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올해의 추리소설 -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모두 아홉 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번 단편집을 보면서 어, 이 작품 어디서 봤는데 했던 작품이 어김없이 수록되었다. <계간 미스터리>에 수록된 단편은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중복 수록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첫 번째 작품 서미애의 <숟가락 두 개>는 작가의 작품 성향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드러난 일관성이 엿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작가는 인간미와 정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쓰는 경향이 있다. 이번 작품에도 그런 점이 잘 드러나서 한편의 단막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면을 독자가 좀 더 공감하게 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한발자국 물러나서 주인공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주인공 가까이 있어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할 틈을 주지 않는다. 주제를 그렇게 명확하게 집어주지 않더라도 독자가 스스로 알아갈 수 있게 창밖에서 바라봐주는, 그래서 작품에 여백의 미를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면 마지막 결말로 잘 쓴 작품을 빡빡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작품 김경로의 <차바퀴 밑의 인생>은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썼는지 충분히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작품에 감정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싶다. 80년대를 산 사람에게는 그 시대에 대한 몫이 있듯이 200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이 시대에 대한 몫이 있다. 그 몫을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되돌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의 글쓰기를 했으면 좋겠다. 독자들은 새로운 작가에게 신선함을 바라게 마련이다. 기존의 반복이 아닌. 그나마 처음 볼 때보다 마지막을 읽고 나서 나아져서 다행이지만...

 

세 번째 작품 오현리의 <스튜디오 몽(夢)>은 전형적인 오현리 스타일의 작품이다. 이 작가는 이런 글쓰기를 즐기는 것 같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다가 이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그래서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늘 비슷한 작품을 쓰는 것 같지만 좋다. 이 작가는 환타지적인 복합적 미스터리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가 만든 몽이라는 사진관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보시길.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네 번째 작품 정석화의 <당신의 선물>은 이 단편집에서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단편의 마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2006년 올해의 추리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이 단편집을 권하고 싶다.

 

다섯 번째 작품 김연의 <뫼비우스의 꿈>은 오현리의 작품과 비교해서 보기를 권하고 싶다. 비슷한 소재로 작가들이 얼마나 다르게 쓸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어느 작품이 더 낫냐고 묻는다면 읽어보고 각자 판단하시길. 제목도 비슷하다. 스튜디오로 들어갈 것인가, 뫼비우스의 띠 속에 빠질 것인가...

 

여섯 번째 작품 최종철의 <짐승을 처단하다>는 다시 맨 처음 작품 서미애의 <숟가락 두 개>와 비교해서 보시길. 인생이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지만 가족 간의 대화 단절과 오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읽고 나면 몹시 찜찜하다.

 

일곱 번째 작품 현정의 <포말>은 읽은 작품이다. 다른 작품은 그나마 잡지를 읽지 않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덟 번째 작품 이수광의 <주초위왕>은 요즘 우리나라 역사를 소재로 한 장편 팩션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읽게 된 작품이고 또 우리나라 추리소설계의 중진인 작가의 작품을 오랜만에 본다는 점에서 뜻 깊은 작품이다. 중종시대 있었던 주초위왕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결말이 맘에 드는 작품이다.

 

마지막 작품 류성희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표제로 뽑힌 출판사가 당당하게 권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 살인자와 프로파일러, 형사, 피해자의 각기 다른 관점이 등장하면서도 작품 안에 담아야 할 것을 짧고 굵게 잘 담아낸 작품이다. 여전히 작가는 사랑이라는 미스터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일관된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작가만의 독특함이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단편은 특히 형사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 늘 하는 얘기지만 시리즈로 만들었으면 하는 독특함이 있다. 또 이 단편을 만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단편집도 좋다. 지난 단편집을 읽고 마음에 든 독자들이라면 이제 꾸준히 올해의 추리소설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아직도 소재의 한계와 작가가 쓰고자 하는 작품과 독자가 바라는 작품 사이의 시각차이가 보인다. 이런 간격이 조금씩이나마 좁혀지길 바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영엄마 2006-07-12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전문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리뷰입니다. ^^

물만두 2006-07-1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왜 이러삼~ 저는 단지 아마츄어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