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오늘』은 일 년 365일을 나누어 국내외의 역사적 사건과 사고의 배경·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역사 교양서이다. 2002년부터 <조선일보> 방송면 '역사 속의 오늘'에 1년동안 연재된 것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 속의 오늘』은 부득이한 경우 예외는 있으나 하루에 국내 사건 하나, 국외 사건 하나씩을 소개하고 있다. 총 730가지의 역사적 사건에 '오늘의 소사'에서 다룬 내용을 포함한다면 1,500건이 넘는 역사적 사건, 사고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사건, 사고 위주의 구성으로 인물, 전쟁, 경제, 영화, 스포츠 등 영역을 불문하고 인간사에 일어난 모든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양하고 객관적인 교양 지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준다.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쉽게 골라 볼 수 있도록 950개의 키워드를 책 앞에 배치하고 있다. 『역사 속의 오늘 1』은 1월~6월까지의 내용을, 『역사 속의 오늘 2』는 7월~12월의 내용을 다룬다.역사에 대한 가장 손쉬운 접근
‘오늘의 역사’부터 확인하는 역사 공부의 시작
하루 하루의 사건이 모이고 모여, 세상이 굴러가는 흐름, 역사를 이루어낸다. 한없이 막막하게 펼쳐진 역사라는 대양에 가장 손쉽게 다가서는 방법은 바로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가?”라고 물으며, ‘오늘의 역사’부터 살펴보는 것이다. 이 책은 365일을 나누어 그날 그날 일어난 국내외 사건과 사고의 배경과 의미를 사진 자료와 함께 서술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퍼즐맞추기’와도 같다. 조작조각 나뉘어진 하루의 사건을 맞추다보면 한국 근현대사의 윤곽이 드러나고,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지형도가 그려지며, 세계사적 맥락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역사 총론서나 개론서가 아닌, 개별적인 사건과 사실들의 모음집이지만 인물, 전쟁, 경제, 영화, 건축, 스포츠, 문학, 예술 등 거의 전 영역에 걸쳐 한국사와 세계사의 흐름을 뒤바꾼 역사적 현장을 찾아간다. 그것들은 인류의 오늘을 이뤄낸 수많은 사건들의 일부이지만 거꾸로 특정한 시대나 역사적 국면에 대한 구체적인고 전문적인 관심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단초들이다. 모든 상식의 기본은 역사다. 이 책은 일반인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재미나게 읽힐 역사적 상식의 흥미진진한 보물창고이다.
비내리는 늦은 봄날, 오늘 5월 6일 세상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
이 책은 1년 365일 그날 그날 일어난 국내외의 주요 사건 2가지를 ‘역사 달력’의 형식으로 기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책을 펼쳐 ‘바로 오늘’ 세상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1937년 5월 6일 오후 7시 10분 경,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떠난 독일 비행선 ‘힌덴부르크호’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저지주 레이크허스트 해군비행장에 착륙준비를 하던 중 폭발했다. 승객과 승무원 36명이 숨지고, 61명은 기적적으로 살아 났다. 이미 1년 간 상업운행을 하던 ‘힌덴부르크호’의 허무한 최후는 대형 비행선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것이었다.
한편 1965년 같은 날 서울의 하늘 아래에서는 가난하지만 순정하고 소박한 영혼을 지녔던 화가 박수근이 눈을 감았다. 그는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 났지만, 여느 천재들이 보여주었던 광기나 정열, 드라마틱한 삶의 역정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평생을 지고 살았던 가난에게 아들과 자신의 눈을 빼앗겼지만, 그는 자신과 같이 지난한 한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과 그 일상의 풍경을 화폭 속에 영원히 남겼다.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였다.
