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MWA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세인트카를로 섬이라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과 그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의 활약, 그리고 분위기가 독특한 그 섬만의 특성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제목 <FINDING EE>가 뜻하는 것은 그 섬의 특이한 도둑 모비가 용의자로 몰려 경찰이 그를 잡으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추리 소설적인 면에서 보면 대단한 작품은 아니다. 백인들만 드나드는 호텔의 투숙객이 살해당하고 용의자는 섬의 도둑 모비다. 섬의 원주민 경찰 서장은 백인 부지사의 지시에 의해 모비를 잡으려 하지만 모비와 친구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친구가 살인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결국 독자적으로 사건을 해결한다.책을 읽으면서 6, 70년대의 카리브해의 섬들에 대해 생각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는 섬들과 그런 나라들에서 독립은 했지만 지배할 만한 지도자가 없이 공산주의의 길을 걷거나 독재에 시달리거나 내전에 시달리는 나라들... 교육받고 깨어 있는 지성인 경찰 서장의 생각처럼 그들은 어떤 선택에도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약소 국가나 힘없는 민족, 인종의 비애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유쾌한 기분이 되는 것은 그들의 인간적인 자긍심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 외로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피터 러브세이의 크리브 경사 시리즈다. 원제는 WAXWORK이다. 시대는 188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금부터 100년도 더 전의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도 가스등이라든가, 마차라는 것, 복장을 빼고는 생각이나 사건을 다루는 것이 요즘과 다름없는 작품이다.한 사진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진사의 조수가 독살 당한 것이다. 그리고 사진사의 부인이 범인으로 잡힌다. 재판을 받던 중 그녀는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 직후 날라온 한 장의 신문 사진으로 그녀의 유죄에 의문이 생긴다. 이에 크리브 경사가 사건을 은밀히 재조사하게 된다. 원제가 밀랍 인형인 것은 그 당시 마담 타소가 개관한 밀랍 인형 박물관에서 유명인의 밀랍 인형과 더불어 살인자의 밀랍 인형도 전시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용의자인 여인은 과연 전시가 될까... 사형이 확정되고 난 후 재조사를 한다는 것은 많은 위험부담이 따른다. 즉시 무죄를 증명하는 단서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형을 당하고 그 후 무죄라는 것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죄를 지었든 짓지 않았든 인간이 법이라는 것으로 살인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살인이 아닐까. 아무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게 만드는... 그래서 나는 사형 제도에 반대한다.
이 작품은 에드 맥베인의 매슈 호우프 변호사 시리즈다. 원제는 <SNOW WHITE & ROSE RED>이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탐정으로 로렌스 샌더스의 맥널리를 들 수 있다. 그런데 매슈 호우프는 이 작품으로 맥널리를 능가하게 되었다. 정신병원에 있는 사라가 정상이라고 믿고 매슈는 그녀가 정상 판정을 받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동안 경찰은 호수에서 발견된 여자 시체의 신원을 확인하려 애쓴다. 사라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바람 피우자 격분했고 자살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엄마가 빈약한 재산을 눈독 드려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아 가둔 것일까, 아니면 그녀는 진짜 정신병자인데 매슈가 속고 있는 것일까...미넷 월터스의 <여류 조각가>라는 작품이 있다. 그 작품에는 뚱뚱한 범죄자 올리버가 등장한다. 그녀는 뚱뚱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동정을 받지 못했고 자식의 식성을 주체못해서 감옥에 들어갔다. 그 작품을 읽으면서 그 작품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올리버가 날씬한 미녀였다면 그녀가 과연 그렇게 쉽게 유죄 판결을 받았을까 생각했다. 이 작품은 그 작품과 반대적이다. 변호사 매슈는 정신병원에 있는 금치산자 판정을 받은 사라의 호소를 듣고 그녀가 다시 정상 판정을 받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그가 노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미인이라는 데 있다. 아마 그녀가 미인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호소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87분서 시리즈보다는 좀 재미가 덜한 것 같다. 이 시리즈에서는 너무 작가가 인간의 비 이상적인 성적 충동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 작품이다.
친구인 데이먼이 약혼녀인 척 해 달라고 했을 때 그것이 계략인 줄 몰랐던 소피는 그의 약혼녀로 위장해 그의 집에 간다. 그곳에서 데이먼의 의붓형 알렉스를 만난 소피는 첫 눈에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 때문에 진실을 얘기하지 못하고 알렉스도 소피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가 데이먼과 자신을 속이려는 것으로 생각한다.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집시 여인이 사랑에 빠진다면 사랑 안에 정착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위대한 사랑은 민족성마저도 초월한다고 얘기하는 듯 하다. 진짜라면 집시들이 아직도 정착을 못했을 리 없는데. 아니면 그들은 모두 사랑에 운이 없었던 걸까...사랑이 모든 것을 초월한다면 불행한 사람들은 단지 사랑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저명한 한 남자가 백주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한 남자에게 권총을 쏜다. 그 자리에는 시경 국장도 있었고, 검사도 있었다. 그는 살인을 저질렀지만 무죄로 풀려나게 되고 다른 사람, 그곳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 누명을 쓰고 자살을 한다. 한 순진한 젊은 변호사는 돈 때문에 그에게 속아 그의 무죄방면에 도움을 준다. 변호사는 법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그를 살해할 결심을 한다.이 책을 읽는 내내 존 그리샴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가 생각났다. 그 책의 주인공은 돈 때문에 마피아 법률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안 주인공은 곤경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애를 쓰고 그들을 FBI에 넘기고 마피아를 피해 숨어사는 길을 택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과 공통점은 모두 순진한 사회 초년생들이라는 것이다. 아직 때가 안 묻고 진리와 정의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선과 악을 구별하려 애쓰는 젊은이... 그래서 그들은 덫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알게 된다. 세상에는 정의라든가, 진실이라든가, 선이라는 것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만 세상에는 살아남기 위해 남을 속이고 짓밟는 자들만이 존재하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도태되고 만다는 것을... 자꾸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정의는 단지 희망일 뿐이고 인간의 상상의 산물일 뿐이다. 신조차 정의롭지 않은 세상인데 인간이야 말할 것도 없는 것 아닐까...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유전 무죄, 무전 유죄인 세상인 것이다. 그것만이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