의 나라에 사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김성문=진짜 왜 이렇게 오르는지 모르겠어요.

임상복=현 정부가 결과적으로 바람만 잔뜩 넣고 ‘붐’만 이루고, 말한 사람은 책임도 안 지고 그러는 거 같아요. 결국 제일 어려운 사람이 피해를 입지.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잡았을 때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임상복씨는 여기서 말을 잠깐 끊고는 담배를 빼물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서민은 답답해요. 먹고 살게 일자리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도 돈 벌다 몇 번 어려움 겪으니까 속절없더라고요. 사람이 돈에 여유가 있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는 무슨 일이 생겨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뭔가 계획을 세우고 일을 열심히 해서 ‘목표가 저긴데’ 하다가 급한 일이 생겨 자꾸 어려워 지고. 또 집사람이 당뇨병으로 지난 1월 쓰러지면서 일 손 놓고 간호하지….

사회=꼭 집을 소유해야 하나요.

임상복=남의 집에 살면 ‘나가라, 돈 올려달라’ 그런 구애 받아야 하고, 싫은 소리 들어야 하죠. 밤에 들어갈 때에는 발자국 소리도 못 내고. 내 집이면 그런 거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죠. 여름에도 속옷 차림으로 있어도 뭐라고 할 사람 없고.

김성문=계약이 끝나는 2년마다 집을 옮겨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전세냐 자가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기성 세대가 문제죠. 저는 지금은 굳이 집을 사야 하나 하고 생각해요. 돈도 문제지만, 그 돈을 갖고 교육비같이 다른 것에 쓰면서 전세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께 이런 말씀 드렸더니 ‘너도 나이 들어보라’고 하시더군요.

문종도=우리나라에서는 집을 가진 게 무조건 유리하고 이익이 남기 때문이죠. 집이 없으면 불이익이고요. 부동산 불패신화가 이어져 온 거죠. ‘집 가지는 게 별 이익이 안된다’는 신호가 신뢰성 있게 지속되면 그런 움직임이 바뀌겠죠. 지금은 돈을 다 털어 집에다 ‘올인’하는 구조죠.

사회=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임상복=제도적인 문제라고 봐요. 있는 사람들은 법망을 피해서 집 늘리고 사고, 서민들은 없어서 못 사고, 산 뒤에도 세금 같은 것을 못 내면 과태료 내고 누진세 내고. 없는 게 죄죠.

문종도=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하고, 취득과 양도 단계에서의 정책들을 일관성있게 유지해야 돼요. 거래가 위축된다고 규제나 완화하고 그러지 말고.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대다수 국민은 집값 안정을 바라죠. 정책을 일관성있게 하고, 원가공개, 분양가 상한제 같은 정책은 보완해서 확실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고요. 지금은 돈이 없어도 일단 사놓고 계약금만 치르면 대출이 되니까 사는데, 이런 점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대출 규제 같은 정책을 지속적으로 하고. 우리 인구도 점차 준다고 하는데, 언젠가 집값은 잡힐 거라고 봅니다.

김성문=최근 집값이 몇% 내렸다는데 너무 느리게 내려요. 우리 주택에 대한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돈 빌리고 해서 어렵게 산 사람들이야 억울할 수도 있지만…. 우리 소득 수준과 다르게 너무 올라가 있어요. 이해할 수 없는 구조죠.

전세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는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사 사무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임상복=새벽 5시30분 인력시장에 나가보면 답답한 풍경이 많이 벌어집니다. 아침 8시30분 넘어서도 일 못 잡은 그날은 공치는 거죠. 새벽같이 나와서 다시 가방을 싸서 집에 들어가려고 하면 기가 막힐 겁니다. 소주나 막걸리 사서 계단에서 마시더군요. 그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는 일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무일푼으로 가서 ‘회사가 어려워 돈을 못받았다’고 하면서.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 나라 집값은 황당하기만 한 거죠.

김성문=친구들 보면 무리하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더라고요. 1억5천만원 빚내서 3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고. 한달 이자만 70만원인데도, 후회하지 않아요. 집 값은 오르니까 나중에 팔면 적어도 이자 값은 한다는 거죠. 저처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은 서울 친구들이 부러워요. 출발부터 다른 거죠. 서울에 부모님 집이 있는 친구들은 거기서 출발해 서울에 집을 살 수 있게 준비하지만, 지방에서 온 친구들은 그러지 못하고, 아직도 하숙하는 친구도 있어요. 빚내는 것은 엄두를 못 내고, 어떻게든 융통하면서 전세에 들어가는 겁니다. 집 문제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친구도 있고. 전세가 워낙 비싸니까요. 집 문제로 헤어지는 커플도 있어요.

임상복=서민은 장기 계획 세우기가 힘들어요. 부동산 가격 오르는 것을 전혀 못 쫓아가고. 누구든 집 하나 장만하려고 10년 계획을 세우고 그러는데, 융자 얻어 이자 주고, 은행 좋은 일만 시키는 거예요.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집 값을 잡아야지 우리나라가 안정되고 서민이 살 수 있어요.

