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한 사랑
제인 앤 크렌츠 지음, 변용란 옮김 / 영언문화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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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 난 문고판이 좋다. 로맨스 소설은 간단한 것이 좋다. 미사여구가 많고 사랑의 생기는 갈등이 아닌 다른 문제가 끼어 들어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싫다. SF작가와 비밀 첩보원 사이의 사랑 이야기만 간결하게 다루면 좋은데 과거에 숨겨 둔 에메랄드 상자가 동굴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야기는 사랑에서 벗어나 보물 빼앗기로 바뀌고 그렇다고 그것이 주된 내용도 아니면서 옥의 티처럼 느껴지게 된다. 별로 감동적이지도 않고 깊이 빠져들지도 못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로맨스냐, 추리를 결합한 추리 로망이냐를 확실히 나타냈으면 좋았을 텐데 로맨스에 양념으로 어설픈 추리적 요소를 결합시켜 이도 저도 아닌 모양이 된 것 같다. 확실히 로맨스에 추리가 양념으로 들어가 만족스러운 작품이 된 예를 아직 보지 못했다. 로맨스 소설가가 추리 소설가로 변신하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는 추리 소설에 로맨스가 양념이 되고 그것은 무리 없이 소화가 된다. 결과적으로 추리적 요소는 어떤 작품에 양념으로 쓰이기에는 그 맛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돋보이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 없이 단순한 사랑 이야기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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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
존 D.맥도날드 / 정경출판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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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 아직 살인이 보편화되지 않고 폭력이 시민을 위협하지 않던 때, 한 미치광이가 과거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변호사를 찾아 그와 그의 가족을 공포 속에 몰아넣는다.

어쩌면 가장 잔인한 일은 살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보다 더 잔인한 것은 인간을 협박함으로서 인간성을 상실하게 만들고 가치관을 파괴하고 자신이 아닌 자신의 아내,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을 당할 거라는 불안으로 서서히 미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까지는 선한 소시민이었고 폭력을 증오하고 법을 준수하던 사람을 사형집행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읽으면서 기분 나쁜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그것보다 이런 미치광이이면서 법적으로는 어떤 범법 행위를 하지 않는 자에게 공권력은 무기력하다는 절망감에 싸이게 된다. 역시 착하다는 것은 정글 같은 세상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남에게 약점이 되어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 지금 착한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하더라도 탓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세상이 착한 사람 편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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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서클
아카가와 지로 / 서울문화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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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른 아파트에서 가스 사고로 한 여학생이 살해된 것을 알게 된 가타야마는 그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여학생의 살해범을 찾기 위해 고등학교까지 조사하게 된다. 하지만 연이어 또 다른 여학생이 칼에 찔려 살해당하고 그들의 공통점이 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공포서클 남학생들로 용의자는 좁혀진다.

이 작품의 재미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고전 공포 영화를 엿보는 것이다. 론 차니 주연의 1925년 작품인 <오페라의 괴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각색한 존 발리모어 주연의 1920년 작품인 <미친 악마>, 보리스 카로프 주연의 1931년 작품인 <프랑케슈타인>, 세계 최초의 흡혈귀 영화인 1922년 작품 <노스페라추>를 엿보는 것이다. 고등학교 공포 서클에서 이 정도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서 보면 마냥 부러운 일일뿐이지만 좋은 것은 따라 하지 못하고 나쁜 것만 재빨리 따라 하는 것 같아 정말 못마땅하다. 이것이 우리의 한계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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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신부의 동심 - 소년소녀세계추리탐정소설명작선 8
체스터어튼 / 태양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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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작품만을 남긴 G. K. 체스터튼의 작품은 그가 창조한 탐정 브라운 신부의 이름으로 <브라운 신부의 지혜>와 <브라운 신부의 동심>으로 엮어졌다. 성직자가 탐정으로의 눈을 가지고 있고 잔인함을 파헤친다는 것이 낯설기도 하지만 같은 탐정인 캐드펠 수사를 보면서 브라운 신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성직에 있기 때문에 공정할 수 있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브라운 신부는 홈즈 타입이고 캐드펠 수사는 하드보일드적 탐정의 느낌을 주지만 모두 이색적인 탐정임에는 틀림없다.

삽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브라운 신부는 약간 멍청해 보이면서도 심술궂게 보인다. 그것은 그가 성직자로서의 모습과 속세인보다 범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됨으로서 오는 만족감의 표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시대를 초월하고 직업을 초월한 탐정들의 활약이 브라운 신부하는 전대미문의 탐정으로 인해 더 빛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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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트리트
트리베니안 / 진음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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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할렘 메인 가에서 30여 년을 경찰로 일한 레포완트 경감보의 마지막이 될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하드보일드적 색채를 띠고 있으면서 문학적이고 또 철학적이기까지 한 아주 독특한 작품이다. 사건은 한 이탈리아인 불법체류자가 살해되면서 시작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건 자체가 중요시되는 것이 아니라 레포완트의 쓸쓸한 노년과 가난한 메인 가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결혼한 지 1년만에 아내를 잃고 평생을 혼자 지낸 레포완트는 이제 동맥류 류머티즘이라는 병 때문에 시한부 삶을 살게 된다. 그는 메인가의 법이다. 범죄자에게는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이지만 매춘부나 부랑자들을 지키는 수호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잘 곳이 없는 매춘부를 재워 주기도 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예전에 본 영화를 떠올렸다. <코파 카바나>라는 영화였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남자를 읽고 할머니가 되어 그 남자를 회상하는 작품이다. 레포완트는 죽은 젊은 아내를 생각한다. 그 아내와 상상 속의 두 딸과 멋진 집에 사는 꿈을 꾼다. 딸들은 아이일 때도 있고 다 커서 아내의 나이만 할 때도 있지만 아내는 언제나 죽던 순간 그대로다. 그의 이런 생각을 읽으면서 사랑을 잃고 나이가 들고 병들어 죽을 날만을 바라보는 인간의 서글픈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보기 드문 추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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