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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궁리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이 책은 거의 모든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읽어본 결과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모호한 제목들이다. 언뜻 보면 굉장히 시적이면서도 본문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듯하지만, 읽어보면 아무런 내용도 없을뿐더러 이런 제목 때문에 오히려 내용이 더 모호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너무 동어반복이 많다. 마치 굉장히 중요한 말을 하고 있는 듯하면서 본론은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말만을 반복하거나 사변으로 흐르고, 또 끝에는 앞에서 한 말을 다시 언급하는 식이어서 읽는 데 약간 짜증이 났다. 그리고 책 밑에 페이지밖에 적혀 있지 않아 지금 내가 어디를 읽고 있는지 계속 앞으로 넘겨봐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어색한 문장이나 오문도 비교적 많은 편이고 띄어쓰기도 앞에서는 띄었다가 뒤에서는 다시 붙이는 식이 더러 눈에 보였다(그동안, 다름아닌과 같은 단어).

내용도 별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이를테면 바리데기 신화를 열 페이지가량 길게 인용하고 끝에서는 죽음은 떠나감이 아니라 돌아감이라는 해석을 붙이는 것은 너무 무성의해 보인다. 신화를 이야기했다가 일상을 이야기했다가 외국의 시를 인용했다가 우리의 역사를 인용하는 식의 혼란스러운 구성이 좋은 주제를 조금 무의미하게 만든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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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 전2권 세트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고전 <심청전>이 새롭게 해석되었다. 그래서 반가웠다. 그리고 읽는 내내 신선했다. 우리의 심청이가 아니라 아시아의 심청이가 한걸음씩 내딛는 발걸음은 비록 낯설었지만, 이해할 수는 있었다. 틀에 맞춰서 진행되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심청이와 그녀의 주변인물들이 전하는 목소리는 내게 보편의 울림을 전해줬다.

실상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심청이가 발걸음을 옮기는 곳과 비슷할 것이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해하지 않고 삶에 찌들어 있다. 무언가를 원하지만 자신과 세계의 벽에 갇혀 이루어지지 않고, 허물어지거나 그곳에서 일어서려고 발버둥친다. 결국은 이타적인 마음이 중요할 것이다. 자신과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나와 타인과의 간격을 바로 보는 것이 필요하고, 힘으로 누르는 것보다는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책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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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의 제야
고종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그가 매일 연재하는 '오늘'을 읽으려고 한국일보를 집어들 정도로 난 고종석의 산문을 참 좋아합니다. 그의 글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참 넓어졌고, 자극을 많이 받아 책도 자주 읽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의 소설은 정말 처음 읽네요. 그전에도 여러 번 읽으려고 했는데, 묘하게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는 기자이고, 산문가이지 소설가는 아니다라는 편견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읽어보니 참 좋네요. 특히 모든 소설 주인공들이 다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카렌'이라는 멋진 연애소설도 좋았고, 비록 사회에서는 실패했지만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파두'의 주인공도 좋았습니다. 특이하다면 굉장히 특이한 인물인 '누이 생각'의 누이도 괜찮았고, '엘리아의 제야'에 나오는 딸과 누이도 개성있게 그려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일인칭 소설의 개인이 바라보는 세계란 늘 그렇듯이 전체를 아우를 수는 없겠지요. 개인은 사회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늘 주변을 맴돌며 혼자 중얼거릴 뿐입니다. 그 보잘것없는 개인들이 나를 보는 것 같고, 내 친구를 보는 것 같고, 많은 선배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런 개인들이 좀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중얼거릴 뿐이지만, 그 생각마저도 없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아무튼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참 많은 생각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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