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비밀 캐드펠 시리즈 1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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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밀리스와 피델리스 수사. 나이 47살의 전쟁영웅과 그 반의 나이를 가진 말 못하는 사람. 한사람은 전쟁의 상처로 죽어가고 젊은 수사는 그를 간호하는데 정성과 사랑을 다한다. 그들이 전쟁으로 파괴된 수도원에서 피난과 안식을 위해 찾은 캐드펠 수사가 있는 수도원. 휴밀리스를 찾은 예전의 부하, 니콜러스. 그리고 3년 전 파혼한 그의 어린 약혼녀. 또 다른 사랑. 피델리스에 욕망 어린 눈길을 보내는 아직 속세의 끈을 끊어버리지 못한 유리언 수사. 어디에도 없는 줄리언 크루체. 그녀를 찾기 위해 사람들이 분주한 가운데 핵심에 다가가는 캐드펠 수사가 있다.  

사랑이란 어떤 형태를 띄고 세상에 오는지 알 수 있을 까. 휴밀리스에 대한 피델리스의 사랑은 헌신과 무조건적인 희생, 봉사였다. 휴밀리스의 사랑은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겸허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었고, 유니언의 사랑은 육체적 욕망이 전부였다. 니콜러스의 줄리언 크루체에 대한 사랑은 젊은이의 열정과 맹목적인 기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캐드펠 수사의 사랑은 모든 사람을 너그럽게 바라보고, 모든 이의 뜻을 잘 이해하는 데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고 어떻게 사랑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마음에 들어 그대로 행하고픈 사랑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대단한 기쁨일 것이다 

사랑은 존경과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을 존경할 수 없다면 그 사랑은 온전한 사랑으로 남지 못할 것이다. 존경하는 사람을 사랑하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존경하는지,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세상이 말하는 숭고한 사랑은 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듯이 하는 그런 사랑일 것이다. 그래서 그가 이제는 그 사랑을 완성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하여도 사랑은 또 다른 형태를 띄고 지속적으로 자라난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그 사랑을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이 사람을 존경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아름다운 사랑은 어떤 것이고 우리는 살면서 어떤 것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약속이 모래성처럼 파괴되고 인간의 신뢰가 그렇게 허물어지는 요즘의 시대에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진정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인생의 지침서라고 할만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 숭고한 사랑과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자세, 그리고 그런 사랑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참된 모습을 만나게 된다. 캐드펠 시리즈 중에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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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갈가마귀 캐드펠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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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황당할 수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작품이 있다. 이 제목에 빗대어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다.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적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신부가 갑자기 시체로 발견된다. 그의 주변에는 오해를 받을 만한 인물들이 많다. 왜냐하면 그를 죽일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드펠 수사가 밝힌 사건의 전말은 너무도 황당하기만 하다. 그래서 윌리엄 데안드리아의 '호그 연속 살인'이 생각났다. 이 작품은 사실 캐드펠 시리즈 중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작품이다. 인물도 그렇고 스토리도 그렇고... 하지만 한가지 변함없는 것은 그속에서 캐드펠 수사가 깨달음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인가. 현명한 캐드펠 수사가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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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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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세기에 살인이 일어났다해도 그건 지금같은 사악한 살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살인에 어떤 트릭이라든지 치밀한 추리는 요구되지 않는다. 캐드펠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런 것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좀더 자극적인 다른 작품을 찾아야 할 것이다.  

1141년의 6월의 잉글랜드의 하늘이 어떠했는지, 숲은 어떤 향기를 피우고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어울려 살았는 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착품을 읽으면 한눈에 시루즈베리 시의 풍경이 들어온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숨을 쉬고 끊임없이 자라고 행복을 이야기한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이나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면 돈과 지위는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싸우고,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 여자는 어느 시대나 약자다. 돈과 지위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남자들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세상은 생각한다. 여자들은 태어나서 성장할 때까지는 아버지의 보호를 받고 결혼을 하고 나면 남편의 보호를 받게 된다.  

돈은 있으나 보호해 줄 남자가 없는 여자는 많은 남자들의 표적이 된다. 돈과 지위 때문에 남자들은 여자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리고 살인이 일어난다. 여자의 돈 때문에 일어난 살인은 참으로 추한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지만 그 살인으로 여자는 눈을 뜨고 새로운 사랑을 찾게 된다. 정원의 장미 나무는 불에 타 없어져도 사랑이라는 장미는 사라질 수 없는 마음속에 꽃을 피운다. 어김없이, 언제나.  

282쪽에 이런 대화가 등장한다. 이 작품을 대변하는,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다. 그리고 그것을 캐드펠은 잘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 모든 삶, 제가 알고 느끼는 모든 것, 제 곁으로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은 그 집과 그 장미나무 주위에서 맴돌고 있어요. 그 집을 떠나지 말걸 그랬어요. 수도원에 그 집을 기부한 뒤에도 여전히 그 집에 세들어 살 수도 있었는데. 사랑이 깃들이던 그 집을 저버린 건 잘못이었어요.'
캐드펠은 잘 통제된 그 목소리에 어린 떨림과 열기를 감지하고, 창백하고 피로에 보이던 얼굴이 불 밝힌 등잔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걸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사랑이 깃들인 곳이라.