문종도=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호응을 얻은 게 ‘상식이 통하는 사회, 반칙이 안 통하는 사회’를 이야기해서였어요. 공정한 룰 바탕 위에서 경쟁하는 것인데, 부동산 문제에서는 박탈감이 심해요. 땀을 흘려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고 선택 하나 차이로 처지가 달라지는 겁니다. 집값 오르기 전에 빚을 내서라도 샀느냐, 아니면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느냐, 그 차이죠. 믿고 기다린 사람만 손해를 본 겁니다. 정직하게 땀 흘려도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게 문제예요. 예전에 집사람과 맞벌이를 했는데, 지금 집사람이 직장은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안 그러면 집은커녕 자녀 교육시키기도 어렵죠. 딜레마예요. 맞벌이 하면 얘들을 돌봐주지 못하니 교육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고.

임상복=인구가 준다고 정부에서는 애를 낳으라고 하는데, 서민들 사정은 그렇지 못한 거죠.

김성문=예전에 대학원 다니면서 강남 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때에 보니 얘들이 겉으로라도 예의 바르고 똑똑하더군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방식을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강북 지역 어디에선가 강사할 때에는 안쓰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랑을 못 받은 애들 같은 느낌이죠. 먹고 살기 힘들어 맞벌이하느라고 부모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직장이나 집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문제가 계속 파생되는 것 같아요. 전셋값을 벌려고 맞벌이를 해야 하고, 그럼 교육에 문제가 생기고.

임상복=정부는 인구가 준다고 애를 낳으라는데, 집 문제가 해결도 안되는데 애 낳으란다고 낳겠어요? 잘 살고 못사는 거는 자기 능력이고 노력 문제지만, 부모 입장에서 ‘나는 못살아도 자식에게는 잘 해줘야 한다’는 게 도리라고 생각들 하고 있어요. 예전에 ‘숟가락 젓가락만 들어도 애 낳는다’고 했는데 지금이 그런 세상입니까. 택도 없지요.

김성문=그게 지방자치단체간에서도 세금 문제를 놓고 말 나오고 그러니까….

문종도=내가 보기에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도 3분의 1은 ‘세금 그냥 내고 말겠다’고 하고, 3분의 1은 ‘이거 내야 하나’ 하고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3분의 1은 어려운 사람일 수 있어요. 시가로 20억원이 넘어도 가진 게 달랑 집 한 채 있는 분도 있고. 보유세도 그 없는 3분의 1 되는 사람에게는 심한 압박이죠.

사회= 스스로 이념성향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문종도=학교 다닐 때 사회 문제에 관심도 있었고, 진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진보적이지만, 사회생활 하다 보니 진보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회 경영과 운영 측면에서 보수가 있어서 안정과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사회가 균형적으로 가죠. 제가 말하는 보수는 ‘자기 것’만 지키려는 ‘수구’와는 다르죠.

임상복=저도 나름대로 진보적이라고는 생각하는데, 이런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꺼려지네요. 그런 이야기하자면 남을 의식하게 되고 그러니까.

김성문=저는 젊지만, 말하자면 보수 쪽인 것 같아요. 말하자면 ‘건강한 보수’를 지지합니다.

사회= 정치, 대통령 선거에 관해 관심이 많습니까.

임상복=집 문제보다는 출마하려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싶어요. 젊은 사람이나 나이 먹은 사람이나 능력이 있으면 일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지금 여권에서 후보가 나오면 찍어줄 겁니다.

문종도=‘정직하게 땀을 흘려 노력한 사람이 그만한 대우를 얻어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게 해야 합니다. 한 탕 잘 하거나, 베팅을 해서 재산을 일구는 방식이 통용돼서는 안됩니다. 그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게 부동산 문제라고 봐요. ‘광풍’이라는 게 계속되면 정말 안됩니다. 로또나 부동산 투기판이 다를 게 뭐가 있나요.

김성문=우리 국민은 교육을 잘 받았고, 상식이 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민은 저러다 잊어버리겠지’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선거 직전의 여론만 무서워 하고. 지금 후보 중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나은 것 같습니다.

〈최우규기자 banc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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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라 > 학자들의 취미생활

 

 

Doh!


Of course they'd rather sit back with Plato's Symposium or Frege's theorem, but intellectuals have some less elevated tastes, too - cable TV wrestling or rap, anyone? Philip Oltermann confers with some great brains about their guilty pleasures

Saturday February 3, 2007
The Guardian


James Wood, literary critic, Harvard professor
Car magazines

I'm very fond of car magazines. Whenever I am over in Britain, I pick up the best one, which is, appropriately enough, just called Car. A typical feature in Car seems to involve taking a BMW, a Mercedes and a Jaguar for a triumphantly gratuitous spree across France, Switzerland and Italy. There is much talk of hairpin bends and switchback Alpine roads, and slight but manageable understeer. The writing is perky, sybaritic, deliciously technical. I moon over the lavish shots of the car interiors - the excitement of all those dials, which stare back like multiplied images of one's own excited face. I become a child again. I was one of those children who hoarded facts, and few facts delighted me as much as those about cars. At 13 I could tell you the 0-60 times, the top speeds, the cubic capacity, the brake horsepower of all the fastest and most exciting cars. I still can. As a child, when I couldn't get to sleep, I used to roll my head from left to right on the pillow, and imagine taking a long journey in a fast car - a Jensen Interceptor, a Triumph Stag, a BMW 735i, an MGB V8, a Jag XJS. At 40, I still sometimes do that, though to less effect, alas. But do you know what I drive? A VW Passat estate, with a 1.8-litre engine and a piddling 170bhp. It won't do; I must change my life.