그 밖에 5월 6일의 역사에는 다음과 같은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 1) 1840 : 세계 최초 우표, 영국에서 발행 2) 1946 : 제1차 미소공동위원회 결렬 3) 1974 : 브란트 서독 총리, 보좌관 스파이사건으로 사퇴 4) 1994 : 영국 ? 프랑스 해저터널 개통
위의 예에서 보듯이 이 책은 하루하루의 역사 중 두 가지 사건과 그 외 ‘오늘의 소사’라는 형식으로 서너 건의 사건들을 모아 놓았다. 하루에 두 건을 다루었으니, 730가지의 역사적 사건이 소개되고 있으며, ‘오늘의 소사’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을 포함한다면 1,500건이 넘는 사건들이 이 책을 통해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인물, 정치, 경제, 영화, 건축, 스포츠, 문학, 미술 등 역사적 상식의 보고
이 책은 특정한 분야나 시대, 특정한 역사적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 전문적인 역사 연구서가 아니다. ‘역사 달력’의 형식으로 사건이나 인물 서술에서 전문성이나 깊이를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무리다. 대신 이 책은 그날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 중 어느 것을 고를 것인가, 즉 선택의 과정에 원칙과 기준을 둠으로써, 내용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객관적인 서술이 되며, 수준 있는 교양 지식을 줄 수 있도록 고민했다. 일러두기에서 밝혔듯이 하루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고를 때 가급적 국내 사건 하나, 국외 사건 하나를 선택하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비중이 낮은 사건이나 자료가 부족한 경우 두 가지 사건 모두 국외 것 혹은 국내 것으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 3분의 2 이상은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역사적 인물을 소개할 때,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선택하지 않으려 고심했다. 그 인물이 날 때부터 세상에 영향을 끼칠 사람으로 운명지어져 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건들은 정치나 경제, 전쟁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물, 영화, 과학, 건축, 스포츠, 만화만평, 미술 등 다양한 주제들을 아우르고 있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맨 앞으로 뽑은 ‘키워드로 찾기’의 키워드만 하더라도 950여 개가 달한다. 소크라테스의 독배 이야기에서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 <난 알아요> 음반, 윈도우 95 출시 등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하면서 흥미진진한 역사적 사건들은 모든 상식의 기본이랄 수 있는 역사 지식의 보고, 자그마한 ‘역사 소백과 사전’, ‘가장 대중적인 역사 교양서’라 불릴 만하다. - 1940년 8월 20일 오후 5시쯤, 멕시코시티 교외 코요아칸의 한 빌라에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소련의 비밀부대원인 라몬 메르카데르가 얼음송곳으로 이곳에 은신해 있던 트로츠키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찍은 것이다.

 새로운 접근 방식의 서양사 입문서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에 실린 17개의 역사 에세이는 C. V. 웨지우드, J. H. 플럼, 피터 게이, 헤럴드 니컬슨, 앨런 네빈스, J. W. 버로우 등 해당 분야 최고 수준의 역사가들이 서양 근현대사의 큰 흐름을 대중적인 필치로 쉽게 풀어쓴 것이다. 저자들은 과거인의 눈과 정신으로 과거를 말하는 독특한 이야기 전개 방식을 통하여 중요한 역사적 국면들을 명쾌히 설명하고 통념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 지식의 허점을 일목요연하게 짚어준다. 현재의 역사 개설서는 일반적으로 자료의 취합에 불과하다. 역사가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압축한 결과다. 그리하여 당연하게도 역사 지식은 생명을 잃은, 무색무취한 것이 되었다. 그 결과 과거에 대한 지적 감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역사 지식을 미시적으로 다뤄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씌어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17개의 에세이는 서양 근현대사의 모든 범위를 총망라해 엄선된 주제들에 관한 세부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개설서에서 생략되기 일쑤인 역사적 문제와 설명들에 풍만한 살을 덧입혀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과거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의 폭넓은 주제와 다양성에 매료될 것이며, 이 책이 풍부한 지식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안목을 기르는 방법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당대 최고 학자들의 참신한 해석과 깊이 있는 분석
