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 Q MYSTERY 39
로버트 B.파커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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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쉴 해미트와 레이몬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을 잇는 로버트 B. 파커가 창조한 탐정 스펜서는 좀 특이한 탐정이다. 그는 아주 도덕적이고 정의감이 넘치는 탐정이다. 그것 때문에 거친 일을 한다. 그는 중세 기사도 정신을 따르는 남자다. 아마도 작가는 스펜서를 통해 70년대 한창 기승을 부리던 페미니스트들을 비꼬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탈을 꿈꾸던 주부가 광신적 페미니스트들에게 휘말려 강도, 살인에 가담하게 되고 그 남편은 고리대금업자에게 협박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단순히 가출한 아내를 찾기 위해 고용된 스펜서는 이들 부부 문제에 끼어 들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다. 기존의 추리 소설과 비교하면 맥빠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고 스스로 해결점을 생각하게 하는 점에서 보면 확실히 지적인 추리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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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별장의 미스테리
코넌 도일 외 지음 / 예은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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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7명의 영국 추리 소설가의 작품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단편 모음집이다. 작품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여름 별장의 미스테리 - 길버트 K 체스터튼
실버 블레이즈 - 코난 도일
아내의 위증 - 아가사 크리스티
수상한 방문자 - 오스틴 프리맨
공처가의 살인 - 로이 빅커즈
어느 백만장자의 죽음 - 로날드 녹스
고속 침대 열차의 비밀 - F. R 크로포츠

이 중 가장 최고의 작품은 로날드 녹스의 <어느 백만장자의 죽음>이다. <밀실의 수행자>라고도 알려진 작품이다. 어느 백만장자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굶어 죽는다. 모두 그가 미쳐서 굶어 죽은 거라고 말하지만 탐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침대가 이상하게 흐트러져 있었고 침대의 위치가 약간 움직인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만장자는 유산이 탐난 네 명의 인도인에 의해 공중에 침대가 매달려진 채 살해당한 것이었다.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뛰어내릴 수도 없었다.

이 작품을 읽고 밀실 트릭의 최고 작품으로 찬사 받는 <노란 방의 비밀>보다 더 뛰어난 작품이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하나만 가지고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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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땅 캐드펠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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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父兮生我, 母兮鞠我, 哀哀父母, 生我 勞, 欲報深恩, 昊天罔極. 아버지는 날 낳으시고 어머니는 날 기르시니, 슬프다 부모여! 나를 낳으시기에 애쓰시고 수고하셨도다. 깊은 은혜를 갚고자 하나 넓은 하늘은 참으로 가이 없다. 이 말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캐드펠 시리즈는 추리 소설이고 수도원을 배경으로 기독교적 교리와 서양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종교나 문화를 떠나 인간이 사는 곳에서는 언제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법이라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든다.   

수도원의 땅이 된 도공의 땅이라고 일컬어지는 땅에서 발견된 죽어 비밀리에 매장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하지만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려줄 단서는 하나도 없다. 단지 그 땅에서 홀연히 사라진 한 여자일 거라는 추측, 즉 그 시체는 도공이었다가 그녀를 버리고 수사가 된 신앙심 깊은 루알드 수사의 아내 제네리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그 이유로 루알드 수사는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수련 수사였던 술리안에 의해 제네리스가 살아 았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또한 그는 그 땅의 영주의 아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캐드펠 수사와 행정 장관 휴 버링가는 죽은 여자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술리안은 부모의 명예와 집안의 명예를 위해 기꺼이 죄를 뒤집어 쓸 생각을 한다.   