Antony Beevor, historian

Blind Date

Arthur Koestler's satire of academic conferences, The Call Girls (1973), included an extreme leftwing French professor whose secret comfort was to lock his door and retire to bed to read The Three Musketeers while eating chocolate truffles. I sometimes thought of him when I indulged in my own curious vice, which was to watch Blind Date when working out on the rowing machine. This prototype for many far worse versions of humiliation television took my mind off the hamster-wheel boredom of static, indoor exercise. In fact its true awfulness and the glimpses of young macho-macha life in this country proved utterly gripping. The girls were often the crueller, when putting down their artificially selected partners, and it was hard not to feel sorry for the inarticulate and pathetically boastful young males. They could not see how things had changed and how they had become potentially redundant in the brave new world of mass communication to which they had exposed their own pitiful inadequacies.

Anthony Giddens, sociologist

Wrestling

 

 

 

 

I'm a fan of a very disreputable sports programme, one that I like because of its absurdist nature. It is a cable TV offering, featuring American professional wrestling. Watching it is certainly a guilty pleasure because the programme is politically incorrect in more or less every way one could think of. It is Americana at its most extreme, although put on in a knowing way and with a definite element of self-parody. I can't really work out what is going on, which is part of the reason it's addictive. Wrestling isn't a real sport and the contests are in some large part staged. On the other hand, the wrestlers sometimes do serious damage to one another and the losers surely can't always agree beforehand to lose. Do they hate one another as much as they seem to, or are they buddies behind the scenes? I don't know. Even more ridiculous, when there is a commercial break, the programme solemnly informs the viewer, "Whatever you do, don't try this at home." Do they seriously think people would?

Simon Singh, science writer

Deal Or No Deal

Between the guilty pleasures of Countdown and Richard & Judy is the guiltiest pleasure of all - Deal Or No Deal. It is a beautifully simple game which touches on areas of mathematics such as probability and game theory. Indeed, it has much in common with an ancient American TV show called Let's Make A Deal, hosted by Monty Hall, which resulted in the Monty Hall paradox, one of the most famous problems in probability theory.

In addition to the maths, there is a huge dollop of psychology, which leads to players making sub-optimal decisions. The notorious Dealer makes stingy offers, particularly early on in the show, to encourage contestants to continue playing, so mathematically there would be no reason to deal. However, the desire for security means that contestants settle for measly deals - on average players in the first series won ?6,000, whereas they would have won an average of over ?0,000 if they had refused the Dealer's offers and stuck with their original box. Noel Edmonds's idiot belief in cosmic ordering seems to conspire against his contestants. So far the UK has been spared the delight of watching psychics playing the game. When this happened in an Australian edition in 2004, a "gifted" player walked away with just 20% of what dumb luck would typically achieve.

Richard Dawkins, evolutionary biologist, author

Computer programming

I have now kicked the habit, but every so often the craving returns and I must thrust it down and away. But whence the guilt? Isn't programming useful? In the right hands, yes. But my projects (inventing a word processor, machine translation from one programming language to another, inventing a programming language of my own) could all be done better (and were) by professionals. It was a classic addiction: prolonged frustration, occasionally rewarded by a briefly glowing fix of achievement. It was that pernicious "just one more push to see what's over the next mountain and then I'll call it a day" syndrome. It was a lonely vice, interfering with sleeping, eating, useful work and healthy human intercourse. I'm glad it's over and I won't start up again. Except ... perhaps one day, just a little ...

Marcus du Sautoy, mathematician

Football shirts

My guilty pleasure: my number 17 Recreativo Hackney Football Shirt. Every footballer cares about the number shirt they play in. When you get an autograph from Thierry Henry, you'll find he's worked the number 14 into his signature. Beckham has 7 in Roman numerals tattooed on his arm. His move to Real Madrid almost collapsed when Raul said he wasn't going to relinquish his number 7. Arsenal retired the number 8 shirt after the great Ian Wright, Wright, Wright retired.

So when the shirts of Recreativo Hackney get pulled out of the kitbag on a Sunday morning, I wait patiently until the 17 shirt appears, then grab it possessively. As a mathematician, each number has its own special character for me. 17 is a prime number, an indivisible number. The Ancient Chinese thought numbers had sexuality and primes for them were the macho numbers, essential for surviving Recreativo's battles on the Hackney Marshes. Primes are also key to the evolutionary survival of a curious species of cicada that lives in the forests of North America. The cicada exploits a 17-year life cycle to keep out of the way of a predator that stalks. So I take a secret pleasure in the power of 17 to protect me on the pitch.

I know that my obsession with my shirt number is no more than superstitious nonsense and goes against the analytic rational mind that I use the rest of the week. But when my team were languishing at the bottom of the Super Sunday League Division 2, I persuaded them to change our kit and we all now play in prime numbers, from 2 to 43. The next season we got promoted into the first division. That's proof enough for me of the power of number.

John Carey, literary critic, English professor

Nice cup of tea and a sit down

Until a few years ago, re-reading Sherlock Holmes stories was my favourite relaxation. I do it less often now because I know them too well, so there's no surprise. A book I've got fond of recently and often dip into last thing at night is called Nicey & Wifey's Nice Cup Of Tea And A Sit Down, which is helpfully subtitled A Book About Having A Sit Down, A Biscuit And A Nice Cup Of Tea. Its pseudonymous authors are actually Stuart and Jenny Payne, and it is really about biscuits - their varieties, history and characteristics, from Rich Teas and custard creams to Choco Leibnizes and Jaffa Cakes (which qualify as biscuits only disputably). It is funny and, like its subject, undeviatingly cosy and comforting.