역사에 흥미를 갖게 하기보다는 단순 사실을 나열해놓고 역사를 즐기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틀에 박힌 역사서에서 벗어나면, 역사만큼 흥미롭고 유익한 읽을 거리도 드물다. 이 책에 수록된 주제들은 대부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참신하고 다양한 서양사의 주요 대목들이며, 이미 국내에 알려진 주제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여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있다. 서양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 재판 사건, 해외 관광 여행의 효시가 된 18세기 유럽 귀족들의 호화판 여행 풍속도, 토목?기계?조선?철도공학 부문에서 역사상 전무후무의 업적을 달성한 천재 엔지니어 브루넬, 나일 강 해전에 참가한 함대 선원들의 삶 등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뉴턴의 종교적 신앙이 어떻게 만유인력 원리 발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는가, 19세기 로만주의(낭만주의)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타당성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17세기 네덜란드는 어떻게 막대한 부와 찬란한 문명을 동시에 창조할 수 있었는가 등에 대해서는 새롭게 밝혀진 여러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전과는 다른 차별화된 분석을 제시한다. 또한 표트르 대제, 계몽주의, 나일 강 전투, 다윈, 마르크스, 트로츠키 등 서양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심도 있게 파고들어 수박 겉핥기에 머무르고 있는 기존의 개설서들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보이며, 독자들에게 뿌연 회색 이론이 아닌 살아 있는 역사읽기의 참 맛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낡은 액자 속 서양사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 곁에서 숨쉬는 서양사
이 책을 쓴 당대 최고의 학자들은 서양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코드로 사람, 사건, 국가 등을 다양하게 선택했으며, 각각의 글이 담고 있는 역사는 낡은 액자 속에 갇혀 있는 역사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숨쉬는 살아 있는 역사이다. 서양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 재판인 워런 헤이스팅스의 탄핵 재판은 역사적 조건은 다르지만 2004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대통령 탄핵 사태와 비교해본다면 흥미를 자아내는 주제다. 네덜란드 공화국의 황금 시대는 21세기 대한민국이 추구할 목표가 강소국(强小國)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반드시 읽어둘 가치가 있는 글이다. 서양 근대사 최고의 엔지니어 브루넬은 성공을 갈망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모델을 보여준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유럽 근대사의 흐름을 바꾼 나일 강 해전’의 저자 브래드포드는 18세기 말 지중해를 항해하는 함대에 승선한 선원들이 어떤 조건에서 복무했는지에 대해 서술하면서 ‘갤리선 노예 같은’이라는 영어 관용구와 영국 함대 선원 잭의 저서를 인용한다. 규율을 어긴 자나 탈영을 시도한 징집 선원들에게 가해진 처벌, 시골 노동자들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었던 선원들의 세 끼 식사와 전쟁 중 부상을 당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처치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넬슨 제독의 편지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지금 영국군의 함대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최고의 번역자 박상익 교수의 성실한 번역, 풍부한 사진 자료와 본문 깊이읽기
독자들은 이 책의 전편에 해당되는 《호메로스에서 돈 키호테까지-서양 고중세사 깊이읽기》에서 이미 그 실력을 폭넓게 인정받은 박상익 교수의 성실하고 유려한 번역을 접할 수 있다. 박상익 교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쉽게 읽고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번역하기 위해 먼저 해당 분야의 이용 가능한 자료를 모조리 입수하여 섭렵한 다음 번역에 임했다. 또한 이 책은 풍부한 사진 자료와 본문 깊이읽기로 독자들의 시각적 욕구와 지적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박상익 교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장이 끝나는 부분에 본문 깊이읽기를 가능한 한 자세하게 덧붙이고 원서에 없는 그림 자료들을 추가하여 그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읽을 거리가 되도록 구성했다. - 1940년 멕시코에서 스탈린의 대리인 라몬 메르카데르가 트로츠키를 살해한 이후 트로츠키주의적 운동은 소규모로 이어져왔다.

 지난 20세기는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 인간의 잔혹성이 극에 달한 대규모의 큰 전쟁들, ‘착취와 억압의 낡은 체제’에 맞선 혁명의 불길이 전 세계를 휩쓴 시대였다. 특히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10월 혁명>을 계기로,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는 여타 세계의 뜻 있는 젊은이들도 혁명의 깃발아래 자신의 몸을 내던졌고, 혁명의 제단에 자신의 몸을 기꺼이 바쳤다.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자포자기, 무기력에 빠지고 마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고여있는 물처럼 썩고 말 것이다. 따라서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집권층의 ‘위로부터의 개혁’이 인색할 때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꿈꾸는 ‘혁명적 로맨티스트’들이 있기 마련이며, 그와 같은 정치적 이상주의자들이 있는 한 세상은 그래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외면한 이상도 공허하지만, 이상이 없는 현실은 더욱 진부할 뿐이다.
