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궁리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이 책은 거의 모든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읽어본 결과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모호한 제목들이다. 언뜻 보면 굉장히 시적이면서도 본문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듯하지만, 읽어보면 아무런 내용도 없을뿐더러 이런 제목 때문에 오히려 내용이 더 모호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너무 동어반복이 많다. 마치 굉장히 중요한 말을 하고 있는 듯하면서 본론은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말만을 반복하거나 사변으로 흐르고, 또 끝에는 앞에서 한 말을 다시 언급하는 식이어서 읽는 데 약간 짜증이 났다. 그리고 책 밑에 페이지밖에 적혀 있지 않아 지금 내가 어디를 읽고 있는지 계속 앞으로 넘겨봐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어색한 문장이나 오문도 비교적 많은 편이고 띄어쓰기도 앞에서는 띄었다가 뒤에서는 다시 붙이는 식이 더러 눈에 보였다(그동안, 다름아닌과 같은 단어).

내용도 별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이를테면 바리데기 신화를 열 페이지가량 길게 인용하고 끝에서는 죽음은 떠나감이 아니라 돌아감이라는 해석을 붙이는 것은 너무 무성의해 보인다. 신화를 이야기했다가 일상을 이야기했다가 외국의 시를 인용했다가 우리의 역사를 인용하는 식의 혼란스러운 구성이 좋은 주제를 조금 무의미하게 만든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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