살인이라는 잔혹한 일들도 그들의 작은 평화를 깨트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지적인 캐드펠 수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행정장관 휴 버링가가 든든하게 악한 적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그루 사랑의 상징인 장미나무는 불에 탔어도 그윽한 향기를 천년 후에까지 풍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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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튼 숲의 은둔자 캐드펠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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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 상처를 입고 시름시름 앓던 이튼의 영주 리처드 루델이 죽는다. 그때 이 영지를 물려받을 상속자는 겨우 열 살의 어린 아들뿐이었다. 할머니 디오니지어 부인은 주위의 좋은 영지를 얻기 위해 어린 손자를 정략 결혼 시킬 음모를 꾸미고, 그것을 생전에 알고 있던 아버지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수도원 원장 라덜프스에게 아들의 모든 것을 위임한다. 어린 영주 리처드를 두고 벌이는 라덜프스 수도원장과 디오니지어 부인의 한판 힘 겨루기. 이때 홀연히 은자 임을 자청하고 에이튼 숲에 나타나 디오니지어 부인에게 몸을 의탁하는 은자 커스레드와 그의 하인 히아신스. 그리고 자신의 사라진 농노를 찾기 위해 시루즈베리까지 온 욕심 많고 사악한 드로고 보시에.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과 사라지는 아이.  

130-131쪽에 걸쳐 캐드펠이 하는 이야기가 참 공감이 간다. 정말 인간은 왜 이리도 어리석은 것인지...  

캐드펠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나는 사람들이 살인을 하는 이유들에 관해 생각하고 있다네. 탐욕이 그 중의 하나지. 그리고 그건 상속을 받고 싶어 안달을 하는 아들의 마음속에서 싹틀 수도 있어. 증오 역시 살인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는데 학대받는 하인은 기회가 생길 경우 기꺼이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지. 하지만 또 다른, 좀더 괴상한 이유들도 있어. 단순한 도벽 때문에, 그리고 희생자가 나중에 아무 소리도 지껄이지 못하도록 뒷마무리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런 짓을 하는 경우들 같은 것. 딱한 일이야, 휴, 정말 딱한 일이야.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데 그렇게 때 이르게 죽음을 재촉하다니.'   

似而非라는 말은 겉으로는 비슷하나 본질은 완전히 다른 것이거나 가짜를 뜻한다. 대표적인 예가 사이비 종교다. 그것은 종교나 종교인이 가장 꾸며대기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검증 받기도 쉽지 않고 검증할 방법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인들은 먼 옛날부터 존재하던 가장 원조격의 사기꾼일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은둔자와 그를 믿는 사람이 나오게 된 것도, 그리고 사건의 해결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인간의 왜곡된 믿음과 그것을 부추기는 자와 신의 뜻을 자신의 생각대로 판단하는 오만에서 비롯된다. 이런 오류는 가장 선한 자, 가장 약한 자에게 향하게 되고 종교가 힘의 논리에 지배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종교가 삶의 자연스런 일부분이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종교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삶이란 그릇되고 왜곡된 많은 것들로 이루어진 인간의 욕심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종교도 비뚤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욕심으로 신을 자기 중심적으로 믿게 된다는 뜻이다. 완전한 구도자의 삶이 아닌 한 종교를 가진다는 것과 그 종교의 교리를 따른다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은 타협 속에 본래의 모습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너무 종교인임을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어떨지. 아마도 이 작품의 마지막 가르침은 이것 아닌가 생각된다. 

어린 아들에 대한 사랑이 이번 작품의 줄거리다. 그 시대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빈번했을 정략 결혼, 그 결혼에 희생되어야 하는 열 살의 어린 아들과 그 어린 소년과 정략 결혼해야 하는 사랑에 대해 알고 있는 그보다 나이가 많은 신부, 사랑보다는 부를 원하는 욕심 많은 손자의 늙은 할머니와 소녀의 아버지, 그들을 막기 위해 싸우는 수도사들과 이때 에이튼 숲에 나타난 정체 모를 은자와 그의 하인. 중세의 숲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욕심과 그런 추악함 속에서도 인간의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사람의 욕심은 시대를 초월해서 끝이 없는 모양이다. 천년 전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을 이용했고 지금도 욕심 때문에 아이들을 자신의 손안에 넣고 마음대로 휘두르려 한다. 아이들의 인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예전보다 영악해 진다는 것은 어쩌면 보호본능에서 나온 것일 지도 모른다.  

천여 년 전의 생활과 그때 사람들의 생각까지 알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 역사 추리소설의 최고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만한 캐드펠 시리즈! 다음 작품이 빨리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한편의 역사 소설,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작품이다. 진정 사람답게 살고 사람다운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은 읽고 자녀들에게 권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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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전쟁 제1부 - 전쟁과 도시
안정효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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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을 보면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상처로 아파할지 걱정되었고 그때 문득 생각난 작품이 이 작품이었다. 누군가는 미치기도 하고, 사회에 그렇게 파묻히기도 하며 살지만 한번 상처입은 영혼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치유하기 힘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누구는 옳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그르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외면하기도 하고 누구는 다시 싸우는 것이다. 죽음로밖에 치유할 수 없는 기억의 파편들... 아무도 모르고 보이지도 않는 어둠속의 외로움... 우리가 껴안지 못하는 한, 어떤 형태로든 자국을 남긴다. 한기주의 죽음이 한 개인의 정신병에서 오는 죽음으로 치부해버리고 외면한다면 산다는 것은 죽음과 결코 다르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죽은 사회, 죽음속의 세상에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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