격동의 20세기가 저물어가면서 소련의 공산주의체제가 해체(1991년)되고 세계는 냉전체제의 종식과 함께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대립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깊이 자각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세계 각 국에서는 이분법적인 이데올로기 대립보다는 진보와 개혁이라는 말이 더 큰 설득력을 갖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하며 사회 각층에 침윤(浸潤)·확산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지난 세기 동안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류가 몸서리치게 겪었던 미증유의 비극적인 사건들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성찰에서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지난 세기에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눈부신 발전도, 공산주의·사회주의 어설픈 실험의 결과에서도 인간의 삶에 대한 만족할만한 해답을 찾지 못했음을 실증적으로 경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가 공산·사회주의적 혁명가들, 그것도 혁명의 대열에서 배반당하고 끝내는 패자로 전락한 혁명가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쓰게된 동기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것은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서 볼 때 이들의 혁명활동이 모두 정당화 될 수는 없다하더라도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체제의 억압과 착취가 극에 달했던 그 시대, 그 상황에서 이들 혁명가들은 마르크스의 이상적인 공산주의사상으로부터 그 해결책을 모색하며, 개인의 정치적 야망에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열망과 평등한 삶에 대한 꿈과 신념을 갖고 고난의 길을 걸으면서도 자기 희생적 휴머니즘의 실천에 열정을 다 바쳤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는 일반적으로 승자의 세계를 중심으로 기록되기 마련이지만, 진정한 역사는 패자의 세계도 기록되어야 올바른 역사로 자리 매김 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글쓴이는 이들 혁명가들의 혁명활동을 긍정적인 평가기준으로 쓴 것은 아니지만,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해체된 이후 미국의 패권주의(覇權主義)가 기승을 부리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부(富)의 편재(偏在)가 심화되는 오늘의 불안한 세계정세에서 또 다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든 것이 강자의 힘의 논리로 일관 될 때 필연적으로 약자의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번번이 경험하지 않았던가?
글쓴이는 기존의 많은 참고 문헌과 새로운 자료를 십분, 활용하여 이들 ‘혁명적 로맨티스트’들의 치열한 혁명운동을 심도 있게 재구성·재조명하였으며, 격동의 20세기 현대사, 특히 굴절된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도 나름대로 의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눈 여겨 볼 대목으로, 글쓴이는 이 책에서 이들의 혁명활동을 평면적으로 천착(穿鑿)하지 않고, 이념적 동지들로부터 배반당하고 마는 인간적인 약점과 숙명,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믿음과 배신, 사랑과 증오, 고뇌와 결단,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들을 주변 인물들과 대비시켜 간결하고도 섬세한 필치로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혁명가들에 대한 기존의 연구서나 평전과 달리 흥미로움과 긴장감을 더 해주고 있어 매우 이채로운 인물탐구서 중의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 전담반은 실비아에게 접근할 인물을 물색하던 끝에 그 적임자로 27세의 건장한 미남 라몬 메르카데르를 지목하였다. 라몬은 에이팅곤의 정부 카리다트의 아들이었다.

 사회학자나 언론으로부터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는 조지 오웰
오웰이라는 이름을 신문이나 그 밖의 다른 언론매체에서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데, 주로 그가 만들어낸 ‘빅브라더’ ‘이중사고’ ‘텔레스크린’ ‘뉴 스피크(신어)’ 등의 용어를 자주 만나게 된다. 몇 년 전, 한 신문에 미국의 미래학자인 데이비드 굿만이 1972년에 오웰의 '1984년'에서 예언한 137가지를 검토해 보았더니 그 중에서 80가지가 실현되었고 1978년에 다시 비교했더니 실현된 것이 무려 100가지나 넘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2004년 11월 한겨레신문에 실린 독일의 어느 주(州) 소속의 개인정보보호센터에서 일하는 얀 묄러와의 대담기사를 보면, 독일에는 ‘포에버드’라는 시민단체가 매년 ‘빅브라더’상을 준다는 것이다. 그 상은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침해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되고 있다.
