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두르케'는 1937년 폴란드에서 발표된 후 보수적인 평잔의 비난과 젊은 지식인들의 열광이라는 대조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출세작이자, 이후 곰브로비치의 작품 세계를 특징짓는 원형과 같은 작품이다. 성숙과 정상성의 가면 뒤에 감춰진 지배의 욕망과 그에 맞서는 미성숙과 비정상성의 도전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다양한 서사 형식을 동원하여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후 나치에 의해 금지되었고 그 후 폴란드의 정치상황에 따라 잠깐 복간되었다가 다시 판금되었다. 고국 폴란드에서와는 달리 1950년 프랑스에 소개되면서 잊혀져 있던 곰부로비치의 명성을 순식간에 재확립한 문제작으로 평가받았다.
서른살의 작가가 화자이자 주인공인(발표 당시 곰부로비치는 서른세 살이었다.) 1인칭의 예술가 소설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로 납치되고 성장기를 다시 겪는다는 설정은 환상 소설이자 성장 소설의 외연을 부여한다. 여기에 '페르디두르케'의 저자 자신이 끊임없이 개입하여 역사와 문학, 정치와 예술 전반에대한 논평을 삽입한다. 중반부에는 저자의 논평을 우화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책 속의 책이 단독적으로 삽입된다. 각 장 안에서도 희곡의 틀을 빌려 대화를 구성하거나 각종 편지와 작품을 인용하는 등 과감한 형식 실험이 이어진다.
이처럼 다양한 서사 방식을 통해 '페르디두르케'는 성숙한 세계, 질서 잡힌 체계의 허구성과 폭력성을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이 겪는 성장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어른들의 세계, 즉 성숙과 정상의 세계의 본질은 비합리성과 비인간성이라는 통찰이다. 미성숙한 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주된 내용은 성인들의 틀, 정상인의 기준, 기성의 체계를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것일 따름이다. 곰브로비치는 성숙이 미성숙을 끊임없이 지배하고 통제하려 드는 이유를 미성숙에 대한 공포에서 찾았다 현실의 체계에 대한 불만과 공격은 그것이 성숙의 틀 안에 존재한다면 언제든 수용되고 통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틀에 대해 본질적으로 의식조차 못하는 미성숙한 존재들의 반항은 성숙의 기반 자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페르디두르케'는 이처럼 열여섯 살로 다시 돌아간 소설가의 눈을 통해 성숙과 미성숙의 대립을 엿보고, 미성숙의 자유로운 힘으로 성숙의 세계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페르디두르케'라는 제목은 곰브로비치가 즐겨 읽던 미국 소설기 싱클레어 루이스의 작품 '배빗'의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작품 '페르디두르케'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노벨상 후보에 가장 많이 올랐던 일본 작가의 소설이다.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한 젊은이가 주인공이다. 어릴 때부터 남성에게 매료되었던 주인공은 친구의 여동생인 소노코와 결혼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제목의 '가면'은 내적/외적 정체성이 일치되지 않음을 나타낸 것이다.

 

 

 절대미에의 갈구와 파멸 충동은 누구나의 마음 속에 공존하면서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킨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러한 문제를 내면적으로 그리지 않고 '깅가쿠'라는 건축물을 통해서 순수 객관화 시켰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자신의 불완전한 점을 절대미에 대한 파괴로써 보상받으려는 주인공의 심리를 시적 독백으로 처리하여 허무의 미를 완성시키고 있다.
1956년 1월부터 10월까지 잡지 <신조>에 연재된 작품으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취재한 '시사 소설'이다. 금각을 방화한 승려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로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작이다. 20대에 유키오는 허약한 체질과 왜소한 체구, 그리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인하여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일상생활에 대한 불안'의 시기를 겪는다. 그러다 30대를 맞이하여 급격히 육체와 지성을 중시하는 문학세계로 돌입하게 된다. 이 시기는 '여성적 원리'로부터 '남성적 원리'로의 이행이며, '자기 개조의 시도'이다. <금각사>는 미시마 문학의 이와 같은 이행의 과정을 살피기에 적절한 작품이다.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

 새롭게 단장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한국 최고의 소설가 이문열이 세계 문학사에 남을 명작 1백 20여 편을 각각 사랑, 죽음, 성장, 삶의 발전, 순수와 서정 등 각 주제별로 선정하고, 원고지로 모두 1천 5백여 장에 이르는 작품해설을 붙인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이 선집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 이문열이 보기에 그 당시 국내 작가들의 단편은 비교적 작가별, 시대별, 주제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설연구와 창작의 전범으로 삼을 만한 마땅한 외국 단편선집은 턱없이 부족했다. 작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외국 단편들을 모델로 가르치려고 하면 큰 곤란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선, 어떤 작품은 도대체 어디에 수록되어 있는지 알 길이 없었고, 또 어떤 작품들은 구닥다리 세계문학전집 속에 흩어져 있거나 잡지사들이 생각난 듯이 끼워 넣는 해외명작 소개란에 반짝 나타났다가는 자취를 감추기 십상이었다. 또몇몇 작품들은 끝내 번역되지 않아서 해당언어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읽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소설가 이문열은 자신이 문학청년 시절 빠져들었던 세계명작 단편 1백 20여 편을 모아 스스로 작품을 해설하고 독후감을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살림출판사 직원 전체가 달라붙어 작품 원전을 수집하고 장경렬(서울대), 진형준(홍익대), 강자모(세종대) 등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번역에 달라붙어, 전집출간에 매진한 지 4년여, 오랜 산고 끝에 1996년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 첫 5권이 출간되었다. 그로부터 7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은 문학청년들과 고급독자들 사이에서 세계문학의 ‘전범’들을 모아놓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중단편 문학선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번역과 판형, 표지에서 낡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추세에 따라 살림출판사에서는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총10권)의 옷을 갈아입히기로 결정했다. 시대에 맞게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번역문체를 정성껏 가다듬었다. 판형도 고급스러우면서 콤팩트해서 옮겨 다니며 읽기 좋은 4*6 양장판으로 바꿨고, 표지도 우아하고 격조 있게 단장했다.
교양 습득을 위한 최고의 선택
원래 작가 이문열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을, 문학을 창작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전범이 되길 소망하며 엮었지만, 정작 실제적인 효용은 ‘교양’을 갈망하는 독자들을 충족시키는 데 있을 듯하다. 좋은 문학을 만나고 싶지만 무엇을 읽어야 할지, 어떻게 읽어내야 할지 길을 잃고 헤매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번에 새롭게 단장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을 권한다. 우리 삶의 다양한 주제들이 세계 각국의 거장들에 의해 어떻게 소설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교양체험이 될 것이다.
이 선집의 장점은 소개된 매 작품마다 소설가 이문열의 개인적인 경험과 설득력 있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는 점이다. 가령 알퐁스 도데의 '별'에 얽힌 작가의 추억은 한 작품이 문학청년에게 안긴 감동을 잘 드러내고 있다. 1966년 가을 대학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작가는 우연히 3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던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고 감동에 휩싸여, 중요한 시험을 두 달 앞둔 다급한 처지도 잊은 채 어두운 골방에서 몽롱한 감상에 젖어 하루를 몽땅 보낸다. '별'에서 받은 감동이 햇볕에 바래질까 두려워 골방 창문을 굳게 잠갔다는 작가 이문열의 고백은 너무나도 친숙한 이 작품을 다시 한번 들추도록 우리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 장거리 선수의 외로움|앨런 실리토 _ 불협화음을 주조로 한 미묘한 협주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