Stanley Fish, literary theorist, legal scholar

Country music

Every time I return to it after an absence, I am struck again by the power and integrity of country music. In part it is the lyrics, self-consciously clever ("If I said you have a beautiful body, would you hold it against me?"), alert to and accepting of contradictions ("She's a Saturday night out on the town/Church on Sunday girl"), precise in their observation of small detail ("She left the suds in the bucket and the clothes hanging out on the line"). In part it is the structuring of a narrative (usually unabashedly maudlin) by a line that gradually changes meaning, as when George Jones sings, "He stopped loving her today", and reveals in the last verse that he has stopped only because he is dead. In part it is the affirmation and exploration of a raunchy Christianity that holds drinking, cheating, criminality and Jesus in a volatile and energising mix. In part it is the extraordinary musicianship of pianists, fiddlers and guitarists who bear comparison to members of any symphony orchestra. And most of all it is the fact that when I'm in the car searching for something to listen to, the sound of country music, even in just a few notes, is unmistakable. Country music knows what it is.

Antonia Fraser, historian, biographer

Film stars' autographs

The first one I had was of Gary Cooper in the 40s and I had to cut it out of a fan magazine. My best friend Lucy and I, pouring over Picturegoer - was it? - had agreed to share him as there was a lot of him to share. But I got the photo, and faked a signature "For Toinette". Somehow I didn't think he'd go the full mile of Antonia Pakenham. We loved Gary to distraction and when there was an ugly rumour that he was actually dumb, were both correspondingly depressed. Luckily he soon made a fine statement to Picturegoer about remaining so long at the top of his profession: "People with big feet is hard to move." Call that man dumb!

Many photos later, all treasured and pinned up (sometimes the star even signed it himself, making the Toinette ploy unnecessary), I was interviewed for Life magazine by James Salter. He had just written the screenplay of Downhill Racer for Robert Redford. Now that was a wonderful photograph that followed! RR smiled at me from the wall, all blond hair and merriment for many years.

I move on to Placido Domingo who signed my programme in a restaurant near Covent Garden just above his own photograph, "To Lady Phraser: we like your books". And recently a French friend got me an enormous photograph of the great man, silver-haired now, dedicated to me personally and singing to me out of the frame.

What next? I saw Juan Diego Fl?ez in The Barber Of Seville last week. I'm on the trail ...

AC Grayling, philosopher

Boxing

Boxing should be banned, of course: it causes brain damage, and there is something questionable about the pleasure taken by spectators in watching men hitting one another. And yet... there is also something noble about boxing. In the past it was mainly an aristocratic pursuit. In the Regency period, blue-blooded enthusiasts gathered at Gentleman Jackson's gym in London to learn the art of pugilism inherited from ancient Greece. (Pugilism is boxing without gloves.) Just as Homer celebrated the bare-knuckled contest between Epeus (the builder of the Wooden Horse) and Euryalus on the plain before Troy, and Virgil wrote of Entellus accepting the challenge of Dares by tossing his "brain and blood bespattered cestus" into the ring (a cestus was a fist-strap), so the great William Hazlitt wrote perhaps the finest ever account of a contest in the ring, The Fight.

The solitude of the boxer before his opponent, the stripped-down, unfurnished, essential nature of man pitted against man, in a bare space roped off from the rest of the world, sums up everything about courage. In its way boxing recapitulates something ancient, almost primordial, about human striving, with a rough beauty all its own.

It should, though, be banned.

John Berger, writer and artist

Biking

 

 

 

 

 

 

 

Because you are on two wheels and not four, you are much closer to the ground. By closer I mean more intimate with. Take the surface of the road. You are conscious of all its possible variations, whether it offers a grip or is smooth, whether it's new or used, wet, damp or dry, where there's mud or gravel, where ruts are being worn - all the while you are aware of the hold of the tyres or their lack of it on the varying surfaces, and you drive accordingly.

Bends produce another intimate effect. If you enter one properly, it holds you in its arms, just as a hill points you to the sky and a descent receives you. And speed is of the essence. By this I do not necessarily mean the speed at which you are travelling. The reading on the speedometer is a small part of the story.

The fastness that counts most is that between decision and consequence, between an action and its effect - changing direction, braking or accelerating. Other vehicles may in fact react as quickly or more quickly than a motorbike, but a jet plane, a highly tuned car, a speedboat are not as physically close to your body, and none of them leaves your body so exposed. From this comes the sensation that the bike is responding as immediately as one of your own limbs - yet without your own physical energy being tapped. And this effortless immediacy bestows a sense of freedom.

Denis Healey, politician

French cabaret music

Edith Piaf, of course, is the queen of the genre, but there are others: Yves Montand, Jean Sablon. The only one that came close to it in England is Vera Lynn. My favourite number is a Jacques Pr?ert song performed by Montand called Barbara. "Rappelle-toi Barbara/N'oublie pas/Cette pluie sur la mer/Sur ton visage heureux." I heard it for the first time at the end of the war - I used to go to the cabaret cafes in Montmartre a lot back then. It's a song about the war, or about the emotions that people used to feel during the war: it's about being in love with someone you haven't even met. Songs like these are important: they keep you in touch with life. There is nothing remotely like it nowadays.