삶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문학으로 승화
조지 오웰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인도제국경찰직에 지원해 오지로 알려진 버마에서 경찰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제국주의 경찰은 애초부터 그에게 어울리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는 영국의 식민주의자들이 원주민들에게 가하는 폭력성과 억압성을 목도하게 되어 제국통치라는 제도가 완전히 잘못된 것임을 인식하게 된다. 결국 그의 버마 생활은 대영제국주의에 대한 증오와 원주민들에 대한 따뜻하고 인간적인 애정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오웰이라는 정치작가가 탄생하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조지 오웰은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형태의 이데올로기나 사회를 거부하고 거기에 과감하게 맞선 작가였다. 그는 평생 동안 제국주의와 전체주의를 비판하면서 하층민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옹호했고, 20세기 전반 모더니즘 문학이 득세했던 동시대의 영국 문단의 경향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무명작가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글쓰기에 ‘정치적 개입’이 필요함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실천했다. 조지 오웰은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비인간화로 치달을수록 더욱 주목을 요하는 작가다. 그가 '동물농장'과 '1984년'에서 경고한 절대 권력의 부패와 전체주의라는 악몽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머리 위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여전히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농장'과 '1984년'
'동물농장'은 오웰을 일약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1945년 출판된 이래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이 작품은 ‘알레고리’ 수법을 이용한 우화로서 러시아 혁명과 그 후에 펼쳐진 러시아의 정치 상황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이 던지는 표층적 메시지는 ‘마르크스적 이상’에서 출발한 러시아 혁명이 스탈린이라는 한 개인의 전제정치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것이지만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적 주제는‘혁명적 이상’이 아무리 바람직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권력욕과 연결될 때 결국 인간의 도덕적 타락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1984년'은 1949년에 출판된 오웰의 마지막 작품으로 미래의 전율스러운 전체주의 사회를 그린 반유토피아 소설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오세아니아라는 사회는 스탈린주의 체제하의 소련을 그 모델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독자들에게 자본주의와 과학주의가 고도로 발전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인류가 마주칠 지도 모를 전체주의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든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류의 미래도 ‘빅 브라더’의 공포와 위협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 프랑스, 노르웨이를 떠돌다가 멕시코 산악 지방에까지 숨어들었는데, 1940년 8월 20일 국가정치보위부 소속 비밀경찰 요원인 라몬 메르카데르가 그의 머리에 내리친 등산용 곡괭이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 그의 시신은 멕시코에 묻혔다

 『음모와 집착의 역사』는 16세기 영국의 우울한 단두대에서 20세기 혼잡한 로스앤젤레스의 호텔에 이르기까지 500년에 걸친 역사적 인물들의 불화와 반목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자료를 조사, 검토하여 엘리자베스 1세와 메리, 스탈린과 트로츠키, 에드거 후버와 마틴 루터 킹 등 세기를 풍미한 10대 앙숙들의 개인적 갈등과 그 싸움의 전말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이러한 갈등이 단지 개인적인 문제로 그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고 결국에는 역사의 흐름까지 바꾸어 놓았다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싸움구경을 마다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것이 역사를 주름잡은 인물들의 싸움이라면 호기심과 관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들의 싸움이 그들이 속한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을 뒤바꿔놓을 만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면 말이다. 이 책 《음모와 집착의 역사》는 세기를 뒤흔든 10대 라이벌들의 불화와 반목을 한 편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고 생생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저자는 갈등에 휘말린 당사자들의 성격을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묘사하고 있으며, 또 그런 갈등이 벌어진 막후의 상황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이 불화를 일으킨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가령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와 그녀의 고종사촌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의 4반세기에 걸친 오랜 갈등의 핵심은 무엇인가?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개신교 군주와 가톨릭 군주 사이의 종교 전쟁인가, 아니면 야심만만한 처녀 여왕과 성적 매력이 넘치는 미모의 여왕 사이의 질투심과 시기심에 기인한 개인적 싸움인가.
저자는 지적이고 정치적인 영향력이 막강했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인 애런 버와 알렉산더 해밀턴이 거리의 깡패들처럼 권총결투를 하여 결국 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게 한 사건의 전말을 보고하고 있으며, 소련 통치의 절대권력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정적 트로츠키를 처절하게 추적하는 스탈린의 비정한 암살극도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다. 500년에 걸친 정치적 암투, 정신적 갈등, 가문의 불화 등을 다루고 있는 이 10편의 실화는 그들의 어두운 측면과 함께 그들을 엄청난 분노와 파괴로 내몰았던 강박적 충동을 잘 보여주면서 인간의 야망, 질투, 공포, 자존심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
