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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다나다 군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심각한 방향치 다나다군은 잠시 산책을 나갔다가 이상한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기묘하고 이상한 동네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때 다나다군의 눈에 한 여인의 뒷모습이 눈에 뜨인다. 다나다군은 무작정 그 여인을 따라간다. 평소같으면 할 수 없었을 일이지만 마술에 걸린 사람처럼 다나다군은 그녀를 따라 갔다가 호텔에 난입한 도둑으로 오해를 받고 감금당하는 상황에 처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본 여인이 그곳에서 감시를 받으며 빠져 나올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그녀를 구해주려 애를 쓴다. 다나다군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사랑하는 다나다군, 사랑을 시작하려했던 다나다군이 들어갔던 곳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들어갔던 그런 곳이었다. 앨리스가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고 빠져나오기 위해 애를 썼듯이 다나다군도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빠져 나오려 애를 쓴다.
다나다군은 이 작품에서 사랑은 방향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무작정 누군가의 모습에 반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사랑은 어느 한순간 불처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만들어가는 것임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지만 사랑을 시작하기에는 필요한 일임을 알려준다. 거기에서부터 시작해보라고 몸소 뛰어다니며 가르쳐준다.
이 작품은 일본판 사랑에 대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 셈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간단하고 알기 쉽고 읽기 쉽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다나다군과 함께 빠져 나온 뒤 우리가 살아가는 일, 사랑하는 일은 미로와 안개속을 헤쳐 나가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심각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냥 다나다군처럼 부딪쳐보는 거다. 그리고 아님 말고.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니까, 사랑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우리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들, 이상한 도시의 다나다군이 된 들, 다나다군을 기다리는 마바씨가 된 들 어떨까. 가끔 우리 이런 곳에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살지 않았던가. 그러니 다나다군과 함께 사랑이라는 이상한 도시로 뛰어들어보자. 다나다군처럼 우리도 무언가 찾게 될지 누가 알것이며, 마바씨처럼 누군가 사랑이라는 길을 헤메다가 우리를 찾아올지 모를 일이니까.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처럼 다나다군에게 사랑받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다나다군처럼 이런 곳으로 뛰어들고 싶은 생각은 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 여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 싶은 분께 강력 추천한다. 요시모토 바나나처럼 이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호기심이 생긴다면 한번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