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천국의 죄수들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명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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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건 꿈이었다. 비행기의 불시착으로 무인도에 48명의 남녀가 고립되게 된 것도, 그곳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 일도, 낙원에서 영원히 원시 공산제로 아무런 범죄 없이, 세금과 지치는 일없이, 스트레스 없이, 공해와 오염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어른들만이 꿀 수 있는 환상이었다.


그건 일탈이었다. 고단하고 힘든 일상에서, 점잖고 체면을 차려야 하는 문명인의 생활에서, 근사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현대에서의 작은 탈출이었다. 하지만 오랜 일탈은 있을 수 없다. 탈출은 죄수들의 몫이다. 이들 현대 문명에 길들여진 죄수들의 운명은 어차피 정해져 있었다.


아주 비극적일 수도 있는 상황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어른들의 이야기로 담아내는 가운데 그래도 유럽인들이 쓰는 글 속에서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버리지 못한 우월감이 내포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은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독재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종처럼 부릴 프라이데이가 없고 그들이 일원으로 받아들인 잔을 내세워 현대의 로빈슨 크루소의 후예들은 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있는 곳이 무인도기 때문에 자신들이 살아도 된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다. 자기 나라에서 공터가 있고, 누군가 그 땅에 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나 그 안에 들어와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땅에도 소속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모르는 원주인이 있을 것이다. 반군들과의 전쟁 중인 인도네시아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들은 그곳이 신이 자신들에게 부여한 유토피아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남아 살겠다고 말한다.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자들이.


이 작품에서는 그래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돌아가길 거부하는 자들보다 더 이성적으로 보인다. 돌아가려는 자들은 자신들의 자유보다는 그들을 걱정할 가족을 생각한다. 하지만 남으려는 자들은 가족은 이미 자신들을 잊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돌아가고 싶어도, 벗어던지려 애써도 던질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인간은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 애완동물로 어미에게 어린 새끼 원숭이를 빼앗아 길들이고, 고고히 서 있던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술이 취해 일본군이 남긴 포탄을 바다에 마구 쏘아 대는 일을 유희로 삼는 자들이 유토피아를 논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작품 자체는 재미있다. 이런 무인도에 고립된 상황을 심각하게 그린 작품들에 비하면 현실성이 있다. 피임 기구로 낚시도구를 만들고, 비행기 잔해로 소금을 얻을 냄비를 만들고 술과 담배를 만들고 조를 짜서 노동을 하고 구조의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내고 구조선이 오자 다시 탈출을 하고 하는 이런 일련의 일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마치 어른들의 동화 같다.


유쾌한 천국의 죄수들은 우리에게 유쾌함을 준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인지도 생각하게 해준다. 그렇다고 미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그들의 모습이 그때 그곳에서의 모습과 달라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표류기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이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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