1) 철저한 자료 조사와 근거 제시에 따른 사실 공개
- 이 책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폭로성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항간에 떠도는 유언비어가 아니라 근거 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재구성된 것이다. 저자는 말 한마디에도 출전을 밝히고 있으며, 출간되지 않은 사문서까지 찾아내 검토하면서 역사적 진실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일목요연한 대전선수조견표
- 연대순으로 편집된 이 책은 각 장마다 서두에 불화의 간결한 개요가 제시되어 있다. 이것은 스포츠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전선수조견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싸움의 당사자, 그들의 강점과 약점, 불화의 시기, 불화의 초점 등을 미리 밝혀둠으로써 이것만 보아도 두 사람이 왜 싸우게 되었으며, 그들의 강점과 약점이 이 싸움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3) 풍부한 비공개 이야기
-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위대한 인물들의 치부가 낱낱이 밝혀져 있다. 세기의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심프슨 부인과 영국 왕 에드워드 8세의 사랑 뒤에는 심프슨 부인의 뛰어난 성적 테크닉이 조루였던 에드워드 8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얘기가 숨겨져 있고,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유난히 여자를 밝혀 1963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역사적인 연설을 한 날 밤에도 워싱턴의 호텔에서 섹스행각을 벌인 사실이 FBI에게 도청당했다는 얘기도 있고,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의 중압감 때문에 심한 우울증에 걸려 가까운 지인을 만나면 소리내어 흐느껴 울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4) 죽음으로 끝맺음한 비극적 결말
- 이 책에 소개된 10편의 불화는 대부분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와 찰스 1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고, 해밀턴은 허드슨 강변에서 벌어진 권총 결투로 죽었고, 트로츠키는 스탈린이 보낸 암살자의 얼음송곳에 머리가 찔려 암살당했고, 스콧은 차가운 남극에서 장렬하게 최후를 맞았으며, 로버트 케네디와 킹 목사 역시 암살자의 총탄에 쓰러졌다. 한편 죽음으로 끝나지 않은 불화의 끝도 그에 못지않게 비극적이었다. 심프슨 부인의 알코올 중독과 초라한 말년, 패튼 장군의 자동차 전복사고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죽음, 자책감에 시달리던 아문센의 비행기 사고 등 위대한 이름을 추구하던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가혹한 대가가 따랐다. - 1943년 4월 16일, 8개월간의 긴 재판 끝에 프랭크 잭슨은 20년 유기징역에 처해졌다. 그 후 10년이 지나서 잭슨의 진짜 이름이 라몬 메르카데르(Ram? Mercader)이며 젊은 스페인 공산당원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역사는 일등과 승자만을 기억해 왔다. 실패 중에서도 성공한 사람만의 실패만을 교훈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패배자는 영원히 잊혀져야만 하는 것일까? 『승리자』라는 책에서 백과사전에 이름이 실린 승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거칠고 비정하고 역겨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실패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10가지로 패배의 유형을 나누어 과거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25명이 넘는 위대한 패배자를 소개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불린 체 게바라, 괴테에게 악의적인 비방을 받아야 했던 렌츠, 살아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고흐와 같은 인물에 주목하면서 그들의 참모습과 살아온 배경을 소개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실패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과정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세계는 1등만을 기억한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누군가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성공위주, 성장위주의 이데올로기에 길들여져 왔다. 그리고 지난 수세기 동안 축적된 실패냐 성공이냐, 인간의 이분법적 사고에 의한 편견은 인류 역사를 승자들의 전유물로 만들어놓았다.
만약 인간의 역사가 ‘패배자들’의 역사였다면? 현대사의 대표적 승자인 부시의 경우를 살펴보자. 플로리다 주 선거 조작에 대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앨 고어를 누르고 미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부시가 집권한 지 9개월 후 9ㆍ11테러가 발생하였고, 이후 전 세계는 살육과 테러의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만일 패배자 앨 고어가 재선을 통해 부시의 자리를 대신했더라면 피로 얼룩진 지금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 책의 저자 볼프 슈나이더는 승자들의 전유물로 간주되었던 기존의 역사관에 반기를 들고, 승자들의 그늘에 가려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패배자들의 삶의 진실한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제2의 승리자인 ‘위대한 패배자’
역사의 무대 뒤에는 승리자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재능과 노력하는 자세를 갖춘 인물들이 있었다. 고르바초프나 체 게바라처럼 영광의 패배자들이 있는가 하면, 메리 스튜어트나 루이 16세처럼 왕좌에서 쫓겨난 비운의 패배자들도 있다. 또한 렌츠처럼 괴테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괴테에게 미움을 사서 끝내 빛을 발하지 못한 인물들도 있고, 고흐처럼 생전에 주목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하나 이상의 삶을 살아야 했기에 한 번 이상의 죽음을 맞이했던 이들,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좌절과 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이들 패배자들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영웅들보다 훨씬 더 깊고 광범위하게 세계사에 영향을 미쳤다. 볼프 슈나이더는 이들을 ‘위대한 패배자’로 명명하며 그들의 삶을 통해 바로 우리 자신이 ‘위대한 패배자’와 다름없음을 발견하길 기대한다.