Naomi Wolf, writer

Star

My guilty pleasure would definitely be Star. This is a tabloid - a cross between Hello! and the National Enquirer, that is, more malicious than the former but, unlike the latter, features no half-bat children or sightings of Elvis. It is real if trashy journalism. Even though it is 90% escapism for me, I do tell myself it shines a light on what the id of the culture is obsessing about: why Paris Hilton, right now? What does it mean that Brad Pitt redeemed himself so quickly once he provided a father figure to that adorable multiracial brood? Why are shoulder pads back on the starlets on the red carpet? What does it say about the American pulse that the Dixie Chicks (who attacked President Bush) are back in vogue? You can predict election outcomes this way, but it is also just pure sleazy fun.

Elaine Showalter, feminist literary critic

Trinny & Susannah

It's easier to find profound meanings in masculine guilty pleasures such as football or Mastermind, which have grand elements of contestation, than in feminine guilty pleasures, such as shopping or makeovers, which all seem to be about consumerism and vanity. Although women's indulgences may produce more guilt than pleasure, I'll always treasure What Not To Wear with Trinny and Susannah. Unlike other makeover gurus, Trinny and Susannah never demanded extreme weight loss, extensive cosmetic surgery, expensive dentistry, uncomfortable hair extensions or couture wardrobes from the women they instructed. Their advice involved accessible and affordable high-street shops, and the subjects were encouraged to ignore any flaw and focus on every asset. Despite their posh accents, brusque manner and seemingly effortless elegance, Trinny and Susannah had an overall respect and affection for other women that transcended class, age and occupation. And they were willing to expose their own flaws, too, pulling up their tops or tugging down their trousers before the infamous 360-degree mirror to reveal bulges or droops.

Bernard-Henri Levy, philosopher-author

SAS spy novels

I read my first book in G?ard de Villiers' SAS series when I was 16 or 17 years old. His hero is a special agent who for the last 40 years has been going from mission to mission - in Afghanistan, in Libya, in Chechnya - without ageing in the slightest. SAS novels are always built on the same pattern: you can predict the first torture scene down to the page, and you always know that there will be one female character who betrays the protagonist and one who saves him. Most intellectuals in France despise de Villiers - and yet to me this guy is the best journalist around. His reports from areas of political conflict - such as his account of the non-capture of Karadzic in one of his last novels - are more detailed and precise than what I read in the newspapers.

Catharine A MacKinnon, lawyer, writer, feminist activist

Nothing

Ever since a British journalist wrote that I confessed to the guilty pleasure of reading People magazine, I've been trying to figure out what I stood convicted of. Reading, thinking, and writing for a living makes one in need of humanising in some quarters, meaning bringing down. Feeling bad about what you feel good about, or good because you feel bad - a coy wink indicating addiction or lack of intent to stop - fills the bill. Apparently we don't enjoy what we do when we are being intellectual, high thought being one thing, low culture another. Intellectuals' guilty pleasures thus must be low-brow indulgences.

While much scholarship badly needs grounding, and a lot of mental life ignores the body and is decidedly uncreative, mine has participated in creating its own field, centred concretely on relations between women and men, focusing on sexual abuse, often representing the violated. People magazine, for that matter, is also sensitive to ordinary life and class politics, unobtrusively but solidly anti-racist, and pursues animal rights. Pleasure here means having nothing to be guilty about. When what you do is unearned, or others are hurt by it - pornography use, for example, or invasion of celebrities' privacy - pleasure becomes guilty. You rightly dislike yourself for what you like. Some intellectuals have had to fight hard for our work, learn what we know from life as well as books, confront power, and find what we do energising and meaningful. Neither elevated nor predatory, human already, its pleasures are not guilty.

Homi K Bhabha, cultural theorist

Project Runway

There is everything to be learned from your bright and beautiful 18-year-old so long as you can cope with the "likes" that litter her speech, and keep up with the A (Abercrombie & Fitch) to Z (Zara) of high street fashion. All wound up with worries about grades and university applications, Leah relaxed instantly as she watched Bravo network's designer game-show Project Runway: a dozen wannabe Marc Jacobs and Stella McCartneys compete to create a collection for a celebrated label. Yards of silk and taffeta lie wasted on the cutting room floor, but something - perhaps just one thing - witty and lovely emerges. The cut-and-paste technique is as true of working with textiles as it is of writing literary criticism.

Leah's refuge has become my weekly fix. There is life beyond "cords" and cardigans - like hip-hugging Diesel jeans, like Kenzo's slim-waisted Nehru jacket, like Vivienne Westwood's double-breasted pinstripe ... "Dad, you look freaky ... like just stop sucking in!" A little sucking in, a little tuck and nip, a little camouflage provides a whole new persona in academic life. While moderating a panel on "the Metaphysics of Metaphor" in Milan, make sure that you cut short the question period to allow you to wander through the via Monte Napoleone; if you are caught up in a contentious argument on global media in Bombay, concede the point gracefully and dash off to Ensemble; "Baudrillard in New York" at NYU should never keep you from Barneys of New York. Manners makyth a man; clothes complete the process.

Roger Scruton, philosopher, journalist

Elvis

Although I argue vehemently against modern pop music, on grounds of its musical incompetence, verbal impoverishment and general morbidity, narcissism and salaciousness; although I fiercely object to disco dancing as a sacrilege against the human form and a collective rejection of civilised courtship; although I defend reels, minuets, galliards, sarabands and (as limiting cases) waltzes and polkas as the only ways in which ordinary humanity should dare to put its sexual nature on festive display, and although I regard the 12-bar blues and the flattened subdominant seventh as the lowest forms of vulgarity in music, I find rock'n'roll in general, and Elvis in particular, irresistible, and would happily dance away the night to it. I cannot explain the thrill of delight with which I hear the first bars of Jailhouse Rock or the eagerness with which I at once search the vicinity for a partner: but there it is, appalling proof that, despite all my efforts, I am human.

