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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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세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마술로 가득 차 있다. 그 마술이 어떤 마술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어쩌면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심지어 그런 것들에 둘러 싸여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마술에도 백마술과 흑마술이 있듯이 그 마술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알 수 없을 뿐이다.

여자들이 자살을 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 여자 중 한 여자의 자살에 가족이 연관되면서 마모루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일생일대의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마술은 마모루에게도 작용하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나라면 마모루처럼 할 수 있을까... 마모루는 어린 시절 겪은 시련에 비해 잘 자란 아이다. 하지만 이 아이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한다 해도 그건 개인차이가 있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정답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고 마술에도 한 가지 트릭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속삭인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이 모두 그렇듯이 이 작품에서도 우리는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이 속삭인다. 텔레비전에서도, 전화에서도, 길을 가다가도,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 너나없이 끊임없이 속삭인다. 좋은 말도 속삭이지만 나쁜 말도 속삭인다. ‘늘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 ‘무담보, 무보증, 빠른 대출!’, ‘사모님 좋은 땅이 있습니다.’, ‘오빠, 오늘 한가해요.’ 등등... 더러는 그냥 넘겨버리지만 누군가는 그런 말들에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된다. 그래서 속삭임은 위력을 발휘하고 널리 퍼지는 것이다.

더욱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은 서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경제 논리로만 생각해서 속임수를 쓰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때론 당한 사람이 바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지 모른다. 나는 적게 먹지만 다른 사람은 더 크게 먹고 있지 않느냐고 저마다 변명을 또 다시 속삭이게 된다.

그래서 마모루에게 할아버지는 그런 말을 해준 것이다.

“할아버지 생각에, 인간에는 두 종류가 있어. 하나는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하지 않는 인간. 다른 하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해내고 마는 인간.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나쁜 건 자신의 의사로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한 일에 대해 변명을 찾는 거지.”

할아버지는 마모루가 자라서 그런 일을 당하게 되리라는 걸 알았다.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니까. 그때 자신이 한 일, 또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자신을 탓할지언정 변명거리를 찾는다거나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 말을 했고 그 말을 마모루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눈 내리던 그 길에서 당당하게 집으로 간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변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기에 말이다.

이 작품은 우리는 어떤 일도 할 수 있고 인간인지라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지만 결코 그것을 자신에게 변명거리로 써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누군가 저지른 잘못은 그 누군가가 깨닫고 뉘우쳐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니 사는 게 참 마술 같다고 말하고 싶다. 진짜 나만 떳떳하면 되는 걸까? 하지만 그 나가 우리 모두가 된다면 어쩌면 세상에 뿌려진 마술은 풀리고 가시덤불은 사라지고 괜찮은 동화 같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빌어본다.

마모루가 돌아간 집에서는 따뜻함이 넘칠 것이다. 그것을 마술이 풀리는 시작이라 믿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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