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12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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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백작 부인의 복수>와 이 작품은 아주 중요한 작품이다. 뤼팽의 대로로서의 생애에 있어 시작과 끝이 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백작 부인의 복수>로 뤼팽을 쉬게 할 생각이었겠지만 이 작품이 끝이 아니라 몇 작품 더 있다고 한다. 칼리오스트로 백작 부인이라 스스로 칭하고 다니는 시대의 악녀이자 대도인 조세핀 발사모와 시골의 보잘것없는 좀도둑 라울 당드레지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악연이면서 필연이고 뤼팽이 대도가 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자질에 눈을 뜨게 되지만 악연이 그렇듯, 정신이 약간 이상한 칼리오스트로 백작 부인은 자신을 버리고 약혼녀에게 돌아가 결혼한 라울을 용서하지 않고 라울의 아내가 아이를 낳고 죽자 아이를 유괴하고 만다. 그래서 <백작 부인의 복수>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아직 뤼팽 읽기를 시작하지 않은 독자에게 가장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전집을 읽다 보면 시간 상 이어지는 작품들이 있는데 그런 뤼팽의 시간 흐름에 따라, 개인사에 따라 읽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어쩌면 뤼팽의 마음속에는 대도의 기질과 함께 아내와 아들을 동시에 잃은 슬픔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번번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도 이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비극 속에서도 자신의 재치와 기질만은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일찍 슬픔과 절망, 공포를 맛본 탓에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이 작품을 읽으면 뤼팽의 삶이 참 슬프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뤼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작품이니 유명한 작품만 읽지 말고 이 작품을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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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부인의 복수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19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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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목에서 뜻하는 백작 부인은 칼리오스토로 백작 부인이다. 그녀가 누구인가 궁금한 분은 <칼리오스트로 백작 부인>을 보시라.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를 자아내는 부분은 과연 팰리시엥이 뤼팽이 예전에 백작 부인에게 납치 당한 그의 아들인가 하는 점이다. 또한 이 작품을 살펴보면 뤼팽이 추구하는 어언 삼십 여 년의 그의 삶의 목적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뤼팽이 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돈, 물론 돈과 그 돈을 차지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모험도 함께다. 둘째는 여자다. 프랑스인인 뤼팽은 사랑이라고 말하겠지만 아름다운 여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은 때론 그에게 화를 가져오기도 하고 실망을 안겨 주기도 한다. 화를 가져온 예는 바로 칼리오스트로 백작 부인과의 만남이고 실망은 <수정 마개>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실망 때문에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감행했을 정도라니까. 이 작품을 작품 성격으로 보면 <초록 눈동자의 아가씨>와 같다. 그 작품에서는 거리에서 만난 아름다운 아가씨의 행적을 좇다가 사건에 말려들었는데 이 작품은 또 다른 그의 관심거리인 은행에서 거금을 지폐로 가방에 담아 가는 남자의 행적을 좇다가 사건에 말려든다.

작품에서 보면 느낄 수 있지만 나이 오십이 넘은 뤼팽에게서는 전처럼 박진감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오랜 기간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가는 뤼팽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작품이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한 권 더 나온다고 한다. 감사할 따름이다. 이 작품 끝에 역자는 그 동안 뤼팽이 작품 속에서 변장한 이름을 열거하고 있다. 알고 싶었던 것인데 책을 모두 뒤져보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어쨌든 두 가지 사건이 미묘하게 얽혀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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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냥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8
리처드 스타크 지음, 양병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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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리처드 스타크의 악당 파커 시리즈 1편이다. 리처드 스타크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또 다른 필명이다. 아마도 이 작가가 필명을 가장 많이 쓴 작가 가운데 한 명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는 이 작가의 작품이 그다지 많이 소개되지는 않았다. 단편집에 단편이 몇 편 실린 것을 제외하면 이 작품과 최근작인 <도끼>가 내가 읽은 작품의 전부다. 레슬리 차터리스가 쓴 우리 나라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번역된 작품인지도 모르는 세인트 시리즈의 한 작품인 1937년 The Ace of Knaves 또는 The Saint in Action라는 단편집에 실렸던 3편의 단편 가운데 한 작품인 <The Beauty Specialist>, 즉 <미녀 전문가>도 읽을 만한 작품이다. 세인트는 오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다.  