Martha Nussbaum, philosopher

Baseball

When the Chicago White Sox won the World Series in 2005, I was in Japan, lecturing on justice for all the world's people. But all the while, my heart was with my team, my boys: with the heroic strength of Paulie, the heart of Bad Bobby (even larger than his 270lb body) and, not least, the in-your-face manner and indomitable spirit of AJ. I felt it was unfair that I was in Japan talking about justice, rather than at home, where I could be near them. I expressed my annoyance by wearing Sox T-shirts throughout the conference. Their all-black elegance fitted well with the rest of my wardrobe.

I have been a baseball fan since childhood, when my father took me to Connie Mack Stadium in Philadelphia to show me examples of will, excellence and joy. I associate baseball with those values, and with my delight at going to a special event with my father. My father was a working-class man, yet I was brought up in a snooty aristocratic milieu, because that was what he had made his way into. But he secretly communicated disdain for its airs and graces, showing me that the real world was the ballpark, not the Junior Dance Assembly. I love the fact that the White Sox are Chicago's working-class team.

Marcus Aurelius said that the first lesson in ethical impartiality was to learn not to be a sports fan, and I have not learned that lesson, nor do I want to learn it. Pondering that apparent contradiction helps me think better about how we can build a world where we support the urgent needs of people everywhere, while still having something improbably wonderful to love.

Christopher Hitchens, journalist

The Simpsons

I threw out the TV for practical purposes many years ago, and barely ever go to the movies. I do know (slightly) and very much like Matt Groening, and did get my children a tour of the Simpsons set a few years back, but have not seen many episodes. Same with South Park - people say, hey look, they attack the Pope and the Mormons and the Islamists, and I say, "Tell me about it." I do this myself in real time: don't need the vicarious living that seems so central to all this stuff.

 

Steven Pinker, psychologist

Rock lyrics

Just let me hear some of that rock and roll music, any old way you choose it, it's got a back beat, you can't lose it, any old time you use it. I know that classical music is more sophisticated, but - I feel like I'm confessing to a murder - I just don't listen to it. The 1,900 songs on my iPod include jazz, blues, soul, klezmer and country, but the largest single category (49.4%) is rock. In my books, I've analysed rock lyrics for their relevance to linguistics: Bob Dylan's "God said to Abraham, kill me a son" is a perfect example of a benefactive double-object dative construction; Paul McCartney's "She could steal but she could not rob" illustrates a subtle contrast in lexical semantics. I've also used them to exemplify features of human nature: Jim Croce's "You don't mess around with Jim" explains the psychology of reputation; John Lennon's "I want you so bad it's driving me mad", though hardly the most poetic expression of endearment, encapsulates the logic of paradoxical tactics in courtship and similar problems of binding one's implicit promises. Still, I can't say that my musical tastes are driven by my scholarly passions. In the words of a certain poet and philosopher: it's only rock'n'roll, but I like it.

Tariq Ramadan, theologian

Rap

It was originally my 20-year-old daughter who got me into rap music. Now I listen to it at home and when I drive to or from work. I like American rap, but I particularly love the French rappers MAdina and IAM's Philippe Fragione aka Chill Phil aka Akhenaton. Their music is very socially engaged: they criticise injustice, war and racism within European society. Their voice is that of revolt and resistance.

During my work at grassroots level, I have met a lot of young people in the suburbs of France who connect strongly with the message of legitimate violence in rap lyrics. Music allows them to express sentiments that would otherwise erupt in actions. Of course, as in any genre, there are heroes and villains in rap music: a lot of it is just about fashion and mindlessly violent machoism.

I have never been to a rap concert, and I have never rapped myself, but as Picasso said, it takes a long time to become young.

Lewis Wolpert, biologist, author

Cartoons

I await each week for the pleasure that the arrival of my New Yorker magazine will give me. I rarely read it - it is the cartoons that I love. The cartoons in this magazine provide a special view of the world, and often it is my special world. One of my favourites is of someone like me, a bit elderly, going into a room and saying, "Oh dear, grown ups." And on my kitchen wall over the title "Low Self-esteem" is a man writing, "Dear diary, sorry to bother you again."

Frank Kermode, literary critic

Cribbage

My father taught me to play cribbage when I was a child. But it wasn't until the six years I spent in the navy that I started to play cribbage obsessively. I remember being on a ship that was meandering aimlessly around the Pacific for several weeks. The dentist and I had a lot of time on our hands and passed it with games of cribbage. I won most of the time. I now have a cribbage game on the PC in my office, which has proved an excellent means for putting off work. Unlike the dentist, the computer wins most of the time. I suspect it's cheating.

 

Edward O Wilson, naturalist, scientific theorist

Horror movies

I like science fiction horror movies, especially those involving alien invaders. I am a big fan of the classics - War Of The Worlds, the original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and Forbidden Planet - but I also like more recent films, such as Independence Day,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or even the recent remake of War Of The Worlds. At the top of my list, however, is the second film in the Alien series, the best sci-fi horror of all time.

