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결혼식 날 신부가 도망친 경험을 가진 도미닉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만 아버지가 귀찮게 하자 시에라와 결혼해 버린다. 그가 시에라와 결혼한 것은 그들이 육체적으로는 완벽하게 어울리고 정신적으로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기 때문이다. 시에라가 도미닉과 결혼한 이유는 이웃의 아들의 치료비를 위해서였고 그녀도 도미닉에게 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에라는 완벽한 결혼 생활을 요구하며 도미닉을 뒤흔든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결혼 전날 사람들은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그 느낌이 결혼식 날 도망간 신부로 인해 고통스런 신랑의 기분처럼 끔찍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독신을 고집한다는 것도 좀 우습다. 그다지 사랑하지도 않은 여자가 도망간 것뿐이고 망신을 당해 자존심이 상한 것뿐인데 그것으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다고 설정한 것은 좀 그렇다. 남자 주인공은 마음에 안 들지만 여자 주인공이 괜찮아서 그런 대로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아마도 가장 많은 제목만 다른 작품으로 번역 출판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원제목은 <A CASE OF NEED>다. 우리 나라 제목으로는 이 작품 외에 <낙태>, <긴급할 경우에는>, <하버드의 의사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분노의 도시>가 있다.한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서 그의 모든 작품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이런 똑 같은 책을 제목만 다르게 해서 출판하는 행위는 독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일일이 책을 확인하고 사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 서점의 경우, 혹은 좀 출판 시기가 지나 내용 확인이 힘든 경우에는 사고 난 뒤에 후회하고 실망하게 된다. 이런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리고 서점에서도 책의 내용을 설명할 때 원제목 정도는 알려주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얼룩 고양이 홈즈 시리즈가 9권 정도 번역되어 출판된 걸로 알고 있다. 그 중에 이 작품이 가장 최신 작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가 20여 년을 한 시리즈를 썼다면 처음과는 다른 주관과 관점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과 비교해 보면 작가가 어떤 관점은 좀 느슨해지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너그러워졌다기보다 무엇이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모양이다.이 작품은 특히 무슨 생각으로 쓴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바람둥이 화가의 일생을 나타낸 작품 같다. 그리고 억지스럽게도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바람둥이 화가의 사생아들이다. 이야기에 두서도 없고 특히 재미도 없다. 작가의 마지막 번역된 작품이었는데 이런 아쉬운 마음으로 읽게 되어 유감이다. 또 다른 작품이 번역되어 나온다면 좀 더 나은 작품이기를 바란다.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새 보금자리인 독일의 고성에 있던 철의 처녀라는 고문 기구에 갇혀 살해당한다. 남편은 3년 뒤 자신의 가족 중 그 당시 독일에 왔던 누군가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독일로 부른다. 그의 형과 젊은 형수, 조카, 사생아인 조카딸... 첫날부터 형의 비서가 해자에 빠져 죽고 그 뒤로 형수, 조카, 하인이 차례로 살해당한다. 그리고 마침내 가타야마의 여동생 하루미가 철의 처녀에 갇히게 된다.우발적 살인, 혹은 살인 교사는 용서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 작품이다. 경찰이 사건에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인자를 옹호하고 피해자의 죽음을 당연한 인과응보로 몰아가는 느낌을 준다. 마치 살인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 하다. 어쩔 수 없는 살인이 아니었고 비록 살해당한 사람들이 좀 더 악한 사람들이었지만 이런 결말은 좀 작가의 생각을 의심하게 한다.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결말을 이끌어 냈는지 궁금할 뿐이고 개인적으로 이런 결말은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군가 군중 심리는 위험하다는 말을 했다. 작게는 무단 횡단 정도를 할 수 있지만 크게는 히틀러에 동조해 대량 학살을 묵인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살인도 혼자 하면 위험을 느끼지만 여럿이 저지르면 그것은 더 이상 살인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정당성을 부여하고 안정을 느끼게 한다. 이런 이유로 조직 폭력배들이 살인을 같이 하도록 유도하고 집단의 의식처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이 작품에서처럼 탐욕이 이유가 되어 저지를 수도 있고 개인의 욕망에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얼룩 고양이 홈즈가 점점 사회 문제를 파고들고 있다. 홈즈의 활약은 좀 적어지고 있어 아쉽지만 내용이 다양해지는 것 같아 좀 더 차분하게 읽게 되는 것 같다.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우리는 왜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