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게는 ‘일본 최고의 지성’ ‘일본 최고의 천재작가’ ‘정교한 문체를 구사한 당대 최고의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우리 독자들에게도 매년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되는 ‘아쿠타가와상’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친근한 작가이기도 하다. 천재성이 번뜩이는 작가! 우울한 세기말의 음화! 불면증과 신경쇠약! 치열한 예술혼의 지향! 등등 그의 소설은 소세키 이후 일본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되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모리 오가이(森鷗外) 등과 더불어 일본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아쿠타가와는 근대 문명에 대한 성찰, 고전 역사물에 대한 새로운 천착 등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다양한 탐구로 심리적 정경을 탁월하게 포착해낸 작가이다. 그만큼 그의 소설은 하나의 이름으로 포괄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내장하고 있다. 인간의 다면적 욕망에 대한 냉철한 천착에서 시작하여 어둠에 침윤된 내면 풍경의 고백에 이르기까지 그의 문학적 촉수는 근대와 현대의 경계 지점에서 배회한다. 그리하여 ‘그는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를 울리고 21세기를 내다본 시대의 산책자’로서 우리에게 근대의 음화로 양각된다.
이 책 『월식』에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최초로 소개되는 [월식] [호색] [운] [고구마죽] [톱니바퀴] 등을 비롯해, 그의 소설 중에서 가히 에센스라 부를 만한 작품 20편을 싣고 있다. 이 수록 작품 중 [라쇼몽]과 [덤불 속]은 1950년 동양인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그 원작 소설이다(하시모토 시노부(橋本忍) 각색). 지금 현재 일본 독자들이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 문학의 극치, 신선한 서정과 걸출한 허구,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교양과 세련된 감각. 그는 세기말적 시대의 불안을 가장 명확하게 인식한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그의 소설들은 오늘날까지 생명력 있게 읽혀지고 있다. 이 책의 여러 명편들에서 보여지듯 아쿠타가와는 인간 심리에 대한 탁월한 묘사를 보여준다. 심리적 정황이나 갈등에 처한 작품 속 인간의 다양한 모습은 19세기말과 20세기초 서구적 문명과 전통적 문화가 혼재된 과도기적 근대세계 안에서 인간 본성을 탐구하고자 했던 작가의 치열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19세기말과 20세기초를 뜨겁게 살다간 그의 작품은 요절한 한 천재의 내면을 속속들이 비춰준다. 초기작에서 이상적 현실주의자로서 인간의 생존본능과 근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던 작가는 우화의 세계를 거쳐 말년에 이르러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에 물든 우울한 내면 풍경을 응시한다.
그의 죽음은 자살이었다. 1927년 7월 24일 새벽 치사량의 수면제를 먹었다. 그의 나이 불과 35세, 이 젊은 작가의 죽음은 곧 사회적인 사건이 되었다. 시기는 이른바 ‘다이쇼 데모크라시’. 자유주의와 함께 사회주의가 발호했고, 여기서 촉발된 사회주의 문학이나 공산주의자를 때려잡겠다고 나선 서슬 푸른 군국주의자들의 발호 모두가 아쿠타가와를 포위한 위협 요인이었다. 일왕 다이쇼의 죽음의 대척점에 천재작가 아쿠타가와의 자살이 놓여 있다. 그의 자살은 시대가 몰고 온 결과였다. 그의 삶을 둘러싼 그런 풍경의 기저들은 21세기초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쓸쓸한 음영으로 다가선다. ‘하루살이 같은 생’을 과감하게 마무리해버린 아쿠타가와의 결단은 애처로움을 자극한다. 하지만 죽음과의 대결 속에서 더욱 치열하게 표출되었던 그의 실존 의식은 우리의 생을 진지하게 성찰하도록 만든다. 모든 인간의 태어남은 죽음을 예비하는 숙명적 상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상처는 모든 자연스런 생장 소멸을 지향하는 존재가 지닌 영광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이 책 속의 아쿠타가와를 통해 근대인의 우울한 암중모색을 성찰하면서 그가 뿜어내는 상처와 영광의 흔적들을 함께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제1부 - 문명과 우화
원숭이와 게의 전쟁
시로
두자춘
아그니의 신
월식
개화한 남편
무도회
서방사람
속 서방사람
제2부 - 역사와 자전
덤불 속
라쇼몽
운
코
고구마죽
호색
지옥변
어느 바보의 일생
점귀부
톱니바퀴
암중문답
