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김혜경 옮김 / 책만드는집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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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프랑세즈에 마흔 번째 영광의 주인공을 뽑을 때마다 그들은 그 의자에 앉아 보지도 못하고 입회 연설을 하던 도중 사망한다. 사람들은 그 의자를 유령들린 의자라 하여 아무도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마흔 번째 회원이 되기를 꺼리게 된다. 그것은 그 자리에 앉으려다 거부당한 한 남자의 저주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두 권의 저서를 낸 골동품 상인이 입회를 신청하고 그는 죽음의 의문을 풀려 노력한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에 한 자리가 비었다. 그 자리에 앉으려던 사람이 심의에서 탈락되자 저주를 퍼 붙고 잠적을 한다. 그때부터 그 자리에 낙점 된 사람들이 한 명씩 죽는다. 많은 군중이 보는 앞에서 아카데미 회원 수락 연설을 하다가, 또는 하기 전에. 세 명이나 죽자 아무도 신청하는 사람이 없는데 한 골동품 상인이 신청을 한다. 하지만 그는 사건의 진상에 근접하는 바람에 죽은 자들의 전철을 밟을 위험에 빠진다. 결말에 가면 작품이 아주 이상해진다. 진상을 나는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범인이 범인이라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범인의 만행이 사실인지 아닌지 작가는 말하지 않고 끝맺는다. 

참, 황당한 일일세.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으니. 작가가 독자에게 상상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었나, 아니면 다 알려줬는데 내가 아둔해서 못 알아챈 것인가. 이 작품을 추리 소설이라고 해야 하는 지도 참 혼란스럽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인 것만큼은 분명하니 소재는 적어도 추리 소설에 어울린다. 그런데 마지막의 얼버무림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도대체 누구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인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탐욕으로 가득한 문인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명예란 무엇인가. 그것은 탐욕이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마지막 한 자리인 마흔 번째 의자에 앉으려는 자들이 죽어 간다. 그것은 그 의자를 차지하기 위한 탐욕에서 나온 살인인가, 아니면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하지만 결국 마흔 번째 의자, 아니 아카데미 프랑세즈에 들어간다는 것은 탐욕의 상징으로 남는다. 그것은 마지막 주인공의 행동으로 알 수 있다. 유령은 죄를 지은 자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유령이다. 그러므로 유령의 존재, 사악함의 존재를 믿는 것은 자신의 사악함의 인정이고 죄의 자기 고발이다.

아마도 가스통 르루가 이 작품을 통해 하고자 했던 것은 아카데미 프랑세즈라는 기관에 대한 권력의 비판이 아니었을까. 그것을 마르셀 에메는 <생존 시간 카드>에서 동화적 SF로 표현을 하고 가스통 르루는 미스터리적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만이 마지막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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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수집광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60
존 딕슨 카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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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을 읽고 좀 실망했다. 딕슨 카의 다른 작품들, <화형 법정>, <세 개의 관>, <황제의 코담배갑>보다 실망을 했다. 이 작품보다 더 실망한 작품은 <밤에 걷다>, <죽은 자는 다시 깨어난다>, <연속 살인 사건>, <해골성>이다.

아마도 내가 그 작품들 보다 더 대단하리라는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제일 실망하는 작품은 처음 몇 장을 읽었을 때 트릭이 눈에 보이는 작품,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렇게 되면 너무 싱겁게 된다. 이 작품은 더 일찍 읽었어야 했다. 사실 진작 읽었더라면 실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의 작품이라도 1920에 쓰여진 크로프츠의 <통>은 지금 읽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니 어쩌면 시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너무 상투적이다. 딕슨 카가 너무 밀실과 오컬트적인 점에 집착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밀실 트릭만 쓰려면 그것만 쓰던가, 오컬트적으로 나가려면 <화형 법정>처럼 나가던가 했어야지 이도 저도 아니고 단순함에 덧칠을 너무 많이 해서 오히려 간결함을 잃어버린 그림을 보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딕슨 카의 탐정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탐정인 기데온 펠 박사가 등장하는 작품이라는 점을 빼면 딕슨 카라는 작가의 이름 때문에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뭐, 내가 이상한 것인지도 모르니 내 서평에 유념치 마시기를... 취향 탓이라 생각하시길... 이 작품은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볼 예정이니... 어쩜 그때는 또 다른 평가를 내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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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Mystery of the Yellow Room (1908) 노랑 방의 비밀

 * The Perfume of the Lady in Black (1909)

 * The Secret of the Night (1914)

The Sleuth Hound (The Octopus of Paris)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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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방의 비밀...재밌던데...오폐라의 유령보다..ㅎㅎ

물만두 2004-05-0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를류타뷰 시리즈를 묶어 출판해 주면 좀 좋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Joseph Rouletabille 시리즈

The Mystery of the Yellow Room (1908) 노랑 방의 비밀

The Perfume of the Lady in Black (1909)

The Secret of the Night (1914)

The Sleuth Hound (The Octopus of Paris) (1926)

* Cheri-Bibi 시리즈

Cheri-Bibi and Cecily (Missing Men) (1923)

Wolves of the Sea (1923)

The Dark Road (1924)

