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진다는 것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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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하고 깜깜한 곳에서는 단 한 개의 성냥만으로도 밝음을 느낄 수 있다. 몽당한 초 한 자루에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삶이 어두워 보지 않는 자는 삶의 밝음을 결코 알 수 없다. 아니 그 밝음의 고마움을 느낄 수 없다.


시인은 허공을 휘어잡은 빈손과 눈 녹은 뒤 젖은 콩이 담긴 비닐봉지 안에서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자연과 나무와 새와 나비에 대해서는 내버려두고 싶다. 자연은 그대로, 나무는 휘어진 채, 새는 울고 나비는 날아가게 말이다.

 

가끔 시를 읽고 울 때가 있다. <허공 한줌>이란 시를 읽으며 울었다. 울 엄마는 왜 나를 낳아 저리 마음 졸이며 사실까. 나를 낳지 않았다면 이리 고생하지 않으셨을 텐데. 가끔 울 엄마는 이리 말씀하신다. “너랑 나랑 죽을 때까지 같이 살자.” 매몰차고 못된 딸년은 이리 말한다. “내가 왜 엄마랑 같이 죽어? 내가 더 오래 살아야지.”

 

담 위에 자식이 아슬아슬 올라 있다. 어미는 보고도 어찌할 수 없다. “나 죽어 대신 너 안 아프면 그렇게 하겠다.” 죽어도 눈 못 감을 엄마를 생각하며 이 시를 읽었다. 읽는 내내 울었다. 그렇다. 지어낸 얘기 아니다. 세상천지 널린 얘기다. 우린 모두 죽은 어미젖으로 사는 삶이다. 그리고 그 반대의 얘기도 많다. 자식 가슴에 묻고 죽은 목숨처럼 살아가는 어미들...


절대 놓지 말아야 하는 것조차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인 것이다. 삶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줄기 빛이라도 애써 발견하는 것이다. 어두워진다는 건 그런 것이다. 조금 더 밝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시인의 움직임이다. 우리네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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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30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5-3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더욱 건강해지기 위한 발걸음이라 생각하시겠죠^^ 우리 같이 힘네요~ 단무지는 제가 먹겠습니다^^

2006-06-02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6-02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셨군요. 괜찮아요. 가끔 속안의 얘기를 하고 싶을때가 있으니까요. 저는 이해를 못해도 함께 얘기할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