일본의 대표적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으로 잘 알려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어른을 위한 동화집. 서른다섯에 요절한 천재작가는 13년의 작가생활동안 거의 단편인 백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이 작품집에는 표제작인 '거미줄'을 비롯해 '개와 피리' '마술', 그의 스승 나쓰메 소세키의 격찬을 받은 '코' 등 풍자와 몽환적인 분위기의 이야기 14편이 실려있다.이 책은 '어른을 위한 일본 동화' 시리즈의 첫째 권으로, 아쿠타가와의 기발한 기지와 문학적인 상상력의 근원을 엿볼 수 있는 14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쿠타가와 상', '요절한 천재 작가' 등의 수식어로 더욱 유명한 아쿠타가와는 삶과 예술을 일치시켜 일본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던 작가이다. 그런데 이 동화는 의외로 소박하며 친근하고 다채로운 빛깔들로 다가와 아쿠타가와라는 수식어를 편안하게 감싸안는다. 그가 아름답게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는 작위적인 감동이나 거치적거리는 교훈은 담겨 있지 않다. 회화적인 상상력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여 추억과 그리움의 시절이 어느새 앨범 속의 빛 바랜 사진 마냥 다가와 있고,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은 지적이며 세련된 문체로 묘사되어 한 편 한 편 품위를 갖추고 있다.
이렇게 수려한 빛을 띠고 있는 작품의 이면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은 인생을 직시하는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며 그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것이란 결국 인간의 이기적이고 모순된 속성에 대한 절망과 씁쓸한 한줄기 미소임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날마다의 일상에 절망과 희망의 언저리를 더듬는 것이 현실의 우리 모습이라면, 삶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은근히 건네주는 아쿠타가와와 함께 공감하고 함께 웃고 함께 추억의 거울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적인 이미지, 동화적인 감수성, 아쿠타가와의 문학적 깊이로 완성도를 갖춘 이 작품은 이야기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상상력의 지도로서 우리를 안내하고 있으며, 고전의 깊이와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져 색다른 감흥을 자아낼 것이다.
코 - 대학 4학년 때 발표한 것으로 당시 일본문단의 대부로 일컬어지던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격찬을 받아 더욱 유명해졌으며, 일본 헤이안조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감추어진 모순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한 작품. 소세키 표현대로 "차분하고 가볍지 않으며 자연 그대로의 웃음이 저절로 배어난다."
거미줄 - 아쿠타가와가 처음으로 쓴 동화이자 그가 발표한 동화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이 또한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을 회화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두자춘 - 중국의 전기인『두자춘전』을 동화화한 것으로, 특히 아쿠타가와가 어릴 때 헤어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쓴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호랑이 이야기 - 세 아들을 남겨두고 자살한 아쿠타가와가 자신의 운명을 미리 예견하여 쓴 것이라고도 한다.
아그니 신 - 마치 현대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내용 구성과 긴장감이 팽팽하게 조여오는 작품. <마이니치신문>의 중국 해외시찰원으로 일했던 그의 이력을 엿볼 수 있다.
마술 - 아쿠타가와의 서구적 취향을 보여주는 작품. 탁월한 풍경 묘사, 시,공간의 전이를 자연스럽게 배치하여 작가가 마술을 부리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이다.
귤 -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사소한 일도 아쿠타가와의 시선에 잡히면 금방 감동의 마음을 울렁이게 만든다. 따분한 기차의 이등객실은 어느새 포근한 담홍색의 귤빛으로 물든다.
일본 근대문학에 새로운 지성과 심리와 감정을 담아 수많은 명작을 쓴 아쿠타가와 료노스케의 단편 모음집. 그의 출세작인 「鼻」, 영화로도 유명한 「羅生門」 등 그의 주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1. トロッコ(광차)
2. 鼻(はな)
3. 羅生門(라쇼몽)
4. くもの絲(거미줄)
5. 杜子春(두자춘)
6. 魔術(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