부모가 아니었다면, 자식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이란 인연으로 만나 그것을 어떤 도덕적 의무로, 책임으로, 명예로, 우리가 알고 있는 애정과 효란 이름으로 서로 나눠 가진 무엇 때문에 죽음으로도 그것을 행하게 하고 막을 수 없게 하는 것.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편적이고 가장 우선되는 가치관 아닐까.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런 것을 잊고 살지만 캐드펠 시리즈를 읽으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사는 동안 지켜야 하는 것은 존재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혹자들은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평하지만 끝까지 내가 읽는 이유다. 어쩌면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도 이렇게 재미없고 지루해 잊고 놓치기 쉬운 것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인간은 인간의 원초적인 생활이나 도덕보다 종교적 신앙을 더 우선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그러니 중세 유럽에서는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사랑으로 결혼해서 남편만 바라보고 산 여자가 어느 날 남편을 종교에 빼앗긴다. 그러면서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법 때문에 재혼할 수도 없고 그저 혼자 살게 된다. 마지막에 남자는 여자가 수도원에 묻힌 것도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한다. 그야 남자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니 자기 좋은 일을 한 것이지만 그녀가 죽어서 과연 수도원에 묻힌 것을 달가워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비참하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런 면에서 보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기꺼이 참아 내고 죽음이 올 때까지 의연하게 살고자 하는 또 다른 여자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삶이란 너무도 불가해하고 너무도 이기적이고 너무도 불공평한 것이다. 누구든 개개인에게 삶이란 이처럼 너무도 버거운 것이라 언제든지 벗어버리고 싶은 무거운 외투처럼 생각된다. 그래서 누구는 신의 부름이라는 명목 하에 속세를 떠나 성직자의 길을 간다. 자신의 아내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남아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매정하게 더 높고 위대한 일을 한다는 저만의 이유로 아내를 버린다. 남은 아내는 떠난 남편을 저주하다 다른 사랑을 찾게 된다. 그 사랑이 비록 남의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아내가 어떤 고통을 받는지 알고 있다 할지라도 이번 사랑은 놓치고 싶지 않다는 화풀이 또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종적을 감추게 되고 그녀의 시체를 캐드펠은 발견하게 된다. 어린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은 성직자가 될 결심을 하고 수도원에 들어갔지만 전쟁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자청해서 살인을 고한다. 누구도 그가 했으리라고 믿지 않는 살인. 왜냐하면 그의 명예롭게 죽은 아버지나 병으로 고생하는 어머니가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도공의 땅이다. 하지만 욕망의 땅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종교적 욕망으로 아내를 버린 남자의 욕망. 남편을 놔줄 수 없어 몸부림치던 여자의 욕망. 병든 아내를 두고 다른 사랑을 찾은 원초적 욕망. 병든 몸으로라도 자신의 남편을 놓아줄 수 없는 여자의 욕망. 그 모든 욕망이 살인자 없는 죽음을 낳고 한 젊은이를 고뇌하게 만들었으니 인간이 사는 곳 자체가 욕망의 땅이 아닐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종교적 믿음도 인간의 한낱 욕망에 지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이 책은 종교를 떠나 인간이라는 이름의 우리들에게, 우리들의 삶에 어떤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캐드펠 시리즈가 좋다. 늘 캐드펠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작품의 추리 소설적으로 약간 미약한 점을 인간 내면의 성찰과 드물게 진지한 교육적 내용으로 감싸고 있는 놀라운 힘을 배우게 된다. 우리가 예전에 가치관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잃어버리고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고전적인 이야기들이 이 작품 안에 녹아 있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점을 항상 생각하게 하고 자신의 위치를 뒤돌아보고 반성하게 하는 대단히 좋은 작품이다. 이 시리즈를 매년 읽게 되고 기다려지는 것이 요즘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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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걸작추리 12선 & One
이경재 옮김 / 명지사 / 199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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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가면 - 휴 월폴
의혹 - 도로시 L. 세이어즈
엘셀시오장의 참극 - P. G. 우드하우스
3인의 레오폴드 - 에드워드 D 호크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사나이 - 헨리 슬레사
완벽한 알리바이 - 패트리샤 맥거
가장 쉬운 일 - 빌 프론지니
일상생활 속의 함정 - 도날드 올슨
잠겨진 문의 비밀 - 피터 러브세이
꾀꼬리장 - 아가사 크리스티
발바닥 - 나쓰키 시즈코
증언 - 마츠모토 세이초
세 사람의 미망인 - 엘러리 퀸

이 앤솔로지 모음집에서의 수확이라면 단연 도로시 세이어즈의 <의혹>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을 꼽고 싶다. 이 작품은 세계 10대 단편 추리에 꼽히며 그 중에서 가장 최고의 작품으로 극찬 받는 작품이다. 더불어 이 작품과 비교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꾀꼬리장> - 야앵장이라고도 한다 - 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피터 러브세이의 <잠겨진 문>은 작품보다 요즘 이 작가의 작품을 읽는지라 관심이 갔다. 휴 월폴의 <은가면>과 도날드 올슨의 <일상생활 속의 함정>은 친절과 부드러움 뒤에 감춰진 추악한 인간의 단면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엘러리 퀸의 <세 사람의 미망인>은 짧지만 아가사 크리스티의 <엔드하우스의 비극>을 연상시키는 매력이 있었고 그 밖의 작품들도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었다. 모처럼 만족스런 단편집을 읽었다. 아주 좋은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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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훼스의 창 1
이케다 리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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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극이어야만 아름답게 오래 기억된다고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좋은 예다. 만화에서 가장 비극인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이 작품이다. 이 작품 안에는 모든 사랑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사랑 모두가 비극적으로 끝이 난다. 크라우스를 향한 유리우스의 사랑이 그렇고, 유리우스를 향한 이자크의 사랑이 그렇다. 사랑은 사랑으로 남지 못하고 이념이나 사상, 원한이나 복수, 욕심들로 얼룩지고 온전하게 지켜지지 못한다. 슬픈 전설이 그들의 앞날을 예고했듯이...

그래서 오히려 그들의 죽음은 평화롭다. 삶 자체가, 사랑 자체가 고통이었던 주인공 모두에게 죽음은 안식이고 행복한 결말이었다. 때문에 이 작품은 주인공의 죽음이 좋게 생각된 유일한 작품이다. 다시는 개인의 사랑이 조국이라는 대의 명분이나 가문의 존속 때문에 유린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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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06-0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사이유의 장미 풍이었지만, 이런 작품을 좋아하는 까닭에 보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했어요~
그래도 님의 말씀처럼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건 공감합니다.
혁명의 시대에 태어난 그들이.. 아름답지만 불행해보였어요...

2005-09-30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5-09-3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저는 그래도 안볼래요. 슬픈건 싫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