악당 파커. 말 그대로 악당이다. 은행을 털거나 도둑질을 해서 먹고사는 남자가 파커다. 하지만 이번에는 복수를 위해 지옥에서 탈출을 했다. 함께 크게 한 탕한 동료들이, 아니 한 명이 그들 배신하고 더구나 그의 아내가 그에게 총을 겨눠 죽이려 했던 것이다. 부랑아로 잡혀 강제 노역을 하다 간수를 죽이고 탈출한 파커는 점점 자신의 복수 대상에게 다가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악당에는 악당이라는 식이다. 악당이긴 하지만 동료를 배신하지 않는 악당과 악당이면서 동료의 배신도 서슴지 않는 악당. 더 낫고 덜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음지의 이야기로 읽으면 될 것 같다. 재미있다기보다 평소 탐정이나 경찰이 주인공이던 추리 소설에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이한 작품이다. 진짜 하드보일드 작품으로 ‘비정’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미녀전문가>는 Z맨이라는 이름으로 여배우들을 협박해서 돈을 갈취하는 악당을 잡는 세인트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우연히 파티에 참가했다가 세인트가 한 여배우에게 Z맨으로 오해를 받는다. 세인트 검거를 호시탐탐 노리던 형사 반장은 세인트를 Z맨으로 만들어서라도 체포하려고 하고 세인트는 자신의 명예 회복과 Z맨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를 직접 잡기로 한다. 그에게는 파트너인 여자 탐정 또는 어시스턴트라고 할 만한 동료가 있고 위치가 애매모호한 보디가드같은 약간 어눌한 운전사, 큰 저택을 지키는 집사가 있다. 이 작품이 리더스 걸작 추리 모음 단편집 중 하나인 <영국 탐정들>에도 들어 있는 것으로 봐서 세인트를 탐정으로 봐야 할 듯하지만 그의 마지막 행동은 마치 뤼팽을 연상시키는 바 그의 정체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짐 바르네트의 성격을 지닌 인물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상반된 두 캐릭터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악당과 악당을 잡는 의적이라는 점이 같이 읽는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한 작품은 하드보일드의 전형적 작품이고 한 작품은 본격 추리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비교해서 볼 만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 희소성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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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부인과의 비밀
메리 히긴스 클라크 지음 / 문학출판공사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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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The cradle will fall로 1980년 작품이다. 매디컬 스릴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작가 큭유의 서스펜스와 로맨스를 함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작품이다. 주 검사보인 캐티는 교통사고로 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병원 공포증이 있던 그녀는 한 밤 중 깨어 우연히 창 밖을 보게 되는데 그때 누군가 한 여자를 자동차 트렁크에 넣는 것을 본다. 그녀는 자신이 악몽을 꾼 거라 생각하지만 살인자는 그녀가 자신의 범죄 행위를 알았다고 보고 그녀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처음부터 범인이 등장해서 범인과 살인 사건, 범인을 쫓는 검사와 검시관, 그리고 검사보 캐티에게 차츰 다가오는 음모의 손길이 한시도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그녀의 다른 작품 <매닝 클리닉의 아이들>과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다. 다행인 것은 이 작품은 다른 제목으로 출판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작품 중 <Where are the children?>는 세 편의 각기 다른 제목으로, <A stranger is watching>도 세 편, <A cry in the night>이 한 편, <Still watch>는 세 편의 다른 제목의 작품인 것처럼 출판되었다. 이후 이런 현상은 사라졌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은 없었으면 한다. 얼마나 책을 산 뒤 허망함을 느껴야 했던지... 그리고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새 작품이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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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형 대산세계문학총서 1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안영옥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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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다시는 중남미 환상 문학에는 손도 대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이 무슨... 이 작품을 호러적 성격을 띤 미스터리 작품으로 생각했다면 미쳤었다고 할밖에... 작가 이름이 아돌포 비오이 까사레스라는 점에 조금만 신경을 쎴더라면 실수하지 않았을 텐데... 아마 이 작품을 살 때 다른 작품과 착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읽고 뒤의 해설을 보고 더욱 가슴이 메어졌다. 이 작가가 탐정 소설도 썼다는데 왜 하필 이 작품이 출판되었단 말인가...

이 작품은 단편집이다. 그래서 조금 읽기 수월했다.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보다는 더 현실적이고 호르헤스의 <픽션들>보다는 더 간결하다. 마르께스의 작품은 단어 하나 하나에, 장면 하나 하나에 집중을 하며 읽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게 하고 호르헤스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 사이에서 한없이 미로를 헤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까사레스의 작품은 그런 무거운 환상 소설에서 가볍고 이해하기 쉬운 현실적 환상 소설을 짧게 보여준다.  

[러시아 인형]은 환상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사나이의 살아온 경험담을 통해 인생의 달콤 쌉싸름한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마르가리따 또는 철분 플러스의 힘]는 다분히 환상적인 진짜 환상 작품에 속하는 작품이다.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 연어가 되는 사람, 철분의 힘으로 엽기적으로 돌변하는 아이가 등장하는 작품들이다. 아돌포 비오이 까사레스의 진짜 환상 작품은 이들을 읽을 때 느껴질 것이다.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호러적 분위기가 있어 좋았다. 이 중에서 [물아래서]는  연어로 변하는 인간의 이야기가 다소 황당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의 깊이와 사랑에 대한 통찰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카토]에서는 당시 아르헨티나의 처해진 상황과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애를 한 연극 배우의 죽음을 통해 공감하게 한다. [어떤 냄새]는 다소 상징적이다. 환상적이라기보다는 몽환적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다. 가브리엘 마르께스, 보르헤스와 비교해 보면 가장 읽기 편한 환상 작품을 쓰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패배한 사랑]은 현실적인 가벼운 환상 작품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환상 작품이라기보다 그저 일상적인 단상에 대한 이야기거나 지극히 생활적, 인간적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아르헨티나라는 나라... 환상 소설이, 유독 현실적 환상 소설이라는 장르가 보편적인 이유는 그 나라의 역사와 시대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 나라가 백여 년의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변화를 겪게 되면 이런 모습으로 변화를 모색하게 되지 않을까... 현실 도피이기도 하고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고 어쩌면 비유나 작품을 통한 외침이었을 지 모른다. 다음 번에 작가의 작품을 출판할 때는 <가장 훌륭한 단편 탐정 소설>이나 <사랑하는 자, 증오하는 자>, <하늘의 음모>를 출판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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