2. 이 책의 특징
1)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이 책은 세계문학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비극적 주인공들을 비롯해서 25명이 넘는 좌초된 영웅들의 삶을 10가지 패배의 유형으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방대한 분야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깊이 있고 새로운 해석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거의 인물뿐만 아니라 현대의 시사적 인물까지 쉽고 간결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문화,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인간 패배의 역사’를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조망할 수 있다.
2) 실패에 대한 새로운 가치인식
성공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며 위화감을 조성했던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간 이들에게 시선을 집중시켜 실패의 참모습과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고 흥미로운 작업이 될 수 있다.
실패는 당신이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다시 출발해야 할 이유를 의미한다. 이 책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들에게 성공의 원초적 근원으로서 실패에 대한 새로운 가치인식을 심어준다.
3) 역사적 위인들의 실체 엿보기
우리는 승리자들에게 경탄을 보내면서도 그들을 미워한다. 그것은 단순한 열등감 때문이 아니라 음흉하고 비열한 승리자들의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옐친, 괴테, 부시, 토마스 만 등 패배자들과 경쟁했던 승자들의 감추어진 모순과 위선을 발견하는 것 또한 이 책의 흥미로운 요소이다. -
GPU가 트로츠키를 암살하라고 특명을 내린 사람은 스페인 공산주의자 라몬 메르카데르(Ramo Mercader)였다. 훤칠하고 잘생겼을 뿐 아니라 호텔전문학교를 다녀 우아하고 세련된 매너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독특한 외양, 멕시코 전통 의상을 즐겨 입었던 프리다 칼로는 독창적인 그림과 강한 의지를 보여준 멕시코 여성 화가이다. 1925년 열 여덟 살이 되던 해에 하교 길에 탔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면서, 척추가 부러지고 골반이 부서지고 한쪽 발이 으깨지는 중상을 당한 프리다는 그날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29년 동안 서른 다섯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곧잘 배신을 당하거나 버림받는 굴곡의 삶을 살았다.
디에고 리베라의 세 번째 아내이자, 트로츠키의 연인. 헨리 포드와 넬슨 록펠러의 친구. 앙드레 브르통과 피카소, 뒤샹, 미로, 칸딘스키 등 당대의 수많은 사람들의 친구. 열렬한 스탈린주의자에 아스텍문화의 신성한 여사제, 페미니스트의 우상으로 기억되는 프리다. 이 책은 서른 한 점의 컬러도판과 함께 그녀의 일기와 편지, 지인들의 입을 통해 그녀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헤이든 헤레라가 쓴 이 전기는 2002년 미라맥스에서 영화화되어 제59회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나는 소망한다, 고통을 품고, 망가진 척추로, 걷지도 못하고, 드넓은 길에서, 멀리 본다. 강철로 된 생명을 부지한다.”
서양 미술사의 두꺼운 책장을 뚫고 느닷없이 고개 들이민 괴물,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독창성과 강철 같은 의지의 소유자. 리베라와 트로츠키의 연인이자 열렬한 스탈린주의자에 아스텍 문화의 신성한 여사제였으며, 오늘날에는 페미니스트의 우상으로 자리 매김한 여인. 그리고 이 모든 미사여구를 초월하여 오직 자기 자신으로 남길 원했던 인간, 프리다 칼로. 그러나 이 같은 찬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에게 프리다 칼로(1907-1954)라는 이름은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몇 종의 전기와 소설이 출간되었지만, 그녀는 기껏해야 조금 유별난 그림을 그렸던 멕시코 여성 화가 정도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여기에 약간의 지식이 더해지면 ‘장애인’에 ‘초현실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테고, 비교적 면식이 있다 하는 사람들에게도 ‘천재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 정도로 여겨지기 일쑤다. 페미니즘 미술을 연구하는 쪽에서나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리다 칼로를 말하는 책 가운데 가장 권위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프리다 칼로 재단’이 인정한 정본(定本)인 헤이든 헤레라의 『프리다 칼로 Frida: A Biography of Frida Kahlo』(1983)가 새로이 소개된 사건은, 프리다를 미처 몰랐던 사람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에게는 더 큰 감동을 안겨줌과 더불어, 몇몇 서유럽 남성 작가들에게만 편중되어 온 미술사 이해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함께 수록된 서른한 점의 엄선된 컬러 화보가 그녀의 작품 세계를 한층 깊이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Not Iconic But Human: 전설 아래 감춰진 진실
남편이기도 한 위대한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를 비롯해 ‘초현실주의의 아버지’ 앙드레 브르통과 피카소, 뒤샹, 미로, 칸딘스키, 록펠러와 포드, 트로츠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당대의 예술가들과 사상가, 유명인사들이 그녀의 그림과 그녀라는 인간에게 빠져들었다. 이 책의 저자 헤이든 헤레라 역시 프리다 칼로에게 반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저자의 가슴은 감동으로 차 있되, 시선은 곧고 냉정하며 그녀의 손은 정확하다. 헤레라의 치밀하고 섬세하며 절제된 필치가 그려 낸 프리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적’이다. 모든 뛰어난 전기가 그러하듯 이 책의 저자 또한 자신이 직접 인물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인물로 하여금 스스로 입을 열게 만들었다. 치밀한 1차 사료 조사에 바탕하여 재구성해 내고 친구와 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프리다는, 때로는 성난 늑대처럼 으르렁거리고 때로는 가슴 가득 화살을 맞은 사슴처럼 흐느낀다.
