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제국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철호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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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가 한 로봇에게 달렸다는 결말이 그다지 감동을 주지 않는 것은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센테니얼맨>을 읽으면서 느꼈던 로봇을 떠나 영웅에 대한 느낌을 죽어 가는 지스카드와 홀로 남게 된 다닐에게서 다시금 느낀다. 인간은 제것이 될 수 없다면 누구도 가질 수 없다는 생각 속에 사는 종족들이지만 인간에 의해 만들어 졌지만 로봇은 로봇 3원칙이라는 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사명감으로 인간 보존을 위해 노력한다. 과연 그들이 그렇게 노력할 만한 종인지 의문이지만... 그래서 제목이 로봇과 제국이다. 지구를 포기하고 지스카드와 다닐은 은하 제국 건설의 꿈을 꾼다. 인간과 로봇에 의한... 고인 물은 썩는다는 논리로 고인 물을 없애는 방법을 써서 전 우주인과 이주인들의 평화 공존을 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태인과 아랍인들의 전쟁의 원인인 예루살렘을 없앤다면 그들에게도 평화와 공존은 올까... 아마도 아시모프의 이런 결말은 <파운데이션>을 읽으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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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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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의 작품은 한 권만 읽어도 진가를 알 수 있고 어떤 작가는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어 나가면서 진가를 느끼게 된다. 이 작가는 후자에 속한다. 내가 처음 읽은 <마지막 모험>은 평범한 영화 시나리오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 <악어의 심판>에서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작가의 글쓰는 느낌이 전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이 작품에 이르러 작가가 그리는 작품 세계를 알 것도 같아졌다. 마치 이 정도는 괜찮아. 세상에 이런 조그만 죄를 짓는 사람들은 흔하니까 봐주고, 그러다 죽으면 그건 그 사람 팔자지. 하지만 진짜 나쁜 놈은 죽어야 돼. 법보다 가까운 주먹으로, 아니 총으로... 이런 작가의 말소리가 들리는 듯 한 작품이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이 환상속의 인물이 아니어서 좋다. 허구적 인물이 아닌 상처 입고 쓰러져 본 나이가 듬직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들 중 누군가는 주연이고 누군가는 조연이다. 누군가는 허무하게 죽고 누군가는 살아 남아 더 나을 것 같은 인생을 향해 나아간다.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범죄자들의 희극적 행동은 재미있기보다는 비애를 느끼게 한다. 그들은 신이 조종하는 끈 달린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느낌을 준다. 마치 인생은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흔한 범죄 소설같지만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 것이 엘모어 레오나드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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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도둑
토니 힐러맨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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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에드거상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나바호 부족 보호구역의 경찰인 리프혼과 짐 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로 시간의 도둑이라고 불리는 도굴꾼에 관한 이야기다.한 여성 인류학자의 실종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뒤 도굴꾼 두 명의 살인 사건과 그에 관련된 중개인의 살인으로 주목을 끌게 된다.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보다 나바호 부족이라는 인디언들의 삶과 그들의 혼란과 갈등을 통해 문명, 문화의 파괴적 잔인함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인디언 스스로의 시각으로 말이다. 힐러맨의 다른 작품 <카치나의 춤>도 읽어보았지만 그 작품보다 이 작품이 더 좋았다. 재미도 더 있고 특히 짐 치와 리프혼의 인간적 고뇌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작가의 작품이 좀 더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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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심판
엘모어 레오나드 지음, 김명렬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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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mum Bob이라 불리는 판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범죄자들에게 항상 최고 형량만을 언도하면서 그것이 정의의 구현이라고 믿는 판사가 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성차별, 혹은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는 심령 현상에 심취해 있고 자신 안에 흑인 소녀가 있다는 아내를 쫓아내기 위해 악어를 이용해 위협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효과가 나서 아내는 집을 나갔지만 그는 그에게 복수를 꿈꾸는 범죄자들에게 위협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범죄자들의 보호 관찰관과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그 일에 말려들고 형사는 어이없게 죽고 그와 사귀던 보호 관찰관은 범인에게 복수의 총을 겨눈다.

이 작품은 또 다른 관점에서는 총을 다룰 수 없어 보호 관찰관이 된 한 여성이 경찰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녀에게 강력한 총을 잡아야 하는 동기를 부여해서. 그것은 남자 친구인 형사가 살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악덕 판사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그래도 판사보다는 살인을 밥 먹 듯이 저지르고 범죄를 유희처럼, 혹은 자신의 과시 정도로 생각하는 범죄자들의 범죄에 대한 불감증이 더 심각한 일이라는 것으로 끝맺는다.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쓴 작품 중에 로렌스 샌더스의 맥널리 시리즈도 참 공감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그 작품들은 너무도 상류층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반대로 하류층의 이야기다. 마치 플로리다에는 중간층은 존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고 그 얼마 없는 중간 층, 형사와 보호 관찰관 같은 이들은 그들 사이에서 짓눌리다 피해만 보는 존재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다지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다. 너무 사실적이고 작가가 자신의 감정이나 감상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현실에 대한 사실적 보고서를 읽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미국식 유머와 그들에게만 통용되는 말들이 사용되어 우리와는 괴리감이 있는 듯 하다. 마치 슈렉을 보고 아무런 재미도 못 느끼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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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꽃
정현웅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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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산만한 작품이다. 너무 인물 중심의 개개인의 개인사에 너무 많이 초점을 맞춰 정작 추리 소설로서의 중심을 찾을 수 없다. 한 여대생의 죽음, 그 여자가 임신한 상태였다는 것, 그리고 남동생이 타살이라고 주장하는 점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그 여대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증거를 모으는 기자에 의해 진상이 드러나게 되는데 그 과정이 맛없는 비빔밥을 먹는 느낌을 준다. 너무 잡다하게 이것저것 많이 집어넣어 오히려 먹기 싫게 만드는 비빔밥처럼 증거와 알리바이, 또는 사건의 연관성에 대한 묘사가 아닌 오로지 인물들의 성장 배경 같은 것과 사고에만 초점을 맞춰 정작 있어야 하는 것은 빼먹고 없어도 되는 것만 나열한 듯 보여진다. 정말 한국 추리 소설을 읽는데 방해가 되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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