Nomads of the Night (19245

The New Idol (1928)

* Novels

The Double Life (La Double Vie de Theophraste Longuet) (1903)

The Floating Prison (1910)

The Phantom of the Opera (1910) 오페라의 유령

The Man with the Black Feather (1912)

The Bride of the Sun (1915)

The Haunted Chair  (1922)

The Kiss that Killed  (1924)

The Machine to Kill  (1924)

The Adventures of a Coquette  (1926)

The Phantom Clue  (1926)

The Masked Man  (1929)

The Man of a Hundred Faces (Mister Flow)  (1930)

Lady Helena: Or, the Mysterious Lady  (1931)

Les principales oeuvres de Gaston Leroux

1ère édition

Edition
récente

La Double Vie de Theophraste Longuet
1903
Le Mystère de la chambre jaune (Rouletabille)
1907
Le Parfum de la dame en noir
(Rouletabille)
1908
Le roi Mystère
1908
Le fauteuil hanté
1910
Le Fantome de l'Opéra
1910
La reine de Sabbat
1910
 
Chéri-bibi
1911
 
Balaoo
1912
 
Rouletabille chez le Tsar
1912
 
Les cages flottantes (Chéri-bibi)
1913
 
Chéri-bibi et Cécily
1913
Le château noir
1913
Les merveilleuses aventures de Carolus Herbert
1914
L'épouse du soleil
1915
 
Rouletabille à la guerre

1916

 
L'homme qui revient de loin
1917
 
Les étranges noces de Rouletabille
1918
 
Rouletabille chez Krupp
1920
 
Aventures effroyables de M.Herbert de Renich
1920
 
Le coeur cambriolé
1920
Le fils de trois pères
1923
La machine à assassiner
1923
 
La poupée sanglante
1924
Le coup d'état de Chéri-bibi
1926
 
Autres oeuvres de Gaston Leroux
Palas et Chéri-bibi
L'homme qui a vu le diable
Rouletabille chez les bohémiens
Le diner des bustes
L'agonie de la Russie blanche
Les exploits de Rouletabille
Les héros de Chemulpo
Le crime de Rouletabille
Fatalitas
Théâtre: La Maison des ju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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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 동방미디어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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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를 살아남은 친구들에게 그렇지 못하고 사라진 친구들에게...”라고 작가는 썼다. 이 작품은 60년대 일본의 학생운동에서부터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는 한 인간, 아니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이 단순한 추리 소설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범인 찾기나 결말, 끝장을 내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닌 한 남자의 질주는 그가 살아온 인생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하게 한다.

그의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무엇 때문에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하루하루를 연명해야만 했던 것일까... 사랑을 잊지 못해서 였을까... 우정을 저버리지 못해서 였을까... 그는 그 둘을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라도 살아 언젠가는 만나리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인간은 모두 희망을 안고 산다. 희망을 안고 살 수 있는 것은 절망을 안고 사는 것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자기 기만.... 그것은 자기 기만이다. 희망을 품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다시 희망을 품고 또 떨어지고... 그렇게 되풀이하는 것은 이카루스가 타 죽을 줄 알면서도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 아니 시지프스가 다시 돌이 떨어질 줄 알면서도 굴려 올려야만 하는 운명을 감내 하는 것, 그것이리라...

같은 시대를 살아남은 친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같은 시대를 살아남은 친구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는가, 희망을 주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고 사라진 친구들에게 살아남은 자들은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지금 우리도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같이 아파하고 같이 싸우고 같이 절망하고 같이 희망을 품는다. 지나고 나서 우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그것은 지난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모습이 앞으로의 우리의 모습일 테니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 마음 변치 말기를...

이 작품은 일본이 배경이지만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개인의 처절한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게 보이는 것은 그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그런 개인이 얼마나 많을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사회의 근간이며 나아가 인류의 역사라는 인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최근에 읽은 일본 추리 소설 가운데 수작이라 생각된다. 독특함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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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5-04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때문인지 스토리에 관한 언급이 없네요. 아가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의 정통순수클래식올드고전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을만한가요?
물만두님은 매번 늘 별점이 후해서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_-a
최근 읽은 일본작품 가운데 수작이라니까 함 읽어보려고요.
참고로 전 김전일은 좋아하시만 모리무라 세이치는 좀 아니거든요.

물만두 2004-05-04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뭐라고 해야 하나 한 남자가 평생을 경찰에 쫓기면서 어떤 사건에 뛰어드는 내용인데요. 말만 하면 스포일러로 몰리는 바람에 이렇게밖에 쓸 수 없음을 이해하시와요. 별은요, 제 맘입니다. 전 이 작품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트릭이나 고전 추리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드보일드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하지만 전 재미있었습니다. 국가와 인간에 의해 어긋나는 한 개인의 인간사라고 할까요...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의 증명>이 별로였다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별로라도 어케든 추리 독자를 늘리려는 얄팍함이죠. 몸부림의 고달픔이거나 안목이 별로거나... 참, <낯선 시간 속으로> 평 쓴 분은 이 책보다 그 책이 더 재미있었다고 하던데 전 그 책보다는 이 책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서평 쓰신 분들의 의견을 참고하세요. 그 분들은 별로라고 하니.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