몇 개의 정의와 미사여구로 타인의 인생을 규정하기는 쉽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손쉬운 해결책의 유혹을 뿌리치고, 프리다를 둘러싼 전설을 들려주기보다는 그 속에 감춰진 진실에로 우리를 이끈다. 그녀의 눈에 비친 프리다 칼로는 명성과 인기에 무덤덤한 것처럼 굴었으나 실은 그것을 즐겼고, 남들 눈에 비치는 자기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능했으나 손쓸 수 없는 고통과 시련 앞에 무너져 내린다. 헤이든 헤레라의 손에서 프리다 칼로는 더 이상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가 아닌, 복잡하고 모순된 내면을 지녔으며 나와 당신처럼 울고 웃는 ‘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그녀와 같은 공기를 마시며 그녀의 파란만장한 궤적을 함께 더듬을 것이다. 틀을 깨부수고 뛰쳐나온 프리다는 생생하고 활기차며 자유롭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자유’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 것처럼 보인다.
고통을 딛고 혁명을 넘어, 디에고와 함께
“두 발이 왜 필요하겠는가, 나에게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다면.”
“나의 평생소원은 단 세 가지,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7년간 프리다 칼로가 겪어온 삶은, 시쳇말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것이었다. 멕시코 혁명의 한가운데에서 나고 자라 스스로를 혁명의 딸이라 여겼던 프리다는, 일곱 살 때 앓은 소아마비와 열여덟 살에 당한 교통사고로 인해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흔과 정신적 ? 육체적 고통을 짊어지게 된다. 그녀는 일생 동안 서른다섯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고생했으며 간절히 원했음에도 자기 아이를 갖지 못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시작했고, 평생의 연인이자 정치적 동지가 될 디에고 리베라와는 결혼과 별거, 이혼, 재결합을 거듭했다. 디에고의 무절제한 바람기로 인해 고통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언제까지고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정숙한 아내였던 것은 아니다. 프리다는 자유연애의 신봉자였으며 남녀의 구분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었고 망명한 혁명가 트로츠키와 깊은 사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디에고에 대한 갈망으로 괴로워했다. 디에고와 함께 멕시코 청년 공산당에 입당해 열성적으로 활동했으며, 예술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이 되길 바랐다.
사람들에게 그녀는 로자 룩셈부르크와 같은 혁명가에서부터 《보그Vogue》의 표지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얼굴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중 무엇이 진실이었고 무엇이 거짓이었는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모두가 프리다 칼로라는 개인이 지닌 여러 측면의 반영일 뿐이다. 저자 헤이든 헤레라는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모습들을 섣불리 걸러내지 않고 한자리에 펼쳐 보임으로써 ‘진짜 프리다’로 하여금 스스로 입을 열어 독자와 소통하게 만든다.
“나는 나의 작품이 평화와 자유를 위한 투쟁에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내가 나의 그림에 아름답고 숭고한 이념을 불어넣을 수 없다면 그것은 내게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결코 예술이 이념에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
프리다는 나중에 자신의 공산당 재입당 문제가 제기되자, 1939년 1월에 트로츠키가 보낸 편지를 "말도 안된다."라고 매도했다. 또 그녀는 프랑스 체류 중에 트로츠키 암살범 라몬 메르카데르(가명은 자크 모나르)를 만났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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