These films play on basic archetypes of the human psyche (predators out there in the dark, and invaders of our territory, etc), so it's OK intellectually to like these movies (I tell myself). There. Now that I've publicly confessed, I feel better.

Steve Jones, evolutionary biologist

Estate agents

I have a voyeuristic interest in estate agents. From window to website, in many parts of the world, I dream about houses that I could never afford to buy. A French castle or a Manhattan loft: a Greek island or an Anatolian estate; an Islington Georgian or something futuristic near Aberystwyth - all have the charm of being mere fantasies and at least they comfort me when I get home to Camden Town and find that I have been burgled yet again.

Slavoj Zizek, Slovenian sociologist, cultural critic

Military PC games

 

 

 

 

 

 

 

 

 

 

 

 

 

I play them compulsively, enjoying the freedom to dwell in the virtual space where I can do with impunity all the horrible things I was always dreaming of - killing innocent civilians, burning churches and houses, betraying allies... Plato was right: there are only two kinds of people on this earth, those who dream about doing horrible things and those who actually do them.

My favourite game? Stalin Subway, a Russian one: Moscow 1952, the player is a KGB investigator, called by Stalin Himself to unearth the plot to kill Stalin and other members of the Politburo. One can arrest and kill suspects at one's will. If one wins, one gets a medal from Stalin and Beria! What more can one expect in this miserable life?
 

 

헉헉 괜히 알라딘 상품 넣기를 하기로 해갖고...;; 하여튼 존 버거랑 슬라보예 지젝은 정말 많이 뜨는군요-_-;;

영국신문이라 그런지 그쪽 사람들이 많은 듯 하고 특히 진화생물학, 사회생물학 분야 인물들이 눈에 띄네요. 

대학중앙도서관홈페이지랑 알라딘 상품넣기 검색을 둘 다 해봤는데 가끔씩은 알라딘 것이 더 검색되네요...;;

앤서니 기든스,안토니아 프레이저(헤롤드 핀터의 아내라네요..),호미 바바, 크리스토퍼 히친스, 로저 스크루턴,

에드워드 윌슨, 슬라보예 지젝 등의 취미가 재밌군요. 특히 지젝은 왠지 정말 지젝스러운 ㅋㅋ

사실 무엇보다 친애하는 천 모군이 Tariq Ramadan의 취미를 보아주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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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지식인들의 망명'에 도움을 준 이들

재출간된 스튜어트 휴즈의 서구 지성사 3부작에 관한 리뷰를 어제 옮겨놓았는데('20세기 서구 지성사의 밑그림') 오늘 학교에 나오다가 잠깐 서점에 들러 3권 <지식인들의 망명>(개마고원, 2007)을 손에 들었다. 1, 2권과는 달리 소장하고 있는 책이 아닌데다가(사실 3권은 기억에도 없던 책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올 무렵엔 이미 절판된 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3부작 중 개인적으론 가장 흥미를 갖는 시대이기 때문이다(아무래도 가까운 시대에 흥미를 갖게 된다). 게다가 '개역판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번역도 다시 손질했고 책의 만듦새도 좋은 편이다.

 

 

 

 

나귀님의 페이퍼에서 봤을 때는 초판이 <지성의 대이동>이었는데, 역자후기를 보니까 <파시즘과 지식인>으로 돼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두번 책을 낸 것인가 해서 도서관 소장도서를 검색해보니 <지성의 대이동>(한울, 1983)과 <파시즘과 지식인: 지성의 대이동, 1930-1965년의 서구사회사상>(한울, 1992)이라고 뜬다. 그러니까 처음 나온 <지성의 대이동>이 '대단히 신통치 않은' 성적으로 일찍 절판된 이후 거의 10년만에 다시 나오면서 한번 '제목 갈이'를 했던 것. 해서, 출판사를 달리하여 이번에 새로 나온 개정판의 제목 <지식인들의 망명>은 세번째 타이틀이 되겠다.  

어제 읽은 경향신문의 리뷰에서도 최근에 나온 <다른 곳을 사유하자>(푸른숲, 2007)와 같이 읽어볼 것을 권유했는데, <지식인들의 망명>의 목차를 보니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이럴 땐 성찬을 앞에 두고 물수건으로 손을 닦는 기분이다). 하지만 책을 통독할 여유는 없기에 서문만 읽어보려다가 저자가 감사를 표하는 이름들에서 또 '걸려들었다'. 또 몇 자 수다를 늘어놓게 된 이유이다(나의 타협안은 경쟁후보였던 '파슨스 vs 밀스'란 페이퍼를 다음으로 연기하는 것이다). 휴즈의 서문을 읽다가 얼핏 떠오른 그 동네의 풍경을 잠시 들여다본다.

<지식인들의 망명>은 <의식과 사회>(1958)과 <막다른 길>(1968)의 후속편으로 1977년에 출간됐는데(10년 터울로 한권씩 낸 셈이군), 서문에서 휴즈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몇 사람의 이름을 들고 있다. "나의 집필 마지막 해에는, 만약 그들이 나의 원고를 읽었더라면 상당히 중요한 지적들을 많이 해주었을 세 명의 인물을 죽음이 앗아가버리고 말았다."(6쪽) 음, 그러니까 '도움을 준' 이들이 아니라 '도움을 줄 뻔했던' 이들이 되겠다. 그 이름들은 리히트하임(1912-1973), 뢰벤슈타인(1891-1973), 그리고 잉게 베르너 노이만 마르쿠제(1913-1972)이다.

