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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티타 - 한 피아니스트의 음악과 사랑의 변주곡
로제 그르니에 지음, 윤은오 옮김 / 아테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음악 또는 예술가 이야기가 아닌 음악가가 등장하는 그저 그런 소설이다.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두 가지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네. 예술에 있어서 진지하고 삶에 있어서 진지하지 못한 것. 그분은 삶의 진지함이 당신을 일찍, 아니면 늦게라도 공격하고야 만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셨지. 그분에게 있어서는 너무 빨랐었지만." 무슨 문장이 이래? 뭔 말인지 모르겠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대부분이 이런 문장과 어수룩한 띄어쓰기로 일관하고 있다), 자세히 읽어보면 하나는 건질 수 있다. 삶은 가볍게, 예술은 진지하게!
몇몇 예술가들은 삶을 개차반처럼 살면서도 자신의 분야에서는 진지하고, 또 깊은 경우가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스승은 그런 예술가들처럼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닮은 주인공도 그런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가가 아니고, 그저 여자들을 후리기 위한 도구로 예술을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이 책에서는 예술에 대한 사유가 부족하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도 여기에 등장하는 음악도 그저 무의미하게 흘러갈 뿐이다. 주인공은 분명 역사 속의 인물이지만(1, 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겪은), 그리고 그 자신이 프랑스의 천민 가계의 후손이지만, 소설에서는 이런 역사적인 상황이 개인의 삶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역사와 개인 간의 관계 설정이 이 소설의 주제는 아닌 셈이다. 그런 면이 있기도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너무 긴장감이 떨어지는지라 전쟁과 역사가 그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잘 느낄 수가 없다.
결국에는 삶에 대한 환멸을 말하는 것인가? 실패한 예술가의 인생을 말하기 위해서?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소설처럼 느껴졌다. 정말 ‘예술가 따위’의 삶이 환멸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