 

 

 

 

"그 중 리히트하임은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나의 지식을 여러 각도에서 풍요롭게 해준 인물이었으며," 게오르그 리히트하임은 루카치 전문가이기도 한데, 그의 책으로 <루카치>(시공사, 2001) 등 여러 권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베버 서클의 마지막 중요인물이었던 뢰벤슈타인은 당시 앰허스트 대학 4학년이던 나를 처음으로 독일 사회사상계로 안내해준 사람이었다." 이 뢰벤슈타인의 책으론 <현대헌법론>(교문사, 1975), <비교헌법론>(교육과학사, 1991)이 번역돼 있다. 법학자 칼 뢰벤슈타인이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또한 이 연구의 중요 등장인물들 중의 한 사람(프란츠 노이만)의 미망인이자 또 다른 한 사람(허버트 마르쿠제)의 부인이기도 한 잉게 베르너 노이만 마르쿠제는 내가 그녀의 신념의 생명력을 충분히 표현하는 데에 그녀와 나의 우정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1937년에 찍은 한 사진을 보니 세 커플이 등장하는데, 왼쪽부터 프란츠/잉게 노이만, 골드/레오 뢰벤탈(리오 로웬달), 허버트/소피 마르쿠제 부부이다. 잉게 노이만(왼쪽에서 두번째)이 미망인이 되고 나서 허버트 마르쿠제(오른쪽에서 두번째) 재혼했던 모양이다. 

찾아보니, 프란츠 노이만(1900-1954)은 레오 뢰벤탈(1900-1993), 허버트 마르쿠제(1898-1979)와 함께 망명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일원으로서 역시나 파시즘 분석으로 잘 알려진 정치학자인데 1954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단행본 저작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듯하며 <정치이론과 이데올로기 입문>(돌베개, 1984)이 공저로 나와 있다. 그리고 프란츠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던 잉게 노이만은 1956년에 마르쿠제와 재혼했다(그녀 또한 <유럽의 전쟁범죄> 등의 저작을 갖고 있다). 참고로, 뢰벤탈(로웬달)의 책으론 <문학과 인간의 이미지>(종로서적, 1983)과 <문학과 인간상>(이화여대출판부, 1984)이 출간됐었다(같은 책의 두 번역서이다).

 

 

 

 

이어지는 휴즈의 감사. "나의 감사하는 마음은 우선, 계속되는 원고를 세심하면서도 항상 유머를 잃지 않고 타이핑해준 도로시 스킬리 양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며, 두번째로는 박사학위 과정 때 나에게 배운 두 학생 제이와 로빈슨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사실 이 대목 때문에 페이퍼 아이템을 잡은 것인데, 여기서 두 학생 제이와 로빈슨은 각가가 마틴 제이와 폴 로빈슨을 가리킨다. "나는 그들의 책 <변증법적 상상력>과 <프로이트 좌파>를 4장과 5장의 각주에서 상당히 많이 활용했다."

인문학 서지에 밝은 이라면 이 두 권의 책이 국내에 번역/소개되었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변증법적 상상력: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역사와 이론, 1923-1950>(돌베개, 1979)로 나온 책이고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이기도 하다(제이의 책으론 <아도르노>가 출간돼 있고, <시각의 헤게모니>에도 그의 논문이 실려 있다). 공역자 중 한 사람인 황재우는 시인 황지우의 필명이다. 그리고 <프로이트 좌파>는 <프로이트 급진주의>(종로서적, 1981)라고 번역된 책으로, 빌헴름 라이히, 게자 로하임, 허버트 마르쿠제에 대한 유익한 입문서이다.

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데, 마틴 제이의 '20세기 프랑스 사상에서 시선의 절하'란 부제를 갖고 있는 <내려뜬 눈(Downcast Eyes)>(1993)이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다룬 학위논문에 이어서 스승의 작업을 떠올리게 하는 지성사 탐구의 역작이다. 분량이 만만찮지만 마틴 제이의 책들도 재출간/번역되면 좋겠다...

07. 06. 09.

P.S. <지식인들의 망명> 책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는 '1961년 뉴욕 출생.'으로 시작한다. 바로 옆에는 붉은 글씨로 'H. Stuart Hughes, 1916-1999'라고 써놓고 말이다. 번듯한 표지에 이런 '깔끔한' 오타라니!..

한편, 오늘자 한겨레에는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공화국으로>(도서출판b, 2007)와 함께 이 3부작에 대해서도 비중 있는 리뷰가 실렸는데(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14691.html), 어인 일인지 저자를 '스튜어트 휴스'라고 표기했다. 물론 'Hughes'를 '휴스'라고 읽는 건 자유이지만 모든 번역본과 다른 언론리뷰들에서 '휴즈'라고 읽는 걸 굳이 독불장군처럼 '휴스'라고 읽는 배짱은 무엇인지?(존경해주어야 할까?) '베냐민'의 경우도 그러하고, 이게 한겨레의 고집인지 고기자의 고집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가라타니 고진에게 갖다붙인 '삐딱이는 나의 힘!'도 나쁘진 않지만, 보기 흉한 건 어쩔 수 없다(이 리뷰는 '스튜어트 휴즈'로는 검색되지 않는다). '에세이'를 굳이 '에쎄이'라고 적는 창비식 표기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그런 게 '진보'라면 그건 '당신들의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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